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포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 수준을 측정하는 단일세포 RNA 시퀀싱 (single-cell RNA-sequencing)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희귀 세포 등 특정 세포군을 분류하여, 각 세포군에 대한 차등 발현 유전자 (differentially expressed genes, DEG)를 발굴할 수 있게 합니다.
단일세포 RNA 시퀀싱 데이터를 분석하는 첫 번째 단계는 세포들을 세포군으로 분류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는 분류 결과를 바탕으로 세포군 사이에 유전자 발현량을 비교하여 (differentially gene expression analysis), 차등 발현하는 유전자 (DEG)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이 중 첫 번째 단계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오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 단계에서 연구자들은 다양한 파라미터로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데이터에 반복적으로 적용해가며 최선의 분류를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세포를 세포군으로 분류하고 세포 유형을 정의하려면, 해당 세포 유형의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 (gene expression profile)을 알아야 하는데, 이 프로파일은 이 데이터 분석의 결과로 알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순환논리입니다. 프로파일이 알려지지 않은 세포 유형들이 많고, 프로파일이 이전 연구에서 보고되었더라도 그 정보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이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세포 분류 과정 없이도 단일세포 RNA 시퀀싱 데이터에서 차등적으로 발현되는 핵심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 논문에서 저희가 제안한 알고리즘은 핵심 유전자가 보인다고 알려진 특성들을 고려하여, 세포군 분류 작업을 하지 않고 데이터에 있는 중요 유전자를 찾아냅니다. 연구자들은 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세포 분류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근본적으로 피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어떠한 편견(bias)도 없이 데이터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유전자를 찾아내기 때문에, 드넓은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며 신세계 아시아의 새로움을 찾아내고 동방견문록을 편찬하게 된 ‘마르코 폴로’의 이름이 차용되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마르코폴로 알고리즘을 사용해 기존 분석 방법으로는 발견되지 않은 여러 희귀 세포군과 중요 유전자를 발굴하여,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이고 나아가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법 개발까지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제가 학부생 인턴으로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과 유전체 생물정보학 연구실의 한범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진행한 연구입니다. 한범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연구 경험이 거의 없는 학부생이었던 저에게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저희 유전체 생물정보학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여러 통계·전산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연구실 홈페이지 (http://hanlab.snu.ac.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직접 구현하고 테스트해보는 과정은 항상 저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연구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항상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처럼 전산 배경의 학부생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경우를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학부 저학년이라면 학부 수업에 충실하시고 학점 관리를 잘하시면 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를 졸업하였는데, 학부 커리큘럼이 현재 연구분야와 관련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과제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지금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물론, 학부 수업에서는 연구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새로운 문제를 찾고 정의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 받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학부 수업에서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에 밤새워 몰두해 결국 성공시키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이는 나중에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부 고학년이 되어 관심분야가 어느정도 명확해지면 관련 분야의 교수님을 찾아가 연구에 매진하시면 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미국 시애틀에 있는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Computer Science and Engineering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Biomedical domain에 존재하는 여러 어려운 computational 문제에 주저 없이 도전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biologist나 clinician들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논문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로 임팩트가 있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 연구가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는 한범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좋은 연구자가 되는 것의 절반은 좋은 PI를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범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연구와 진로의 모든 면에서 어두운 바다의 등대 같은 존재이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학부생이었던 저에게 제가 원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마음껏 진행할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문제 정의부터 논문 작성까지 연구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모든 스킬들에 대해 상세히 지도해 주셨습니다. 또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항상 함께 고민해주셨고 통찰력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제게 부족한 점이 있을 때에도 교수님께서는 항상 사랑과 정성으로 섬세히 지도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교수님의 품을 떠나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지만, 교수님께 전수받은 연구 스킬과 삶의 지혜가 저에게 큰 도움 되고 있다는 것을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는 연구 외에도 제 진로에 대해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 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PI를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시어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연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의 뛰어난 사람들을 곁에 두고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배경에 따라 강점이 있는 부분이 다르고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매우 다릅니다. 다양한 관점의 사람들이 모이면, 문제 정의도 더 잘 되고, 여러 어려움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제 학부 배경 상 computational problem을 푸는 것은 잘하지만, 상대적으로 biology와 관련된 부분은 약합니다. 하지만 computational biology 주제의 논문을 써서 권위 있는 저널에 게재하기 위해서는, biologist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희 한범 교수님 연구실과 biologist이신 정기훈 교수님 연구실 간의 미팅에서 제기된 문제의식 ‘마커를 찾는 것이 어렵고 중요하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실제로 단일 세포를 다루는 연구자들의 커뮤니티에서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던 문제였습니다. 이 통찰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잘 정립하고 computational 해결법을 제안한 결과, 리뷰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순조롭게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아낌없이 저에게 물심양면으로 무한한 지원을 해주시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학업을 이어가는 것은 부모님의 응원과 지원 없이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single cell analysis
#computational biology
#ge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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