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는 소아 돌연사 증후군의 유전적 원인에 대해 규명한 연구입니다. 소아 돌연사 증후군이란 건강한 아기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로 부검이나 사망 당시의 상황이나 사후검사, 병력 검토를 해 보아도 사망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갑작스런 죽음을 의미합니다. 흔히 영아급사증후군 또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1세 미만의 영아 뿐만 아니라 1세 이후에 찾아온 유아의 돌연사도 포함하여 소아급사의 전반적인 유전적 원인에 대해 조사하였습니다. 영아급사증후군은 일반적으로 미국 내 영아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분야는 여러 요인에 의해 그동안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오지 못했습니다. 1)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병력검토나 사후부검에서도 원인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고, 2) 흔하게 발생하지 않는 점, 3) 발달 단계에 있는 소아의 호흡-순환계-자율 중추-수면에 대한 정상 생리의 과학적 이해의 부재, 4) heterogeneous outcome measurements, 5) 무엇보다 갑작스런 아이의 상실로 인한 부모의 애도, 죄책감, 그리고 비통함으로 인한 코호트 모집의 어려움 등이 원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보고된 단면연구나 케이스-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엎드려 재우거나 간접흡연 등의 요인들이 위험인자로서 제시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에 Filiano and Kinney에 의해 정립된 “The Triple Risk Model”이 현재 가장 설명력 있는 가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는 critical period에 있는 환아들 가운데 intrinsic vulnerability를 가진 아이가 extrinsic stress요인에 의해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2000년도 이후에 이 영아급사증후군이 병적인 유전적 변이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환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유전자 패널 검사에서 심장 돌연사 및 부정맥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높게 확인이 되고 (Ackerman et al. 2001), 2년전에는 SIDS에 비해 조금 앞서 발생하는 stillbirth (Stanley et al. 2020) 의 태아 조직을 이용하여 몇가지 유전적 속성을 알게 됩니다. 유산, 사산, 그리고 이들의 스펙트럼 중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가설화 된 본 연구는 전장엑솜분석을 이용해서 bias없이 소아 돌연사 증후군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변이들을 ACMG (미국의학유전학회) 의 기준에 따라 질적으로 평가하고, 표현형-유전자형 비교 및 코호트 간의 burden analysis를 통해서 소아 돌연사 증후군을 유발하는 유전적 원인에 대해 규명하였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소아 돌연사 증후군 환아집단을 모집하는 것이였는데, 질환 자체가 사망률 1위를 차지하더라도 흔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Roberts Program (in Boston Children’s Hospital) 에서 환자 가족과 부검의, 법의관들의 참여와 도움으로 지난 2012년 이래 10년간 352 케이스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 죽음이라는 결과를 통해 질환의 병태생리를 바라보기 때문에 다양한 분과가 (병리과, 일반 소아과, 대사질환, 신경계, 의학유전, 소아심장과, 소아내분비 등) 다학제적으로 케이스 하나하나를 토론하고, 유전적 원인에 대해 평가의 노력이 필요하였습니다.
연구의 결론은 약 1) 11% 정도의 집단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병적 변이 (pathogenic/likely pathogenic) 를 찾을 수 있었고, 추가적인 불확실한 변이도 발굴하였습니다. 이들 중에는 새로운 de novo 변이들도 발견하였는데 2) 정상 소아의 코호트와 비교하였을 때 소아 돌연사 증후군의 경우 3.13배의 높은 비율의 rare damaging de novo변이를 가진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3) 추가로 이번 연구에서는 과거에 보고되었던 심장 돌연사, 부정맥 유전자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뇌전증이나 뇌발달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3.91배 높은 비율로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실제로 몇몇 뇌조직 사후병리에서 성인의 temporal lobe epilepsy와 유사한 구조물들이 발견되고는 합니다). 이로써 질병이 아직 드러나지 않거나 진행중 일 수 있는, 소아의 발달에서 이러한 질병의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을 때에 원인 모를 사망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보스턴 어린이 병원은 하버드 의학대학원의 소아과 수련병원으로 일반적인 소아질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희귀 케이스들의 진료를 갖추고 있습니다. 멘델리안 유전의 문제나 선천성 기형의 질환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일부는 원인이 아직 모르는 경우도 있고 또 일부는 교과서나 잘 정립된 사실과 아주 잘 부합하는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중 뇌전증/신경발달 유전학 Program 및 소아 돌연사 증후군 Program에서 일을 하고 있고, 유전학 적인 원인을 찾으면서 이에 대한 치료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가장 보람이 있을 때는 환자의 부모와 만나서 유전적 원인을 설명해주고 이에 대한 애도와 공감을 할 때 입니다. 원인에 대한 답이 실제로 환자분들과 가족들에게 사별/질병에 대한 이해와 위로가 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 있어 유전상담사의 역할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한의학유전학회의 노력으로 유전상담사들이 발굴이 되고, 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압니다. 이 분들의 역할에 지지를 보내고 싶고 관련 정책들이 잘 정착되기를 기도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과학의 길을 찾아서 꾸준히 고민하다보면 조금씩 성장하고 그곳에서 다음 질문과 방향에 대한 새로운 지혜를 얻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서 수행한 연구는 연관성 연구여서 제가 찾은 결과를 기능적, 인과적으로 확인해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전적 압력과 소인을 가진 경우에 사망률에 어떠한 영향을 보이는지, 그 기전이 무엇일지에 대한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뇌전증이나 뇌신경발달의 문제의 기여에 대해 특별히 더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다른 유전적 기전에 대해서도 (체성유전변이, 염색체 구조, 복제수 변이 이상 등) 고려해보면서 이들이 어느 정도 이 질병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에서 인간 신경유전학을 연구하고 있는데, 뇌 발달과정에서 변이로 인해 신경발달, 뇌전증, 자폐증과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새로운 유전자나 이들에 대한 기능적 검증에 관심있게 연구해보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서 아이의 뇌발달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에 좀더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 [구인] 환자에게 발견된 유전적 변이들을 zebrafish modeling을 하고 있는데 혹시 주위에 함께 일을 할 수 있을 분이 있다면 메일 (hyunyong.koh@childrens.harvard.edu)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에 있어 큰 도움을 주신 환자분들의 부모님들과 재단, Roberts Program소속의 Richard D. Goldstein, Ingrid A. Holm, Gerald T. Berry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연구 환경을 만들어주시는 Annapurna Poduri 선생님과 멘토링해주시는 이은정 교수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과학을 하는 방법을 훈육해주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신의철, 고규영, 김하일, 주영석, 김진국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함께 매 순간마다 진로와 과학의 토론에 도움을 주신 한국과 보스턴에서 만난 인연들과 선후배 및 신경유전체의학 연구실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부족한 저를 늘 지지해주시는 가족과 부모님, 장인 장모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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