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식물은 동물의 TLR 단백질에 의해 유도되는 선천적 면역 반응과 매우 유사하게, 세포막에 위치한 receptor-like kinase에 의해 활성화 되는 Microbe-associated molecular patterns (MAMPs)-triggered immunity (MTI)를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의 병원균은, 특히 세균성 병원균의 경우, type III secretion system을 통해 effector 단백질을 기주의 세포 내로 주입시켜 이러한 식물의 첫 번째 선천적 면역반응인 MTI를 직, 간접적으로 억제하여 정착 및 증식을 하여 effector-triggered susceptibility (ETS)를 유도합니다. 이후, effector 단백질들에 의해 일어나는 변화를 식물 NLR (Nucleotide-binding Leucine-rich repeats proteins) 면역 리셉터가 인식하여 식물은 cell death를 동반한 급격하고, 강한 Effector-triggered immunity (ETI)를 활성화 시킵니다. 이는 "Zig-zag-zig" 라는 모델로 제시되었습니다 (Jones and Dangl, 2001, Nature). 이 모델 중 ETI의 한 예로, 식물의 면역 리셉터 RPM1이 식물 세포 내에서 RPM1-interacting protein 4 (RIN4)와 상호 결합 중, Pseudomonas의 type III effector 단백질인 AvrB, AvrRpm1에 의해 유도되는 RIN4 threonine 166 (T166) 잔기의 인산화를 인지하여 활성화되는 경위를 2011년 보고하여, 한빛사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Chung et al., 2011, Cell Host & Microbe).
본 논문은 2011년 논문의 후속 연구로 "Zig-zag-zig" 모델의 나머지 부분을 다룬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연구를 통해 RIN4는 RPM1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ETI뿐 아니라 첫번쨰 선천적 면역반응인 MTI에 "negative regulator"로 알려졌습니다 (Kim et al., 2005, Cell). 아이러니하게도, 저희 연구실 및 타 연구실의 연구 결과 식물의 면역반응의 "negative regulator"인 RIN4와 최소 서로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4개의 세균성 type III effector 단백질들이 상호결합하여 RIN4의 생화학적 특성을 변화시키며 MTI를 억제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병원균이 식물의 면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단백질을 조절하여 MTI를 억제한다는 기존의 결과와는 조금 다른 현상을 관찰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부터, 1) 식물 MTI반응의 "negative regulator"의 "negative function"을 effector 단백질들이 극대화시켜 면역을 억제할 것이다, 2) RIN4가 MTI반응에서 "negative regulator"에서 "positive regulator"로 "molecular switch"역할을 하여 effector 단백질들이 전환된 RIN4의 "positive regulator" 역할을 억제할 것이다. 라는 두 가지의 가설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운 좋게도, MTI반응동안 증가하는 RIN4의 serine 141 (S141) 잔기를 규명하여, RIN4가 증가하는 S141 인산화를 통해 MTI에 기여하고, effector 단백질 AvrB/AvrRpm1에 의해 증가하는 T166의 인산화가 S141의 인산화를 억제시키고, 결과적으로 MTI의 억제를 유도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종합적으로, RIN4는 MTI반응의 "negative regulator"에서 S141의 인산화가 MTI반응동안 유도되어 MTI에 기여하게 되고 (MTI), 병원균의 effector 단백질 AvrB/AvrRpm1은 RIN4와 결합하여 T166의 인산화를 유도, S141인산화를 억제하며 병원균의 성공적인 증식을 유도하고 (ETS), 식물은 면역 리셉터 RPM1이 effector단백질에 의해 유도 된 RIN4의 T166인산화를 인지하여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키는 (ETI)를 설명하며 "Zig-zag-zig" 모델을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의 MTI 반응은 동물의 선천적 면역으로부터 도입된 개념입니다. 그러나, 현재 ETI의 개념이 동물의 면역반응에도 적용되어 식물에서 먼저 정립된 가설이 동물 연구에 도움이 되는 순방향적 피드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애기장대에서의 연구가 유용작물에까지 적용되는 translational research가 될 수 있기를, 식물 면역 연구뿐 아니라 동물 선천성면역 연구에도 아주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가 앞서 이번 연구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며 "운 좋게도"라고 언급했습니다. "운 좋게도"의 첫번째는 non-specific background signal조차 잡히지 않고 specific하게 RIN4 S141의 인산화만 인지했던 phospho S141-peptide specific antibody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이 감사한 재료를 사용하여 할 일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 좋게도"의 두번째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집니다)는 RIN4 S141의 인산화가 MTI가 활성화되며 증가하는 것을 찾은 일입니다. 위에 소개한 두 가지의 가설을 세운 후 가설을 증명할 가장 처음이자 중요한 실험이 무엇일까 찾아보던 중, 2004년, 2007년에 게재된 애기장대 phosphoproteomics 관련 세 편의 논문을 보던 중 각각의 supplemental table에서 RIN4 S141및 다른 잔기의 인산화 펩타이드를 찾은 것입니다. 물론 당시 논문의 주된 방향이 RIN4와는 상관없어 정량적인 분석이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RIN4 S141이 MTI 과정에서 인산화 된다는 중요한 결과를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그 때, 등을 타고 올라왔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RIN4 S141 phospho-mimic / -dead 돌연변이체를 만들어 실험을 수행하였고, 돌연변이체가 만들어지는 동안 앞서 말씀드린 antibody가 제작되어 실제 RIN4 S141의 인산화가 MTI 반응에서 증가함을 보이며 두 번째 가설에 더 무게를 두고 실험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작은 것도 무심히 보아 넘겨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새기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대신, 이후 supplemental information을 main text보다 열심히 보는 휴유증(?)이 생겨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 위치한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UNC) 대학의 메인 캠퍼스입니다. 현재 제가 속해 있는 생물학과에는 80분 이상의 교수님들께서 Molecular, Cellular, & Developmental Biology (MCDB) 및 Evolution, Ecology, & Organismal Biology (EEOB) 두 개의 메인 프로그램과Curriculum for the Environment and Ecology, Curriculum in Genetics and Molecular Biology, Marine Sciences, Carolina Institute for the Environment, Program in Molecular Biology and Biotechnology 그리고 Carolina Center for Genome Science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농대의 경우 이웃 캠퍼스인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NCSU)에 있고, UNC에서는 애기장대, 벼 등 모델 식물을 이용한 식물 유전체학, 생리학, 호르몬, 면역 관련 연구가 6분의 식물 전공 교수님에 의해 수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연구실은 2012년부터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HHMI)로 선정되어, 제 연구를 포함, 저희가 해오던 식물 면역관련 연구와 더불어 식물의 근권 및 식물 뿌리 내 colonize하고 있는 다양한 박테리아의 microbiota를 연구하는 metagenomics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20명이 넘는 대학원생, 박사후 연구원, 리서치 펠로우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메릴렌드에서 HHMI에서 배출한 7분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HHMI meeting을 통해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식물 연구에도 과감히 지원을 아끼지 않는 HHMI가 아니었다면 제가 1년에 한 분이라도 뵙기가 어려웠겠지요. 학계에 기여하는 연구 분야에 대해 획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기회들이 고국의 식물학계에도 있었으면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4.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박사과정 중에는 연구를 밤낮으로 혹은 밤을 새며 하는 것이 나만이 아닌 내 가족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큰 아이가 태어나자 연구실에 밤낮으로 매달려 있는 저에게 아무런 불평도 없이 아이 양육에 애쓰던 아내를 보며, 내가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실험 결과가 좋게 나오고,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이 나만의 기쁨과 보람, 자부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아내가 기뻐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하기 시작하며, 상대적으로 들기 시작한 생각이 내가 이 연구실뿐 아니라 이 분야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하지 못해 도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가족과 연구라는 두 단어 사이에서 우왕좌왕 하는 저이지만 지난 12년의 유학생활 동안 주변을 살피며, 연구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어 무척 감사히 생각합니다. 혹, 앞만 향해 달리고 있다면, 놓칠 수 있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최근 미국 연구결과를 보면 biomedical science분야에서 미국 내 박사를 받는 인원은 해마다 증가하지만, 식물연구 분야는 10년전 수준과 다를 바 없이 1000명 내외의 박사들이 해마다 배출된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인원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American Society of Plant Biologist의 회장으로 계시는 저희 옆 연구실 Dr. Alan Jones가 너무나 할 일이 많은데 할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하시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기 분야를 떠나 꾸준한 연구가 필요한 식물연구기피현상이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대두되고 있습니다. 요즘 주변 유학생들을 보면 한국에서 석사를 하고 유학 오던 10년 넘은 때와 달리 학부만 졸업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 것을 봅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진로는 동물연구 및 최신 연구 분야를 초점으로 결정됩니다. 반면,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미국 학생들의 경우 로테이션을 통해 가능한 다양한 연구실을 접해보고, 자신의 초기 관심분야가 아니었던 식물 연구에 과감히 뛰어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식물 연구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 대비 많지 않은 결과를 도출하는 분야이기 때문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내가 큰 미덕이 되는 그런 환경임을 잊지 않아야 할 연구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인내는 모든 유학생에게 적용 되겠지요. 모쪼록, 식물연구분야에 많은 유능한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약 유학을 준비한다면 꼭 한글로 작문 연습을 하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영어로 논문을 쓰기 위한 방편입니다. 물론, 영어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여러 모양의 보고서, grant proposal, 논문, 논문 리뷰 등을 써 보며 처음에는 미국식 사고체계 및 글 작성 방법이 우리나라의 그것들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것은 제 경우 우리말로 생각을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방법에 대한 깊이 있는 수업이나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말로 논리적인 글을 작성할 수 있다면, 유학생활을 하며 작성하게 되는 영어로 된 많은 글들을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과정 동안은 식물 면역 시스템 중 effector-triggered immunity (ETI)에 초점을 맞추어 그에 관련된 면역 리셉터 및 면역 리셉터와 함께 식물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 관한 연구를 수행 했었습니다. 박사과정 이후 연구는 MAMPs-triggered immunity (MTI)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였습니다. 결국, 식물의 중요한 두 가지 면역반응에 대한 깊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식물 면역을 연구하는 실험실들이 MTI 혹은 ETI분야만을 세부적으로 연구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따라서, 저는 식물의 두 가지 면역체계의 보존적인 부분과 특이적인 부분을 비교 분석하여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식물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및 단백질들이 가지는 식물 생리, 발달과정의 기능이 있다면 분석하여, 식물의 면역 반응 경로와 식물의 생리/발달 경로가 병원균 및 환경 스트레스 유무에 따라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유용작물 개발에 기초를 마련하면 참 좋겠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깊이 있게 규명해 왔던 식물 면역 반응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좀 더 큰 숲을 보며 다른 연구에 긍정정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지금 보니 저는 같은 곳에서 박사 및 박 사후과정을 한 연구실에서 하고 있습니다. 12년째 접어든 유학생활 동안 함께 하다가 눈물로 떠나 보낸, 현재 함께 하는 많은 분들이 생각납니다. 무엇보다 결혼 생활도 12년째인데 두 아이의 수퍼맘으로 살아가고 있는 유학 초기에는 정말 어여뻤던 아내 미지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퇴근하면 피곤한데 놀아달라고 보챈다며 짜증 많이 내는 아빠인데도, 아빠가 많이 놀아줘서 사랑한다고 이야기 해 주는 딸 초등학생 은소와 귀엽다는 말 대신 멋있다라는 말만 해달라고 항상 이야기 하는 미소가 멋진 우리 아들 둘째 은수에게도 사랑을 전합니다. 더불어 지난 12년간 변함없이 휠체어 위에서 연구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며 아버지처럼, 친구처럼 저와 함께 해 주신 Dangl 교수님께 무한 감사를 전합니다. 부족한 후학을 위해 멀리 한국에서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시는 황병국 교수님과 황덕주 박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십 년을 함께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가신 김태영 박사님, 지금도 곁에서 철없는 동생 토닥거리며 점심을 함께 하는 최왕선 박사님,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또 다른 가족을 느끼게 해 주신 이상률 박사님, 이준열 박사님, 김민규 박사님, 박재홍 박사님, 안병현 박사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이 길에 전폭적인 지지와 기도로 함께 해 주신 양가 부모님과 최고의 응원과 칭찬으로 기운을 북돋아 주는 하나뿐인 처남 순원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감사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한빛사에도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