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세포는 일형 인터페론을 만들어 다양한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게 되는데, 이 인터페론이 과량 생성되면 우리 몸의 세포들도 파괴되므로 적정 수준에서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유전자들이 필요합니다. 이런 기능을 하는 다수의 유전자들이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광범위한 세포기능에도 영향을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 밝힌 OASL1 유전자의 기능은 바이러스 감염시 일형 인테페론 만을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므로 다른 유전자들에 비해 더 훌륭한 항바이러스 조절의 표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람과 돼지, 소 등의 가축에도 OASL1과 비슷한 분자적 특징을 지니는 homologue가 존재하므로, 이들의 기능이 OASL1과 비슷하다면, 그들을 표적으로 항 바이러스 제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OASL1 KO 마우스는 제가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 동안 습득한 기술을 통해 만들었지만, 그 분석은 대학원생인 김병일 군이 젊음을 바쳐 공동으로 수행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긴 연구기간 동안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고 항상 격려해주신 김영준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OASL1 KO 마우스를 만들어서 가장 먼저 보았던 LPS에 대한 반응성이 정상이었을 때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아찔합니다. 하지만 몇 개월 후, poly (I:C) 에 대한 반응성에서 아주 커다란 차이를 확인하던 순간 느꼈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는 제가 박사 후 연구원 시절 IL7-GFP knockin 마우스를 수 년간의 노력 끝에 성공적으로 만들었던 순간과, 박사과정 연구에서 ComX라고 하는 sigma factor를 폐렴 쌍구균에서 biochemical approach로 찾았던 순간과 함께 제가 연구하면서 맛볼 수 있었던 가장 큰 희열의 순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번 연구가 진행된 곳은 연세대학교 게놈 연구소입니다. 글로벌 연구실 (GRL) 사업비로 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마우스를 모델로 사용하여 선천성 면역관련 연구를 주로 해 오고 있습니다. 기능이 잘 알려지지 않은 면역관련 유전자를 microarray 등을 이용해 screen하고, 그 유전자에 대해 형질 전환된 마우스(OASL1 KO 마우스도 여기에 포함)를 이용해 그 생리적 기능을 밝히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마우스 분석에 다양한 분자 세포 분석 기법을 사용하며, 현재 두 명의 박사 후 연구원과 8명의 대학원생, 그리고 두 명의 마우스 관리 테크니션이 일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자연 과학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제가 직접 찾아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물이 우리 인류의 건강과 안녕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자연과학 연구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믿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를 좇아 높은 연봉이나 쉽고 안정된 직업을 택하는 것 보다 자연과학 연구를 계속하는 것 자체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기초해서 항 바이러스 기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된다면 연구자로서 커다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학자는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운 새롭고 중요한 일들을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으므로, 일단 이 길을 선택했다면 뼈 속까지 과학자의 탐구정신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이런 각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계획과 준비가 있어야만 목표한 일들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새롭게 전공을 정하거나, 유학을 나가시는 분들은 어떤 분야에 정말로 흥미가 있고, 재능이 있는지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하여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단지 학교나 실험실이 유명하고 좋다고 하니까 간다는 식의 접근은 결국 본인과 맞지 않았을 때 엄청난 손실과 좌절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결정을 내렸다면 모든 열정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얻도록 부단한 노력을 해야겠지요.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박사 학위 후에 다양한 박사 후 및 연구 교수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제 principal investigator 로서 새로운 실험실을 차리고 연구원들과 함께 아주 오랜 동안 꿈꾸어왔던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연구 내용은 일차적으로 제가 만든 OASL1 KO 마우스가 암과 관련되어 어떠한 기능을 하는 지를 탐구하는 것과 제가 미국에서 박사후 연구를 통해 만들었지만 여건이 안 되어 분석을 못 해 왔던 몇 종의 KO 마우스의 형질 분석을 하고자 합니다. 다른 유전자들 중 흥미로운 것에 대한 translational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 또한 계획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는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생명과학이 좋아서 박사학위를 생명과학 분야에서 시작한 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그러나 박사 후 연구 시절에는 다시는 생명과학을 제대로 못해 볼 수도 있다는 두려운 좌절의 시기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이제 다시 제 독창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현재의 상황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 실험실에서 시련을 겪고 계실지도 모르는 많은 연구자 분들께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다 보면 좋은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 얘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