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초음파 영상은 병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어서 비교적 친숙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초음파를 통해서 체내 근육층, 혈관벽, 뼈 등 초음파를 반사시키는 구조들을 수백 um의 해상도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광음향 영상 기술도 초음파를 검출해서 영상으로 나타내는 기술이지만, 초음파를 송신하는 대신 펄스 레이저를 쏘아서 체내에 광학 흡수도가 있는 조직들로부터 선별적으로 초음파 신호를 발생시켜 원하는 조직을 선별적으로 영상에 나타낼 수 있습니다. 특히, 혈액이 가진 광학 흡수도를 이용해 외부의 조영제 투입 없이도 혈관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이 광음향 영상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광음향 영상 분야에서 인체 혈관 영상을 시도한 사례들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빛이 체내에 깊이 투과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부딛혀 있기 때문에 주로 조직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은 인체의 말단 부위를 영상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저희가 주목했던 질환은 발에 주로 발병하는 말초혈관질환으로, 당뇨병이나 흡연 등으로 인해 하지 동맥이 좁아져 혈액 공급이 약해지면 발 조직의 회복 능력이 떨어져 궤양, 괴사 등에 이를 수 있는 질환입니다. 이 질환을 좀더 민감히 진단하는 데에 광음향 영상이 제공할 수 있는 혈관 정보가 유용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첫 결과들을 이 논문을 통해 보고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도 발의 혈관을 영상화하는 광음향 기술 논문이 여럿 보고되었지만, 저희 연구에서 특징이 되는 점은 발의 윤곽을 따라 영상 프로브를 이동시키며 영상을 얻는 윤곽 스캔 기술, 획득한 3D 초음파 및 광음향 영상으로부터 발의 여러 조직 구조들(혈관, 피부, 뼈)을 추출해서 영상으로 나타내는 영상 처리 기술, 그리고 정상인을 대상으로 혈압계 커프를 이용해 다리의 혈류를 일시적으로 막았을 때의 변화를 광음향 영상 기술로 확인하였다는 점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정상인 영상을 통한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보고했지만, 이후에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 영상을 획득하고 연구될 수 있다면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연구는 제 박사과정 졸업논문 주제였습니다. 초창기에는 뚜렷한 방향이 잡히질 않고 타 그룹 유사한 연구들에 비해 기술적인 장점이 보이지도 않아서 수년간 진행이 잘 되지 않았던 연구였습니다. 임상 연구에서라도 가능성을 찾으려고 박사 졸업을 앞둔 시점까지 초기 임상 연구를 진행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들을 더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디펜스를 한 학기 앞둔 시점에 저는 그동안의 고민들과 주변 사람들의 코멘트를 통해 새 아이디어를 얻어 윤곽 스캐닝 기술을 구현해서 영상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했고, 이를 이용한 중간 결과들로 박사논문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치면서 영상 프로세싱 기술들을 보강하고 정상인들 대상으로 영상 결과를 확보해서 작년에 논문을 제출하게 되었고, 무사히 지금의 논문으로 열매를 맺어 이렇게 한빛사에 소개될 수 있었습니다. 연도로만 치면 5년에 걸친 연구였지만,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기 시작한 건 절반도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연구에 소질이 있을까 많은 회의감이 들게 했던 연구였지만, 뒤늦게라도 이렇게 좋은 결과로 맺어지고 나니 이제서야 진짜 졸업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제게 마일스톤이 되는 논문인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구실은 광음향 영상 기술을 작게는 나노 단위 현미경부터 크게는 센티미터 단위 임상용 단층 촬영 기기까지 넓은 범위로 구현하는 연구실입니다. 광학계 및 초음파 센서 설계부터 영상 시스템 설계 및 제작, 영상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전 범위로 연구하고 있고, 타 학과 연구실 및 병원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다학제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성원이 30명 정도 되는 큰 연구실이 되어 팀 단위로 주로 연구하고 있지만, 서로 간에 많이 소통하고 코멘트를 주고 받으며 배워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의료 공학을 연구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자부심이 있다면 사람에게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가 직접 사람에게 쓰일 때까지는 굉장히 먼 여정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공부하는 지식이 가장 피부로 와닿게 활용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 논문 속 연구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디펜스를 한 학기 앞둔 시점에서 윤곽 스캐닝 기술을 만들 때입니다. 그 전까지는 하드웨어 경험도 전혀 없어서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 기존에 있던 장비를 그대로 사용해왔는데, 졸업을 앞두고 크게 변화를 주려니 이도 저도 아니게 마무리를 못 할까봐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임상시험을 계속 실패하면서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니즈가 명확해졌고, 더 지체할 수도 없어서 시작해보게 되었습니다. 모터 스테이지와 부품을 새로 주문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마침 연구실에 재료들이 있었고,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시스템을 구축해 가다보니 매일매일 조금씩 진행되어 갔습니다. 마음이 급한 시기였는데도 제 발로 연구실에 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될 만큼 그 순간은 연구가 너무 재미있었고 너무 기뻤습니다. 결과적으론 걱정과 다르게 몇 주 되지 않아 윤곽 스캐닝 기능을 만들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해 급하게 나마 새 결과들을 얻어 박사 학위 논문에 실을 수 있었습니다. 논문이 됐을 때도 너무 기뻤지만, 이 기능을 만들었던 순간들이 더 보람되고 기억에 남고 기뻤던 것 같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실패할 수 있더라도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모든 가능성을 다 머릿속으로 구상해보고 스스로 설득이 되어야 움직이는 사람이었지만, 때론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취하면서 머릿속 고민들을 하나씩 비워 나가는 것이 동반되어야 훨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도움이 되는 말씀일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조금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저는 처음 대학원에 진학할 때에는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신호 처리에 관심이 있어서 무선 통신 분야 연구실에서 3년 반 정도 연구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삼성으로 취업을 하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보다는 더 몸으로 체감되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았습니다. 전 지도교수님께서 건강 문제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연구실을 옮겨야 해서 알아보다 보니 의료 영상 분야를 연구하시는 교수님이 계셨는데, 아무 것도 모르지만 막연하게나마 제 고민에 부합하는 분야일 것 같아서 지금의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대단한 목표를 가지고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불안했던 시기를 오래 거쳤지만, 다양한 세부 연구 분야가 파생될 수 있는 융합적인 연구 분야여서 뒤늦게 나마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신호 및 영상 처리 분야에서의 연구 주제들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생체로 부터 데이터를 획득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설계하고 다룰 때에 단순히 장비의 성능 외에도 안전성, 사용 편의성, 변수 통제 등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임상에 적용하는 연구의 경우, 기술적인 탁월함만 강조하기 보다는 의료 행위 상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연구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핵심적입니다. 의료적인 니즈가 먼저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기술을 보고 나니 새로운 니즈가 생겨날 수도 있으니 의료진과의 협업이 원활한 환경일수록 더 의미 있는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최근에 유학을 오게 됐는데, 대학원 시절에 했던 영어 발표들과 질의응답 훈련들이 정말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저도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 앞에서 말하는 것이 많이 떨리고, 특히나 질문을 할 때 혹시나 바보 같은 질문을 하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많았습니다. 대학원 시절에 랩 세미나 시간에 영어 발표나 질문들을 훈련 받으면서 점차 익숙해졌고, 이 경험들이 지금 미국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 기본적인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꼭 영어가 아니더라도 평소 수업이나 세미나 시간 등에서 엉뚱한 내용이더라도 괜찮으니 질문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최근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와서 Stanford Medicine에서 Visiting Scholar로 초음파 및 광음향 영상 기술 관련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학위 기간 동안에는 연구실의 주력 분야인 광음향 영상 분야에서 연구를 해왔지만, 한 단계 분야를 넓혀서 초음파 영상 쪽으로도 연구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학부 때부터 포항에만 계속 있었는데, 이 시기를 통해 제 시야를 넓혀가는 계기가 되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진로는 계속 고민중이지만, 연구직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해야 제 대학원 지도교수님과 차별화된 연구를 개척할 수 있을지가 가장 관건이 되는 시기일 것 같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생각지 못하게 먼저 연락 주셔서 제 논문을 여러 쟁쟁한 연구들과 함께 이 공간에 소개해주신 BRIC 한빛사 운영진께 감사드리며, 이 지면을 빌려 개인적인 감사의 말씀들을 한번 더 전하고 싶습니다.
우선 이 연구를 믿고 맡겨 주시고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김철홍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늘 고민만 많고 행동이 느리던 제가 많이 답답하셨을텐데, 많이 늦었지만 이 한빛사에 소개될 수 있을만한 영광스런 결과로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이제야 저도 마음이 놓입니다. 저를 혼자 고민하게 두지 않고 곁에서 함께 고민해주고 아이디어를 공유해 준 BOA lab 동료들과, 서툴렀던 임상시험부터 함께해주시며 방향을 조언 해주신 서울성모병원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항상 자신 없고 조급하고 스트레스 속에서만 살아가던 저를 가까이에서 보듬어주고 응원해주신 가족들께도 한번 더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늘 불안한 고민들과 불평들만 전해드렸지만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부모님과 동생 성연이, 아직 자리도 잡지 못한 저를 자랑스레 여겨주시고 기도 아끼지 않으신 장인장모님과 준용 형님, 슬아 누님, 조카 이솔이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제 모든 못난 모습들을 가까이서 보면서도 사랑으로 함께 견뎌주고 편이 되어 주고 기도하며 기다려준 아내 혜정이와, 아빠의 가장 힘겨운 시기부터 보아오며 지금까지 편견 없이 먼저 다가와주고 코로나 속에서도 건강히 사랑스럽게 자라준 아들 주원이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이 순간까지 자기 일처럼 기도해주셨던 경주 경일교회와 섬기는목장 식구들, 포항 기쁨의교회, 그리고 공대기도모임 식구들께도 제게 주신 것보다 더 많은 하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격 없고 걱정 많고 믿음 없는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이 길을 걷게 하시고 생각지 못한 성과들을 안겨주시며 세워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도우셨음에도 아직도 저는 한치 앞의 일도 두렵고 무엇을 먹고 마실지 현실의 걱정들만 하면서 살아가지만, 제 삶이 어떤 모습으로든지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삶이 되도록 매일 하나님의 마음으로 채워주시고 인도해주시길 소망합니다.
#초음파 영상
#광음향 영상
#의료 영상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