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에서는 여러 현미경의 장점을 결합한 인공지능(AI) 기반 3차원 현미경을 개발하였습니다.
대부분의 현대 생명과학 연구에서는 형광(fluorescence) 현미경 또는 관련 기술이 사용됩니다. 형광은 다양한 분자생물학 기법들을 통해 세포 내 특정 구조를 표지함으로써 높은 생화학적 특이성(biochemical specificity)을 갖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를 이미징할 경우 photobleaching 및 phototoxicity 때문에 초고속 또는 장기간 촬영이 어렵고, spectral overlap 때문에 다수의 구조를 동시에 보는 것이 힘들며, 형광 표지 자체가 세포의 상태에 영향을 줄 가능성 등 여러 단점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형광과는 반대의 특성을 갖는 비표지(label-free) 방식의 현미경들도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본 연구에서 사용한 3D 홀로그래픽 현미경은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특성인 굴절률(refractive index)을 빛의 간섭을 이용해 정량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아무런 염색 없이 3차원 이미징이 가능합니다. 이 경우 앞서 언급한 형광의 문제들을 모두 피할 수 있지만, 굴절률과 세포 내 구조들의 관계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아서 생화학적 특이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AI를 이용하여 굴절률 공간 분포를 해독하였고, 이를 통해 홀로그래픽 현미경 영상으로부터 형광 현미경 영상을 직접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 참고). 즉, 형광 표지의 문제를 피할 수 있는 홀로그래픽 현미경으로 실제 측정이 이루어지지만 AI를 통해 형광 현미경의 특이적인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 상태의 세포에서 다수의 세포 내 구조를 동시에 3차원으로 볼 수 있으며, 초고속 또는 장기간 측정이 가능합니다.
놀랍게도, 학습된 AI는 기존 데이터셋에 포함되지 않은 cell type들에서도 상당히 잘 작동합니다. 이는 3차원 굴절률이 아닌 stacked bright-field, phase contrast 등을 이용한 관련 연구에서는 볼 수 없던 특성으로, 굴절률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생화학적 특이성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범용성 덕분에 이번에 개발된 AI 현미경 기술은 다양한 생물학 및 의학 연구에 빠르게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학부연구생으로 있었던 KAIST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님 연구실(Biomedical Optics Lab, BMOL)에서 진행되었습니다. BMOL은 앞서 소개한 홀로그래픽 현미경과 같은, 빛의 파면(wavefront)을 측정하고 제어하는 광학 기술을 개발해서 다양한 생물학 및 의학 문제에 응용하는 연구실입니다. 또한 저를 시작으로 2013년 즈음부터 머신러닝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현재 광학-생물학-AI 융합연구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관련 국제학회 의장을 맡고 계실 정도로 BMOL은 홀로그래픽 현미경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2015년에 학부연구생으로 있었던 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님 연구실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허원도 교수님 그리고 박외선 박사님께서는 2000년대 초반 Stanford 시절부터 cloning을 통해 방대한 DNA 라이브러리를 구축하시고 이를 이용한 형광 이미징을 통해 멋진 cell signaling 연구들을 하셨는데, 덕분에 본 연구에서도 수월하게 고품질의 형광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KAIST에서는 cryptochrome과 같은 light-activated oligomerization module을 응용해서 세포 내의 다양한 분자들을 제어하는 분자광유전학(molecular optogenetics) 분야를 선도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BMOL 기술로 창업한 (주)토모큐브 역시 본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토모큐브는 저희가 BMOL에서 custom으로 만들던 3D 홀로그래픽 현미경 그리고 데이터 형식을 규격화 및 제품화 하여 생명과학 연구자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덕분에 본 연구에서도 대규모 데이터 획득 및 처리가 용이했습니다. 저는 2018년에 잠시 토모큐브 소속으로 일을 했는데, 당시 제 연구들을 기반으로 AI팀을 만들게 되면서 현재는 저희가 연구했던 AI 기능들이 토모큐브 현미경에 일부 탑재되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스무 살에 연구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거의 10년 동안 한 연구 테마를 키워오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유사한 박테리아의 종을 홀로그래픽 현미경으로 구분해서 신속한 패혈증 치료에 응용하고자 하는 연구를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 분야에 머신러닝을 처음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비슷한 방법으로 림프구 subtype sorting, 적혈구를 통한 질병 진단 등 다양한 cell classification 문제로 확장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굴절률 토모그램 안에 숨어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결국 본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연결되고, 또 연구 결과가 일부 제품화 되어 세상에 나가기도 하면서, 아주 exciting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광학-생물학-AI 사이의 융합분야는 현재 굉장히 active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우선 탄탄한 quantitative background를 갖추고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publication cycle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유학준비생 입장에서는 빠르게 성과를 내면서도 다양한 주제를 접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2018년 가을에 Stanford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현재는 Karl Deisseroth 교수님 연구실에서 시스템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행동하는 동물에서 다수의 신경세포 활동을 측정, 제어, 모델링하는 일을 하고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사실 예전에 연구하던 주제들과 긴밀히 연결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곧 구체적인 결과들을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함께 연구했던 분들 그리고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microscopy
#deep learning
#cell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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