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재생능력이 좋은 장기이지만, 바이러스나 알콜, 화학물질등에 의한 간손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 간섬유화가 생기면서 회복불가능한 간질환인 간경변증에 이르게 됩니다. 간경변증의 경우 간이식 외의 근치적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10여년 전부터 간경변증환자에 대한 골수세포치료가 연구되어왔고, 임상적으로도 상당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골수세포치료에 관한 연구는 전체 골수세포의 0.1%가 안되는 골수기원의 줄기세포에 촛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골수세포에는 줄기세포외에도 골수세포의 70-80%를 차지하는 CD11b+Gr1+ myeloid cell들이 있고, 이들은 종양이 있는 개체에서 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로서 종양의 면역회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실험실에서는 이 CD11b+Gr1+ myeloid cell들이 간경변증 환자의 골수세포치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알려지지 않은 역할을 밝혀내고자 하였습니다.
마우스에 간섬유화를 일으킨 후 GFP+ 골수세포를 주입해보니, 간섬유화가 줄어든 동시에 주입했던 골수세포들이 콜라겐을 합성하여 간섬유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활성화된 간성상세포 주위로 이동하여 있었습니다. 또한 주입된 골수세포에 의해 간성상세포의 활성화도 감소하여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골수세포와 간성상세포의 상호작용이 간섬유화 호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재미있게도 간성상세포는 retinoic acid를 통해 CD11b+Gr1+ myeloid cell의 IL-10 발현시키고, 이 골수세포는 IL-10 발현을 통해 간성상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콜라겐 합성을 감소시켜 간섬유화를 호전시킨다는 것을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연대의대의 김자경 교수님께서 골수세포치료를 하였던 간경변증 환자의 혈청에서 IL-10을 측정하셨는데, 골수세포치료의 효과가 좋았던 환자에서 IL-10이 증가하여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간경변증 환자에 대한 골수세포치료에서 IL-10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골수세포치료에서 CD11b+Gr1+ myeloid cell의 항섬유화효과를 규명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골수세포치료의 치료효과 강화 및 치료효과 예측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실험실은 의과학대학원의 간질환연구실 (Laboratory of Liver Research, Home page: http://web.kaist.ac.kr/~llr) 입니다. 정원일 교수님의 지도하에 M.D./Ph.D 과정의 학생과 학제전공 학생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간섬유화 및 간경변, 간암과 같은 다양한 간질환을 비롯해 비만 및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을 주된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 간을 구성하는 간세포 (hepatocyte)와 비간질성세포 (non-parenchymal cell)인 쿠퍼세포 (Kupffer cell), 간성상세포 (hepatic stellate cell), 및 자연살해세포 (NK cell)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의과학대학원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하여 임상과 생명과학 연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M.D./Ph.D.를 육성하는 목적을 갖고 설립된 곳으로 유욱준 대학원장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의 좋은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과 지도하에 뛰어난 학생들이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 연구를 시작하고 첫 일년간 의미있는 실험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간섬유화 유도방법을 바꿔본다던지, 골수세포주입 후에 효과를 분석하는 시간을 바꾸는 등의 여러 시도를 통해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연구활동은 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규명해내는 것이니만큼 어느정도의 고생은 필수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과정속에서 논문이 하나하나 완성되어가고, 그것이 인정을 받아 출판되는 순간의 기쁨이 연구활동의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처럼 생명과학연구에 무지한 임상의에게 실험실에서의 연구활동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노력끝에 원하던 연구결과를 얻었을 때의 성취감도 크고 임상에서 얻은 경험을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청춘을 바치기에 아깝지 않은 분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연구에서 다루어졌던 CD11b+Gr1+ 세포는 암환자에서는 면역반응을 억제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 전공이 '방사선종양학'인 만큼, 앞으로는 이 세포가 종양의 발생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보고 싶고, 한걸음 더 나아가 암환자에서 선천성 면역 (innate immunity)을 증강시켜 방사선이나 항암화학치료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방법을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항상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시고 좋은 말씀을 아끼시지 않은 정원일 교수님께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교수님 덕분에 부족했던 제가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공동연구를 진행하였고, 많은 도움을 주신 연세대학교의 김자경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실험을 자신의 실험처럼 열심히 도와주었던 연구실 동료들, 그리고 지금은 다른길을 가고 있지만 제 실험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박소영, 최얼도 너무 고맙습니다. 또한 연구하는 의사의 모범을 보여주시고, 제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올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신 연세대학교의 성진실 교수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아내 김하나에게도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