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몇 년 동안 macrophage를 포함한 여러가지 면역세포들 (T-cell, mast cell, eosinophil, NKT cell 등)이 만성 대사 질환으로 성인 당뇨병 (제 2형 당뇨병)의 주요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을 매개한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이번 연구는 그 중에서도 백혈구 중 약 50-75%를 차지하는 neutrophil의 인슐린 저항성 유발 메카니즘에 관한 것입니다. 그 동안 neutrophil은 "transient infiltrator"로 알려져 있어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만성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데는 역할을 기대하지 않았었지만, 이번 연구에서 neutrophil 또한 고지방식 (60% high fat diet)을 먹인 쥐의 지방조직 및 간에서 수 주동안 머무르며 elastase라는 효소를 분비해 TLR4를 경유하는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인슐린 신호 전달에 중요한 물질인 IRS1을 분해시킨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동물 실험 결과, neutrophil elastase KO 쥐의 경우는 정상 쥐와 비교시 고지방식을 먹였음에도 인슐린 저항성 발병율이 현저히 낮아지지만, 정상 쥐에 elastase를 주입하게 되면 반대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것 또한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Neutrophil elastase는 비정상적으로 발현시 폐기종이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어, neutrophil elastase의 억제제로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물질인 GW311616A는 현재 일본에서 폐기종 치료에 실제로 사용되고 있고 neutrophil elastase의 생체 내 억제물질인 alpha1 anti-trypsin (AAT) 또한 80년대 후반 이미 FDA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폐기종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등 이미 그 안전성이 검증되어 있어, 저희 연구로 neutrophil elastase가 폐기종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의 타겟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날씨 좋은 샌디에고, 그 중에서도 바다와 가깝고 경치가 아름다운 라호야에는 UCSD를 비롯해 Salk, Sanford-Burnham, Scripps와 같은 휼륭한 연구소들이 있고 많은 한국인 과학자분들이 좋은 연구를 하고 계십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UCSD, Department of Medicine, Division of Endocrinology and Metabolism에 있는 Dr. Jerrold Olefsky 연구실 소속입니다. 올해로 일흔이 되시는 멘토이신 Dr. Olefsky께서는 연세가 무색하리만큼 호기심 넘치시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네트웍을 만드시면서 당뇨와 비만이라는 큰 줄기 아래 세계 여러나라에서 모여든 16명 정도 되는 포스트닥들이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게끔 서포트를 해주고 계십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위과정과 포스트닥 과정을 거치는 10여년의 시간 동안 자부심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던 때보다는 힘들고 좌절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것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순 없으니까요.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나는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 단지 문제를 오래 물고 늘어졌을 뿐이다."라는 말처럼 저도 제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그저 꾸준히 연구를 계속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 방법을 찾아 시도해 보고,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는 그 결과가 과연 맞는 것일지 다시 또 증명해 보면서 마치 문제풀이 하듯 차근차근 하다보면 어느새 비었던 곳이 제 결과로 메꿔져 논문이 한 편, 두 편 나오고, 제 이름을 걸고 발표한 논문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인용되고 좋은 평가를 받을 때 보람을 느끼지요.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멘토이신 Dr. Olefsky 께서 제게 자주 하시는 말씀인데요, "Smell the roses"..
좋은 데이타가 나왔을 때, 논문이 accept 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나 grant가 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무던히 씩 웃고마는 제게 너무 'blase' 한 것이 아니냐면서 당신이 젊은 시절, 비슷한 소식을 듣게 되면 너무 좋아 사모님과 근사한 저녁도 하고 자기 자신에게 축하하는 의미로 갖고 싶은 것을 사기도 하는 등 충분히 즐기셨다고, 즐거움을 미뤄두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중에 더 좋은 논문을 내면, 더 큰 연구비를 따면, 교수가 되면 등등으로 지금 즐겨야 할 순간들을 미뤄두면, 결국은 경쟁도 심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이 분야에서 한 순간도 즐겁지 못하고 각박하기만 할 거라고 말이지요.
이번 논문이 accept 됬다는 소식을 전해 주신 다음 날 물어 보셨습니다.
"어제 저녁에 뭐했니?"…
열심히 연구하고 열심히 즐기면서 사세요.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소속된 UCSD에서 당분간 계속 연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잘 이끌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고, 이번 논문에서 밝힌 neutrophil elastase action mechanism에 관해서도 추가 연구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학위 과정 부터 포스트닥 생활에 이르기까지, 또 미국 생활 5년 동안 감사 드릴 분들이 너무 많아 그때 그때 못 드렸던 인사를 이 자리를 빌어 드려야겠습니다. 학위하는 동안 너무나 많은 걸 잘 가르쳐 주셔서 그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서 있을 수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은 고려대 성재영 교수님, 좋은 논문 나왔을 때 먼저 메일 주셔서 축하해 주시고 늘 격려해 주시는 전남대 최흥식 교수님, 권혁방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5년의 포스트닥 생활동안 아낌없는 지원으로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도 공감하며 의욕을 북돋아 주시고 늘 동료과학자라며 존중해 주신 현재 멘토 Dr. Olefsky께는 뭐라 감사해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시작도 많이 두렵진 않습니다.
이곳 연구실에 같이 계실 때부터 큰 언니처럼 챙겨 주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신 지금도 항상 걱정하고 함께 좋아해 주시는 우석대 배은주 교수님, 곁에서 든든한 작은언니처럼 늘 잘하고 있다고 해주시는 정희경 박사님, 신나게 함께 일했던 연구 파트너이자 좋은 친구 Saswata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에 계시는 아빠, 엄마, 동생 정은이 내외, 사윤이, 늘 딸로 언니로 누나로 먼 곳에 산다고 할 도리 못하고 있어도 항상 응원해 주셔서 외롭지 않게 잘 지내고 있어요. 이 먼 미국까지 갓 태어난 손주 돌보러 오셔서 지난 1년 동안 고생해 주신 시어머니, 덕분에 아기 걱정 없이 연구실 생활 잘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부하는 마누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면서도 늘 잘 하길 바라고 좋은 일에 저보다 더 좋아하면서 항상 자랑스러워 해 주는 남편에게 새삼스러워 못했던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때문에 너무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가는 아들 두이, 그래도 씩씩하게 잘 자라주어 엄만 너무 고마워… 지금도 앞으로도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