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류가 집단을 이루고 도시를 세우면서 전염병은 인간사회의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였습니다. 역사의 변곡점을 야기하는 흑사병,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의 창궐은 방역과 치료법 발달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도의 의료기술을 가지고 있는 현대에 들어서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같은 전염병 사태를 겪었습니다. 특히, 2019년 중국 우한에서 보고된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3개월 만에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일상생활의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변화시킨 질병으로, 지속적인 변종과 무증상자의 출현은 바이러스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조기진단기술의 개발을 촉진하였습니다.
개개인이 고유한 지문을 가지고 있듯 구성원소들의 결합형태에 따라 결정되는 물질의 고유진동수는 전자기파와의 상호작용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 중 테라헤르츠(terahertz, THz) 대역의 전자기파는 주파수 대역폭이 넓어 분자간력, 수소결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광자의 에너지가 낮아 생체시료에 무해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DNA, 아미노산, 단위체(peptide)와 같은 미세한 생체시료들의 고유정보까지 (Label-free)비표지식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테라헤르츠파와 물질간의 낮은 상호작용 확률, 신호 증폭 기술의 부재로 미세한 생체시료들을 직접 검출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특정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증폭하는 메타물질을 도입하여 민감도를 향상시켰습니다.
본 연구에서 진행한 테라헤르츠 분광법과 메타물질을 활용하여 아미노산 단위의 변화를 추적하는 연구는 초기 구상과 사뭇 달랐습니다. 전체구조(full sequences)를 갖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들로부터 광학적 신호 변화를 분석하였는데, 시료마다 크기(length)가 달라 아미노산의 구성비에 따른 변화를 정확하게 관찰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아미노산이 테라헤르츠 신호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관찰하기 위하여 82% 이상의 유사 아미노산 배열을 갖는 베타코로나바이러스 속(genus)에 해당하는 SARS-CoV와 SARS-CoV-2의 핵심 단백질 단위체 검출을 시도하였습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영역에서 선정된 단위체 내 주요 아미노산들이 가지는 테라헤르츠 대역에서의 흡수율에 대응하는 메타물질을 설계하고, 메타물질 표면 위에 단위체를 균일하게 분산하여 신호 변화를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 기존 분광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료의 광학 상숫값 뿐만 아니라 단위체의 전하량, 극성, 소수성 지표와 같은 물성이 테라헤르츠 신호 변화에 반영된 부분을 확인했습니다. 이와 같이 아미노산 단위의 변화를 인지할 수 있는 테라헤르츠 분광법과 메타물질을 활용한 분석법은 향후 새로운 전염병과 그로부터 출현할 구성인자가 미세하게 다른 변종 바이러스들에 대하여 신속하게 정확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유용한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급속 분광학과 메타물질을 다루는 서민아 책임연구원의 테라헤르츠 광학 연구실(https://sites.google.com/site/terahertzseo/)과 질병 검출을 위한 세포와 바이오마커를 다루는 송현석 선임연구원의 연구실이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테라헤르츠 광학 연구실은 차세대 6G, 7G 대역폭으로 주목받는 테라헤르츠 대역을 이용하여 반도체 물질의 특성 분석부터 생체시료 검출 및 이미징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융복합 연구를 물리학, 광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의 연구진이 모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진취적이고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하는 연구실 분위기가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주전공인 전자공학과가 무색하게 느껴질만큼 수행한 연구분야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광전소자의 열분석과 외부양자효율 개선을 위한 나노광학구조 개발을 하다가 산화물 발광체 합성, 그리고 융합연구로 신재생에너지의 일환인 마찰전기나노발전기, 분광학 기반 바이오진단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일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의논하며 가설을 제시하고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게재된 순간 느껴지는 성취감이 지금까지 연구자의 길을 걸어오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지금까지 공부해 온 부분과 다른 생소한 분야를 접해야 한다는 사실에 융합연구에 머뭇거리거나 지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기존에 수행했던 라만 분광법과는 다른 테라헤르츠 분광법으로 SARS-CoV의 단위체 분석을 하면서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를 의심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은 달성한다”라는 공학도의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끈기 있게 연구에 집중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분광법 기반 생체진단의 민감도, 재현성을 향상시켜가며 점점 소재, 생명공학, 화학공학 등 다른 분야와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테라헤르츠 메타물질은 활성영역이 마이크로 크기로 작은 생체시료가 내부에 안정적으로 포집되기 어려운 구조이기에 나노구조를 도입하여 개선해 나가고자 합니다. 지금은 전기화학, 리간드, 라만 분광법을 연계한 표면증강라만분광법을 연구하며 생체 내 극미량 시료를 검출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물질들의 고유신호를 분류하기 위해서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머신러닝기술을 공부해 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 진척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음에도 끝까지 믿고 맡겨 주신 서민아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실험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준 공동주저자인 이연경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공저자이자 테라헤르츠 분광법과 관련하여 열정적인 논의를 한 금오공대 이상훈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실험에 도움을 주신 곽지성, 송현석 박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Terahertz Time-Domain Spectroscopy
#Metamaterial
#Biosen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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