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리지스틴(Resistin) 호르몬은 인간의 단핵구세포에서 분비되어 생체 내 만성염증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비만, 동맥경화증, 당뇨병 등의 심장대사질환, 이른바 성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1년 유펜 의과대학의 Mitchell A. Lazar 박사 팀에서 처음 리지스틴을 발견하였는데 (Nature 2001 Jan 18;409:307-12), 이후로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간 리지스틴 호르몬의 수용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베일에 쌓여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리지스틴이 생쥐의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아디포카인(adipokine)의 일종으로 발견되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인간에서는 지방세포가 아닌 단핵구세포에서 분비된다는 점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작용기전이 동물모델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기에 수용체의 발견이 다소 더디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뇨, 동맥경화증 등 많은 심장대사질환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소속의 저희 연구팀에서도 심장대사질환의 발병 메커니즘 및 신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2000년대 초반부터 리지스틴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지속해 왔었습니다. 이번 논문 이외에도 대표적으로, 마우스 대신 사람 리지스틴과 유사한 형질을 가진 토끼 경동맥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사람 리지스틴이 단핵구세포와 반응하여 만성염증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직접적으로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하였지요 (J Am Coll Cardiol. 2011 Jan 4;57:99-109).
제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내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면서 대학원에 입학하던 시기와 이 리지스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던 시기가 맞물려, 또 한편으로는 우연한 기회로 선배의 추천을 받아 이 리지스틴 연구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의 가장 큰 질문이 '리지스틴의 수용체가 과연 무엇일까?' 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처음에는 '아마 조만간에 해외 유수 연구자들에 의해 수용체가 곧 클로닝 될꺼야' 라는 다소 패배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도교수님이신 김효수 교수님의 격려와 추진력에 힘입어 '아니야,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우리가 한번 해보자' 라며 용감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힘든 과정도 많았지만, 결국 피땀 어린 노력 끝에 값진 결실을 얻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본 연구를 간단히 요약하면, 캡(CAP1, adenylyl cyclase-associated protein 1) 단백질이 리지스틴의 수용체로서 작용하고, 이것이 인간에 있어서 만성염증반응과 비만 유도 기능을 직접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입니다. 여러가지 생화학적 결합모델 및 최신연구기법을 이용하여 사람 리지스틴 호르몬이 단핵구세포의 캡 단백질과 직접적으로 결합함을 밝혀내었고, 캡 수용체에 대한 gain- and loss-of-function study를 통하여 수용체에 리지스틴이 결합한 후 cyclic AMP 농도 증가 → protein kinase A 활성화 → NF-kB 활성화에 이르는 세포신호전달체계가 활성화 되어, 단핵구세포에서 IL6, TNFa, IL1b 등의 염증성 싸이토카인의 분비가 증가함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리지스틴과 캡 수용체에 의해 활성화된 염증세포가 혈관을 타고 인체 곳곳을 돌며 만성염증 반응을 유도하면 결국 비만, 동맥경화증, 당뇨병 등이 유발되는 것인데, 캡 단백질을 억제할 경우 세포 내 신호전달이 차단되면서 NF-kB 활성이 억제되고, 리지스틴에 의한 만성염증반응이 사라져,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유펜의 Mitchell A. Lazar 박사의 도움을 받아 유전자 변형으로 사람의 리지스틴을 분비하는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는데, 캡 단백질을 과발현 시킨 비교군과 억제 시킨 대조군으로 나눈 후, 한 달 동안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시키고, 그 후 각 군의 지방조직 염증반응을 측정한 결과, 비교군이 대조군에 비해 3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비교군에서는 과발현된 캡 단백질이 리지스틴과 결합하여 활성화된 염증세포가 지방조직에 많이 침착된 반면, 대조군에서는 리지스틴과 반응할 캡 단백질이 없기 때문에 염증세포가 지방조직에 적게 침착되어 이러한 비만도의 차이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비만을 억제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증, 당뇨병 등 성인병(심장대사질환) 치료의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고 치료제 개발에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향후 캡 단백질에 대한 후속연구가 이어져 새로운 성인병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비만과 동맥경화증,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으로 인한 사망률 및 사회적 비용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심혈관질환 연구실에서는 크게 2가지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줄기세포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동맥경화증과 같은 심장대사질환의 병태 생리를 규명하기 위한 혈관생물학에 대한 연구입니다. 줄기세포 중에서도 주로 성체 줄기세포를 연구해왔지만, 최근에는 배아줄기 세포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맥경화증의 병태 생리를 규명하기 위해서 심혈관 분야에서 아직 의미가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를 찾아 기능을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리지스틴을 비롯하여 글리코겐 신세테이즈, 카이네이즈3 베타, 베타-카테닌 등 이들의 기능을 검증하는 연구를 해왔고 이제는 이 연구를 줄기세포 연구에 접목시키는 단계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의 연구는 'Benchwork to Bedside' 를 기본 목표로 하여 주로 중개연구 위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환자에게 장차 적용될 수 있는 연구, 그리고 환자로부터 나온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연구가 주 테마라 할 수 있습니다. 심근세포, 혈관내피세포 등의 줄기세포 등 심장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와 조직에 대한 기초연구는 이 같은 연구의 결과들을 병원에 있는 환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제공하고 적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의료진이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데에 있어서 해결되지 않거나 궁금한 점 또는 탐구하고자 하는 점은 다시 기초 연구의 씨앗이 되어 세포, 조직 그리고 동물 실험의 주제가 됩니다. 실제로 Lancet지와 Circulation지에 게재되어 국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Magic Cell' 연구는 이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GM-CSF를 이용하여 혈관 내피 전구 세포를 동원하는 기초 실험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또한 현재까지 여러 편 논문이 실린 스텐트 협착의 유전자치료에 대한 내용은 병원에서 스텐트 협착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환자들에 대한 궁금점 그리고 탐구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본 연구실의 기초 연구는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의학연구소 5층 그리고 7층에서 주로 이루어지며 설치류 및 토끼류 등을 이용한 동물 실험은 10층에서 행해 집니다. 이런 연구를 위해 현미경, 원심분리기 등을 비롯하여 혈관 조영술 기기 및 레이저 도플러 기기까지 갖추어져 있습니다. 또한 필요 시 심장 초음파, CT 단층촬영, PET 촬영까지 동원되기도 하는 등, 최첨단 연구장비를 구비하고 좋은 여건 속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 매년 Circulation지를 비롯하여 국제 학술지에 많은 논문이 게재되고 있습니다. 또한 2006년 심혈관줄기세포 국가지정연구실 선정 및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혁신형 세포치료 연구중심병원 사업단에 선정된 이후, 앞으로도 줄기세포 및 세포치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의 연구인프라 및 노우-하우는 매우 우수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나라 연구진들과 협력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는 석박사 과정 중인 학생들을 비롯하여 현재 40여명의 전임 연구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순환기내과의 전공의, 전임의 그리고 교수진이 참여하여 임상진료와 기초연구사이의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에 그 동안의 연구 결과에 대해 토의하고 앞으로의 진행을 상의하는 연구 미팅이, 이와 동시에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현재의 연구와 연관된 주제를 선정하여 발표하는 저널 미팅이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 그리고 전임의 과정을 밟으면서 동시에 기초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의사들의 연구능력은 수련기간 동안의 가시적인 업적으로 그 자질을 평가받기 마련이기에, 임상연구에 비해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없는, 어쩌면 더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지도 모르는 기초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조금은 두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기초연구를 하고자 하는 의사들을 위한 뚜렷한 루트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동료 의사들보다 진료활동을 게을리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낮에 진료를 마치고 밤에 주로 연구를 하면서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차례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내가 의사의 길을 걸으면서 어떨 때 가장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습니다. 의사에게 있어 환자를 진료하면서 얻는 보람과 긍지 역시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한 것이지만, 진단과 치료과정에 있어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을 궁금해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아 탐구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남겨준다는 사실이 저로 하여금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의사가 되는 길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뜨거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의사의 꿈을 가지고 있는 많은 후배 여러분들이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의사 출신의 생명과학자, 이른바 진정한 MD, PhD 가 양산되기를 기원합니다. 의과대학이 많이 늘어나고, 배출되는 의사의 수가 많아질수록, 의사들의 역할은 기존의 의료지식을 환자에게 적용하여 치료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그 경험을 살려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그 초석을 마련하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외국에 비해 아직도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부족했던 부분들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서울대학교 순환기내과 심혈관질환 연구실처럼 많은 선배 연구자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져, 이제는 여러분들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토양이 갖추어진 연구실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초연구가 논문을 위한 논문, 연구를 위한 연구로서 실험실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장차 적용이 될 수 있는 주제로 시작하여 진정한 'Benchwork to Bedside' 연구로 발전될 수 있기 위해서는, 특히 의사 출신이면서 생명과학분야에서 기초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이 점점 세분화, 전문화 될수록 그 역할은 더 중요해 질 것입니다. 저는 그 역할을 앞으로의 후배 여러분들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비록 길고 험난한 여정이라 할지라도, 설령 어떤 순간에는 포기하고 싶다 느껴지더라도, 결국엔 끈기와 열정을 잃지 않고, 환자들을 생각하는 따듯한 마음으로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연구에 임하는 의사들이 많은 나라,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는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소속의 연구 전임의로 일하면서 진료와 교육, 그리고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의사로서 진료와 교육을 지속하면서 더불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실험실에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환자에게 장차 적용될 수 있는 연구, 그리고 환자를 진료하면서 갖게 되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연구를 주제로 삼아 탐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들이 언젠가, 병원에 있는 환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제공되고 적용될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하는데 일조하게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논문이 완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랜 연구 과정 동안 때로는 따끔한 질책과 충고로, 때로는 따스한 관심과 배려로 지도해주신 김효수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임상의사로서 기초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고 따스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박영배 선생님, 오병희 선생님, 손대원 선생님, 오세일 선생님, 구본권 선생님, 김용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본 연구의 동반자로서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며 연구에 매진하셨던 이현채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연구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생화학교실의 정준호 선생님, 묵인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권유욱 선생님과 이재원 동물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심혈관연구실 연구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언제나처럼 아낌없이 보살펴 주시는 부모님, 의사로 연구자로 같은 길을 걸으며 항상 따듯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