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는 이번 논문에서 차세대 초고속 서열 분석 기술 (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를 이용하여 18명 한국인의 유전체와 전사체(transcriptome)를 동시에 분석하였습니다. 본 논문은 저희 연구소에서 2009년 8월 Nature 에 게재한 한국인 1명의 전장 유전체 서열 분석의 확장 연구로서 이루어 진 것입니다 (Kim J. et al., A highly annotated whole-genome sequence of a Korean individual. Nature, 2009). 본 논문에서는 한국인 여러명의 유전체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2009년 당시 한국인 1명 만을 분석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인에서 특히 흔한 유전자 변이라든지, 한 개인의 유전체에 존재하는 희귀 변이 (rare variant)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유전체뿐만 아니라 전사체를 동시에 분석함으로써, 유전체의 ‘기능적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DNA에서 없던 변이가 RNA에서 자체적으로 생기는 TBM (Transcriptional Base Modification) 현상을 발견하기도 하였습니다.
2007년 차세대 초고속 서열 분석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본 기술을 이용하여 수 많은 논문이 출판되었습니다. 본 기술은 target sample 의 전체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본 기술은 이제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쓰일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NGS는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앞 뒤 살피지 않고 서열 분석을 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주는 대신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할 뿐입니다. 생물학적 질문, 계획, 실험 및 분석이 모두 정확하게 이루어질 때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본 논문을 준비 과정에서 매우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야 할 지 수 없이 고민하였습니다. 논문 제출부터 약 8개월 간의 산고 끝에 결국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서정선 교수님 이하 저희 연구소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 (GMI; Genomic Medicine Institute)와 ㈜마크로젠 생명과학연구소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GMI는 분자생물학 및 유전체 연구의 효시이신 故 일천 이기영 선생님께서 설립하시어, 약 반세기동안 꾸준히 유전체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 소장님은 서정선 교수님이시며, 규모와 업적 모두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였습니다. GMI 와 마크로젠 생명과학연구소는 의생명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NGS 기술을 적용하여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럽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유전체학 연구 분위기에서 한국인 및 아시아인의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과 데이터는 모두 제약 없이 학계에 공개함으로써 학문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본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많은 실험실들과 다양한 공동연구를 함으로써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중요한 발견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지식의 최전선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은 과학자로서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누구도 아직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실험해야 할지,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때로는 막막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발견들은 새롭기 때문에 저희 연구원 스스로에게도 너무나 놀라울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발견들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때 크게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사람의 유전체는 방대하고 무미건조한 서열일 뿐이라고 선입견을 갖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유전체라는 것이 매우 dynamic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이래서 생명의 설계도라고 하는구나’ 라고 느낄 때가 참 많습니다. 유전체에 대한 이해는 모든 인간의 생명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정보로서 모든 생명과학자에게 필수적이지만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흥미를 끌게 됩니다.
또한 유전체는 임상의학, 특히 악성 종양이나 유전성 질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응용될 분야도 매우 많습니다. 잘 마련된 methodology와 확실한 응용분야가 있는 만큼, 유전체학은 앞으로도 눈부신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전체학 분야가 방대하고 익숙해지기 어려운 분야일 수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즐겁게 도전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NGS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는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의학자, 생물학자, 컴퓨터공학자, 통계학자 등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문을 가지고 유전체 분야로 들어온다면 새롭고 의미 있는 발견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저희 연구소에 오셔서 토론하고, 또 기회가 된다면 같이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유전체학을 다른 많은 의생명과학 분야와 접목해보고 싶습니다.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서 인류의 진화를 설명해 보고 싶은 것은 저의 장기적인 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사로서 여러가지 악성 종양이나 유전 질환을 유전체학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계획일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으로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마친 후에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실험 및 논문작성 과정에서 많은 지도를 해 주신 서정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본 연구과정 동안 많은 논의와 연구를 함께 해 주신 서울의대 김종일 교수님, 김시현 선생님, 신종연 박사님, 현재 국립 암센터로 자리를 옮기신 홍동완 박사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복잡해 보이기만 하는 제 연구에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가끔은 불규칙한 실험실 스케쥴에도 이해해 주고 기쁜 마음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아내와 아들 지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의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