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종양미세환경 내에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fibroblast, endothelial cell 및 immune cell 등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종양미세환경 내의 여러 인자들이 암세포에 어떠한 역할을 하고 상호작용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항암제 개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논문은 2018년 PNAS에 발표한 논문 (https://pubmed.ncbi.nlm.nih.gov/29311298)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구결과로서, 종양미세환경을 면역억제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하는 분자기전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항암치료제 표적으로서의 가능성을 연구하였습니다. KRAS 발암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촉진되는 폐암 발생 마우스 모델에서 종양억제단백질 IKKα의 발현이 저하될 경우, 면역억제적인 cold tumor로 변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러한 면역억제적 종양미세환경은 macrophage에 의해 CD4 T cell에서 TNF-TNFR2-c-Rel 신호전달이 활성화되면서 regulatory T cell이 증가하는 것에 기인하였고, 반대로 이 신호전달 체계를 저해하면 암화과정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미국 National Cancer Institute (NCI)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시작한 연구 중 일부로써 2018년에 출판된 PNAS 논문과 더불어, 2013년 공동저자로 참여한 Cancer Cell에 출판한 연구결과 (https://pubmed.ncbi.nlm.nih.gov/23597566)인 IKKα kinase dead 마우스에서 squamous cell carcinoma (SCC) 형태의 폐암 발생이 관찰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구를 시작할 당시, 폐암 adenocarcinoma (ADC)의 경우 미국 MIT의 Tyler Jacks 박사 연구팀에서 제작한 KrasG12D 돌연변이 마우스가 대표적인 모델로 활용되고 있는 반면, 폐암 SCC 마우스 모델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KrasG12D 돌연변이 마우스와 IKKα kinase dead 마우스를 교배함으로써 폐암 ADC에서부터 SCC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폐암 형태를 관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분자 기전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마우스를 교배하였을 때, ADC 형태의 폐암이 이른 시기에 현저히 발생하여 이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마우스가 사망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원래 연구를 시작한 의도와는 달리 다양한 스펙트럼의 폐암 형태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연구의 방향성을 전환하여 폐암의 redox status에 따른 종양면역미세환경의 변화 및 면역세포들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이를 2018년 및 2022년에 PNAS에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연구가 처음 설정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연방정부 소속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산하 연구소 중 가장 규모가 큰 NCI는, 메인 캠퍼스가 있는 Bethesda 외에도 Rockville, Baltimore, Frederick, Shady Groove 등 메릴랜드 주 여러 도시에 캠퍼스가 분산되어 있습니다. 저는 NCI-Frederick 캠퍼스에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다른 캠퍼스에 비해 규모가 작고 한국인 연구원도 많지 않았지만 동물연구시설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어서 마우스 모델을 주로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기엔 굉장히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또한 다른 캠퍼스들과도 1시간 이내 거리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공동연구를 진행하거나 각 캠퍼스마다 특화되어 있는 여러 core facility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NCI-Frederick의 Yinling Hu 박사님의 지도하에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Yinling Hu 랩은 저를 포함한 포닥 세 명 및 테크니션 한 명으로 구성되어 매일 긴밀하게 디스커션을 하며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Yinling Hu 박사님은 비록 실패할지라도 도전적인 실험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격려해 주셔서, 연구 내용뿐만 아니라 연구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편, 서울살이에 익숙하던 제게 Frederick은 목가적인 풍경을 간직한 도시였습니다. 초여름 너른 들판에 수많은 반딧불이가 반짝거리던 몽환적인 장면은 충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고, 포닥 생활 중 때로 지치고 힘이 들 때마다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멋진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그분들을 보며 제가 하는 연구가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구라는 것은 결국 수많은 과학자들이 밝혀낸 연구결과들이 조각의 형태로 존재하다가,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퍼즐로 완성되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 재해석되기도 하고, 또 다른 쓰임으로 갈래갈래 이어지고 퍼져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제 작은 연구결과들 역시 큰 그림의 일부가 되기도, 혹은 그 밑그림이 되기도 할 것이라 믿으며, 수많은 퍼즐 조각 중 하나를 메워 나가는 기쁨을 만끽하며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는 과학적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노력, 번뜩이는 아이디어, 물리적인 시간과 노동력을 모두 필요로 하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그렇지만 연구과정에서 지금까지 소명되지 못했던 부분을 명확하게 밝혀내고, 크고 작은 발견들과 마주하는 그 순간의 기쁨은 그동안의 어려움을 충분히 보상해 주는 것 같습니다. 막막한 연구더라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 어느 순간에 논문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2019년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교실 조교수로 발령받아 새롭게 연구실을 오픈하였습니다. 현재 박사과정 한 명 및 석사과정 두 명과 함께 cancer cachexia, 구강 마이크로바이옴, 그리고 쓴맛 수용체 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Cancer cachexia는 암으로 인해 근육 및 지방이 소실되는 소모성 대사질환으로, 암 환자가 사망하는 큰 요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은 딱히 없습니다. 저희는 현재 마우스 lung cancer-induced cachexia 모델을 활용하여 cancer cachexia가 일어나는 기전에 대해 마이크로바이옴 및 면역세포를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강 마이크로바이옴과 대장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성 및 쓴맛 수용체의 암화 과정에 있어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에 관심이 있는 박사후 연구원 및 대학원생분들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이메일 nysong608@yuhs.ac / 전화 02-2228-3056).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서울대 약대 학부 재학 시절, 석박사 지도교수님이셨던 서영준 교수님의 종양학 강의를 들으며 암연구자의 꿈을 키운 것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시며 좋은 멘토의 자질이 무엇인지 몸소 알려주신 서울대 약대 생화학실 서영준 교수님과 미국 NCI Yinling Hu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새로운 둥지를 틀고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신 정원윤 교수님을 비롯한 연세대 치대 구강생물학교실 교수님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여전히 매 굽이굽이마다 갈팡질팡할 때 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천경수 교수님, 차혁진 교수님, 김정환 교수님, 김도희 교수님 등 선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저를 믿고 연구실에 합류한 박세영, 황병오, 양석원 학생과 열심히 연구를 지원사격해주는 김보미 선생님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Tumor microenvironment
#immunosuppression
#regulatory T c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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