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치의학에서 글래스 아이오노머 시멘트로 대표되는 폴리알케노에이트 시멘트(PAC)는 생체 내에서 칼슘, 불소 등과 같은 다양한 이온들이 생체 내 유리되는 특성을 활용하여 충치로 인해 파괴된 치아의 재생을 위해 오랜 세월동안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PAC의 생체 활성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였는데 (i) 글래스 내 양이온 네크워크 개질제만 사용하여 이온 방출의 효율성이 낮았고, (ii) 재료 표면이 세균성 바이오필름에 오염될 시 이온 방출이 급격하게 저해되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기존 PA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mZM (multivalent zwitterionic network modifier, 다가 양극성 네트워크 개질제)을 적용시킨 zPAC을 세계 최초로 개발함으로써 기존 대비 이온 방출 및 생체 활성을 상향 조절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PAC은 글래스 내 비가교 산소의 비율을 증가시켜 이온이 쉽게 방출될 수 있는 채널을 형성하였고, 이를 통해 이온 방출 및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유사체의 표면 침착을 약 74% 증가시켰습니다. 또한 성견을 이용한 중대형 동물 모델에서도 zPAC의 향상된 재광화 능력과 더불어 기존 대비 세균성 바이오필름의 부착을 약 68% 감소시킴과 동시에 바이오필름을 구성하는 미생물 종의 분포 또한 정상화시킴이 확인되었습니다.
zPAC은 치의학을 넘어 재생 의학 분야에도 널리 적용될 수 있는 유망한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며, 이를 통해 손상된 치아 또는 골조직의 재광화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날이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Advanced and Innovative Biomaterials Engineering 연구팀(Team AIB)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학교실 최성환 교수님과 치과생체재료공학교실 권재성 교수님의 지도 하에 실제 임상에서 사용 중인 다양한 치과생체재료의 생체적합성, 생체친화성 및 생체활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연구들을 진행 중에 있으며, 치과의사뿐만 아니라 재료공학, 생명공학, 의공학, 치위생, 치기공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우수 인재들이 모여 융복합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구강 내에서 바이오필름에 의한 오염을 차단할 수 있는 방오성 치과생체재료(antifouling biomaterials)의 개발입니다. 바이오필름은 소화기 및 심혈관계를 포함한 감염성 전신질환의 원인이며, 특히 치과생체재료의 표면에 생성되는 바이오필름의 경우 구강 속 세균이 응집해 생기는 일종의 세균막으로 치아 우식, 치주염, 치근단 염증 및 임플란트 주위염 등 구강 내 국소적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지금까지 생체 환경에서 양극성 이온(zwitterions)을 이용하여 두꺼운 수화층(hydration shell)을 형성하면 이 수화층이 타액 단백질, 세균 및 진균의 부착을 억제하고 결국 세균성 바이오필름의 생성 및 부착을 억제하는 방오효과(antifouling effect)가 향상됨을 증명하였고, 이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몇몇 기업과 기술이전을 동반한 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두번째는 파괴된 치아 및 골조직의 재생을 위한 생체활성 치과생체재료(bioactive biomaterials)의 개발입니다. 이번 인터뷰에 소개된 논문의 핵심으로, 생체 내에서 탈회된(decalcified) 또는 파괴된 치아 조직 또는 골 조직의 재생(regeneration)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재광화(remineralization)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칼슘, 인 등의 이온이 필요하며, 이와 같은 이온을 생체 내에서 충분히 유리시킬 수 있고, 치아치수줄기세포(dental pulp stem cell) 또는 중간엽세포(mesenchymal stem cell)의 분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신개념 생체재료의 개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처음 연구활동에 임하고 랩미팅에 참여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열정이 넘치시는 교수님들의 토론이었습니다. 새로운 문제에 부딪혀도 끊임없이 해결책을 탐구하시고, 색다른 관점으로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시는 학구열을 옆에서 경험하면서, 그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여러 동료들의 조언과 더불어 특히 앞서 언급했던 학구열 넘치시는 두 교수님의 지도는 부족한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논문에 실린 데이터뿐만 아니라 모든 연구 내용과 흐름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실험 결과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통해 얻어졌기에, 연구와 논문이라는 것은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화합의 작업물이라는 사실을 많이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세운 뒤 손수 실험을 통해 객관적인 현상을 관찰하여 가설을 검증하는 일련의 과학적 탐구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저희 연구팀에서 저는 주로 세균과 바이오필름 관련된 실험을 많이 해왔습니다. 똑같은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로 실험하다 보니 매번 정확하게 컨트롤하거나 정량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지만, 여러 번의 반복 실험을 통해 비슷한 경향성을 확인하고 결국 저희 가설을 증명할 수 있게 될 때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아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엔 부족하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다면, 학부 때 의공학을 전공한 저에게 치의학은 굉장히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실험과 더불어 연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차근차근 가르쳐주신 교수님과 팀원들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치의학 관련 학부를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본래 본인이 가지고 있던 학부 시절 지식이 치의학 범주와 만날 때,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학문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시각과 열린 사고로 문제를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치과생체재료 분야는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무궁무진합니다. 사용되는 재료의 소재가 금속, 세라믹, 고분자 등으로 다양할 뿐 아니라, 이들이 생체재료로서 가져야 하는 기본적 특성을 만족해야 하면서도 기존의 재료보다 우수한 생체 활성기능을 갖는 신재료의 개발이 치과 임상에서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른 학문 분야에서 치의학으로 도전하는 일, 특히 치과생체재료를 연구하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마시고 저처럼 새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성취하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논문에 발표했던 zPAC뿐만 아니라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면서도, 바이오필름의 의한 오염을 차단하고, 내구성 및 생체활성을 동시에 보일 수 있는 치과생체재료의 개발을 위해 계속해서 교수님, 동료들과 함께 연구에 임하고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 진행되는 연구에서는 줄기 세포와 관련된 실험들도 배워서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조금 더 키우고 싶습니다.
위의 연구와는 조금 다른 갈래의 이야기지만, 세균과 관련된 실험을 주로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실험실 내 오염입니다. 단일 균주를 배양하는 도중 일어나는 오염은 배지, 클린벤치, 인큐베이터를 비롯한 여러가지 실험 환경을 최대한 제어함에도 불구하고 가끔 생기는 문제였습니다. 실험 장비 및 물품이 한정되어 있어 세균과 진균용을 완벽히 분리하여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만 이때 발생하는 오염은 며칠 동안 진행하던 실험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골칫거리였습니다. 아직은 먼 꿈 같은 이야기지만, 저는 RNA sequencing을 통해 어떤 미생물의 염기 서열을 분석하고, 이 염기 서열을 제어하여 배양하고자 하는 균주 외의 오염원이라 판단되는 균주를 선별해 사멸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실에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공부하고 실험하고 있는 모든 Team AIB 식구들,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더해 논문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공과대학 화학생명공학과 최우진 선생님, 전반적인 논문 작성에 큰 도움을 준 Mangal 선생님,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제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주신 서지영 선생님, 그리고 이 모든 연구의 지도를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공과대학 화학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님, 권재성 교수님, 특별히 최성환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불어, 저의 부족함 때문에 넘어지려고 할 때마다 항상 저에게 정신적인 지지를 보내며 큰 힘이 되어준 가족과 친구들, 성영이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길을 인도해주시고 이 모든 일을 제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Bioactivity
#Ion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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