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지금 이 순간에도 잠 못 이루시며 연구에 몰두하시는 많은 분들께 송구스러운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에 인터뷰를 망설이다가, 그 동안 감사했던 분들이 너무 많고 또 제가 하는 생소한 분야를 알리고픈 마음에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박테리아를 비롯하여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포들은 소낭 (vesicle) 형태의 세포밖 소포체를 분비합니다. 쉽게 말하여, 세포를 '지구'라고 간주하면 세포밖 소포체는 지구 밖으로 발사된 '우주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박테리아 우주선을 특히 outer membrane vesicle (OMV)이라고 명명하는데, 그 크기는 20-200 nm이고 단백질, 지질, 그리고 유전물질과 같은 다양한 생물학적 활성을 지닌 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능을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은데, 우선은 동종 간에 세포신호 (quorum sensing)를 전달하거나, toxic compound나 침입한 phage 등을 밖으로 배출하여 박테리아의 생존을 증진시키기도 합니다. 이종 간에는 OMV를 통해 경쟁관계에 놓인 박테리아를 제거하기도 하고, 숙주에게로는 독소를 전달함으로써 세균성 질병의 병인 현상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OMV의 프로테오믹스 연구 동향을 분석한 리뷰 논문입니다. 박테리아 OM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질량 분석기 (mass spectrometry)를 기반으로 한 프로테오믹스 연구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우리 실험실에서는 대장균 OMV에 대하여 최초로 high-throughput 프로테오믹스 연구를 수행하여 141개의 단백질을 동정하였고 이 연구는 2007년 9월 Proteomics 저널에 Cover Story로 실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다른 연구 그룹에 의해서 수막구균, 녹농균과 같은 병원성 박테리아의 OMV 프로테옴이 일부 밝혀졌지만, 지구상에는 100만 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서식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프로테오믹스가 이 분야에서 해나가야 할 숙제는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항생제와 같은 외부환경에 의해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OMV의 양이 달라진다고 알려졌는데, 여기에 대한 comparative proteomics 연구도 'Hot' 분야가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의 세포간 정보교환 연구실은 지도교수님이신 고용송 교수님 외에 박사 과정 1명, 석박사 통합 과정 학생 9명, 연구원 4분과 연구참여를 하는 학부생 4명으로 구성된 아담 보다 약간 큰 규모의 실험실 입니다. 실험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포간의 정보교환에 대한 통합적 연구로서 박테리아, 암세포, 내피세포, 면역세포 등에 의해 분비되는 세포밖 소포체와 세포막 단백질의 조성, 생성, 운영 및 세포간 정보교환 네트워크에 대한 다양한 기능에 대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포밖 소포체 연구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고, 연구 환경과 연구 내용, 보유 기술 측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세계 어느 연구실과 비교해도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지도교수님께서는 항상 적극적인 자세와 collaboration을 강조하십니다. 제가 미처 두드리지 못한 collaboration의 문이 있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실험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icn.postech.ac.kr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제야 걸음마를 시작한 분야에서 review 논문을 썼다는 점이 부끄럽기도 하고, 주어진 행운에 감사하기도 합니다. Review 논문은 article 논문과 달라 상대적으로 쉽다고 치부하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OMV 역사에 대해 한 문장을 쓰기 위하여 1960년대 논문부터 100편 가량의 논문을 뒤져야 했던 제 능력으로선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자부심이나 보람을 느끼기에는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지만, 제가 가야 할 길임을 깨닫게 한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아직은 실험을 design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명과학이라는 분야는 노력한 시간만큼 대가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나름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심을 가졌던 사람들도 쉽게 좌절할 수도 있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체게바라의 명언인 unrealistic dream을 한없이 마음 속에 품을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꿈을 현실화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과 능력, 인내라는 세 가지가 뒷받침 된다면 이 분야에서 해피엔딩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학문적 측면뿐 아니라, 대학원이 '반사회'라는 말이 있듯이 대학원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혼자서 연구만 하는 상아탑이 절대 아닙니다. 실험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부딪히는 인간관계가 결코 수월하지 않고, 잦은 오해와 마찰로 인해서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포항공대를 비롯하여 많은 학교에서 학부생들에게 '연구참여'의 기회를 열고 있는데, 이러한 직접적인 참여가 실험실의 분위기도 파악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제가 원래 연구하던 주 분야는 인간의 암과 면역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박테리아의 OMV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걸 보면, 저는 evolution을 거스르고 있는 듯 싶습니다. 앞으로의 제 연구도 어디로 튈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구축한 OMV의 프로테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여 OMV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박테리아간의 신호전달과 host-microbe interaction 분야에 대하여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지도 교수님이신 고용송 교수님, 김윤근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표하고 프로테오믹스에 도움을 주신 김광표 교수님, 박건욱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늘 부족한 저를 가족처럼 이해해주며 힘이 되어주는 실험실원 모든 분들과 선배님들 (최경호 박사님, 한규연 박사님, 환명 오빠, 강서 오빠, 재민 오빠, 민정…)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같은 포항에 계셔도 자주 못 찾아 뵙는 부모님, 든든한 오빠, 건강하게 자라주어 너무 고마운 10개월 된 조카, 학부/대학원 동기들과 선후배… 주변에 감사할 분들이 많은 걸로 보아 전 참 행복한 사람인가 봅니다. 이런 행복을 늘 곁에서 함께해주는 그 사람에게도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Received for article May 16,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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