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세포는 이미 분화된 체세포가 다시 미분화된 세포로 되돌아 갈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세포 정체성 (cell fate) 가소성 (plasticity)을 갖고 있습니다. 식물의 이러한 특성은 무균 배양, 희귀종 관리, 우수품종 대량번식뿐만 아니라 최근 기술의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게놈 엔지니어링 기반의 작물 형질 개량에 이용되는 조직배양 기술의 근원이 됩니다. 하지만 몇몇 작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물들에서는 효율적인 조직배양기술이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어,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배양 과정에 대한 분자수준의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식물 조직배양은 분화된 조직 절편을 고농도의 옥신이 포함된 callus inducing medium (CIM)에 배양하여 캘러스로 탈분화 (dedifferentiation)시키고, 캘러스를 고농도의 사이토키닌이 포함된 shoot inducing medium (SIM)에 배양하여 지상부 조직으로 재생 (regeneration)시키는 2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조직배양을 연구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었던 흥미로운 관찰은, 캘러스를 SIM에 배양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서 세포분열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현상인데, 세포분열은 식물조직 재생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해당 현상이 일어나는 원리를 규명하고 제거할 수 있다면 조직재생 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왔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히스톤 H3 36번째 라이신 잔기에 삼중 메틸화(H3K36me3) 반응을 촉매하여 열린 크로마틴 구조를 형성한다고 알려진 후성유전학적 조절 인자, ATXR2가 해당 과정을 매게 한다는 것을 밝혀 내었습니다. ATXR2는 세포분열을 양성적으로 조절하는 사이토키닌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type-A ARR 유전자들의 발현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킵니다. 따라서 ATXR2의 기능이 사라진 돌연변이체에서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던 사이토키닌 신호전달 억제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조직 재생 능력이 큰 폭으로 증가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ATXR2의 조직 재생 조절기능은 쌍떡잎 식물인 애기장대 뿐만 아니라 외떡잎 식물인 벼에서도 보존되어 있음을 밝힘으로써 그동안 조직배양에 어려움을 겪었던 다양한 식물 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의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서필준 교수님께서 지도 교수님으로 계시는 서울대학교 화학부 크로마틴 구조제어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https://seolab.creatorlink.net). 본 연구실은 식물의 조직재생, 생체시계, 다양한 환경요인에 대한 식물의 반응들을 아우르며 유전학, 생화학, 생물정보학등 식물을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있는 연구자들이 모인 만큼 한가지 식물 현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질문들을 도출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며,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시는 교수님을 필두로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연구를 수행 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때때로 연구하는 일이 일상처럼 느껴지다가도, 교수님이나 동료들과 이야기해서 가치 있는 질문을 도출해낸 것 같을 때, 실험결과가 유의미하게 나올 때, 그리고 재미있는 논문 한편을 읽었을 때면 퇴근하여 집에 가는 내내 그 생각으로 즐겁습니다. 그래서 논문이 출판되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결과보다 과정에서 느낀 행복감과 즐거움이 더 크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매우 수동적인 생물체라고만 생각했던 식물의 독립성과 삶을 위한 고군분투에 놀라울 때가 많아 식물을 연구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나이는 매년 한 살씩 늘어가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질문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 연구하는 일의 가장 큰 보람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 스스로도 걸어왔던 길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훨씬 더 많이 남았기 때문에, 조언보다는 제 스스로의 다짐을 공유해본다면 항상 연구자의 본질은 가치 있는 질문으로 연구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잃지 않고, 좋은 연구를 위해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과감히 선택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제 포닥을 시작한지 2년 정도가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식물조직재생과 관련된 다른 프로젝트들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이제까지 배운 것들을 기반으로 제 스스로 더 가치 있는 과학적 질문과 사고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곳에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에게 연구자로써도, 인간적으로도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시고 제가 과학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주신 서필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양의 조직배양을 하느라 늘 고생이 많은 옥선이에게도 고맙단 말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해당 연구가 더 큰 의미를 갖을 수 있도록 함께 연구해 주신 한양대학교 배상수교수님과 한경대학교 정유진 교수님, 그리고 전남대학교 김정묵교수님과 연구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학위를 함께 시작했던 기영오빠와 홍길이부터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자기의 시간을 기꺼이 할애하여 가르쳐 주셨던 선배님들, 항상 늦은 시간까지 서로 부대껴가며 열심히 연구하는 우리 크로마틴 구조제어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학위과정부터 포닥을 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도움 주신 전북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 교수님들 및 연구원분들과 박사학위를 받고 현실적인 고민 없이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해준 한국 연구재단에도 이 기회를 통해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식물 연구의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어주시는 농사지으시는 저의 부모님과 저를 위해 늘 기도해주는 언니들과 형부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모든 길에 항상 동행하셨고 앞으로도 동행하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Plant Science
#Molecular biology
#Epigenetics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