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뇌는 임신 초기 태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원래 단 한 층의 신경줄기세포 (neural stem cell)들로 구성되어있던 뇌는 발달 단계가 진행되면서 급속히 팽창하여 매우 복잡한 구조의 신경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초기에 존재하던 신경줄기세포들의 매우 빠른 분열과 증식, 그리고 동시에 신경세포(neuron)나 교세포(glial cell)로의 분화 과정이 정교하게 조절되어야만 합니다. 신경세포발생(neurogenesis)라고 불리는 이러한 과정은 수많은 유전자들과 세포 신호 전달 현상이 복잡하게 얽혀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의 언어, 사고, 학습과 기억 등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 (cerebral cortex)의 발달 과정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종류의 선천성 대뇌 기형이나 정신 지체 현상은 이 과정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신경 줄기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조절하는 인자들을 규명하고 이들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이러한 현상들의 예방과 치료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otch 신호전달 과정은 이러한 신경세포발생을 조절하는 중요한 세포간 상호작용 (cell-cell interaction)의 하나로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신경줄기세포의 원활한 기능에 있어서 Notch 신호전달 과정의 중요성에 비해, 신경줄기세포 주위의 환경이 어떻게 신경 줄기세포 내의 Notch 신호전달을 일으키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적었습니다. 또한 발달 과정 중의 대뇌 피질에는 신경줄기세포 뿐만 아니라 중간전구체세포 (intermediate progenitor cell)와 어린 신경세포 (newborn neuron) 등의 여러 종류의 세포들이 복잡하게 섞여서 함께 존재하게 되는데 이들 사이의 Notch 신호전달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해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이미 지난 2005년에 Mind bomb-1이라고 하는 단백질이 발달하는 태아에서 Notch 신호전달 과정의 필수적인 매개자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습니다 (Development, 132, 3459-3470, 2005). 이번 연구는 Mind bomb-1의 신경줄기세포 특이적 conditional knockout mice를 이용하여 대뇌 피질의 발달에 있어서 Notch 신호 전달과정의 구체적인 기작을 밝혀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ind bomb-1 단백질을 발현하는 분화된 세포들이 신경줄기세포 주변에서 신경줄기세포 내로 Notch 신호를 지속적으로 전달 함으로서 신경줄기세포들이 태아 발달이 끝날 때까지 유지되면서 활발히 증식하고 신경세포들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대뇌 피질 발달에 관여하는 Notch 신호전달 과정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오던 중간전구체세포들이 실제로는 중요한 신호전달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었습니다.
-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Mind bomb-1의 conditional knockout mice의 표현형을 분석하는 중에 배아발달 과정에서 분열하는 신경줄기세포들을 실시간 관찰한 결과에 대한 보고들이 나왔습니다. 신경줄기세포가 분열하고 그 딸세포들이 분화하고 이동하면서 여러 가지 특징적 양태들이 관찰된다는 것이었지요 (Nature Neuroscience, 7, 136-144, 2004; Development, 131, 3133-3145, 2004). 그때까지는 Mind bomb-1의 conditional knockout mice에서 신경줄기세포의 분화가 촉진된다는 사실을 면역염색을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신경줄기세포들이 분열하고 분화하는 실제 양상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조직을 고정하여 면역염색을 하는 기존의 방법들로는 그러한 변화의 최종 결과를 통해 그 중간 단계를 추측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결과들을 보고, Mind bomb-1 결핍 생쥐의 신경줄기세포의 분열 양상을 꼭 관찰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배아 대뇌 조직을 ex vivo 상태에서 배양하면서 신경줄기세포들을 Lipophilic dye인 DiI로 labeling한 뒤, time lapse imaging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ex vivo 배양과 DiI labeling의 기술을 다른 논문에 나온 protocol만 보고 따라서 실험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세포들이 labeling 되거나 현미경 사진을 찍는 중에 애써 labeling한 세포들이 자꾸만 죽어버렸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술을 처음 개발하신 일본 Nagoya 대학의 Takaki Miyata 박사님께 이메일을 드려서 문제 해결을 문의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직접 실험을 가르쳐 주시겠다고 답변을 주셨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희 실험실과 Miyata 박사님의 공동 연구가 시작되었고, Miyata 박사님께서 우리학교에 방문하셔서 대뇌 조직의 ex vivo 배양과 DiI labeling의 기술을 전수해주시고, 저희가 얻어낸 data을 해석하는 것과 manuscript를 교정하는 것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러한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논문에서 Mind bomb-1 결핍 생쥐의 신경줄기세포의 분열 양상을 밝혀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Neuron에 논문을 투고하였을 때, 두 달 만에 개재거절 메일이 왔습니다. 두 명의 reviewer는 저희의 결과에 호의적이었지만, 한 명의 reviewer는 아주 강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고, editor가 이를 받아들여 개재거절을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호의적인 reviewer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개재거절 결정에 대한 아쉬움이 매우 컸지요. 그런데 교수님과 review 내용을 검토해보니 부정적 reviewer가 우리의 결과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가지고 평가했다고 생각되어 rebuttal letter를 썼고, editor가 두 명의 reviewer를 더 선정해서 의견을 듣고 revision을 주었습니다. 결국 5명의 reviewer가 저희의 논문을 review하게 된 것이지요. Rebuttal letter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많이 기대하지 않고 보냈는데 의외로 저희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매우 기뻤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생체질환면역학 실험실은 development, immunology, disease modeling 등의 분야에 대한 연구를 공영윤 교수님을 비롯하여 구본경 박사 외 10명의 대학원생과 4명의 연구원들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은 국내에 몇 안 되는 knockout mice 제작 기술을 보유한 실험실로써, 특히 Cre transgenic mice를 이용한 조직특이적 conditional knockout 기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여 이용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본 연구실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www.postech.ac.kr/life/idlab/)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일이 서툴러서 그런지, 아홉 번 정도 실패하면 겨우 한 번 정도 재미있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위안을 하는 방법은 지난 아홉 번의 실패가 없었으면 그 한 번의 좋은 결과도 쉽게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곤 생각하는 것이지요. 뻔한 말이지만, 자연과학 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옳은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대체로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위험과 노력을 감수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가 잘 맞아서 일이 저절로 술술 풀리기를 바라고 있는 제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럴 때는, 당장에 제가 운이 좋아서 스스로 노력해서 배운 것 이상의 성과를 내더라도, 다음 번 일에 부딪쳤을 때 다시 모자라는 점이 되어 나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지요. 혹은, 이번에 제가 노력하고 얻었다고 생각하는 점보다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면, 언젠가는 그 남은 배움이 다음 번 일에 보탬이 되어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항상 많은 경험과 실패를 절대로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연구 경력도 쌓아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4. 감사의 글
우선 제게 이런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훌륭한 아이디어들과 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공영윤 지도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실험실을 setting하신 훌륭한 실험실 선배님들의 도움, 특히 Mind bomb-1의 조건부 유전자 결손 생쥐를 제작하신 구본경 박사님과 공명필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 프로젝트가 시작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연구과정 동안 저의 부족한 연구 내용에 따뜻한 조언과 비판을 아끼지 않으시고 실험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준 실험실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든든하고 고마운 후원자이신 아버지, 어머니, 장인, 장모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립니다. 뒤에서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할머니, 외할머니, 제 동생과 처가 식구들도 항상 고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험실에서는 동료, 일상에서는 마음 통하는 친구, 생활에서는 현명한 조언자로 저와 함께해주는 사랑하는 아내 남식이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Received for article June 2,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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