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도는 연동운동을 통해 물과 음식물을 소화기관으로 빠르게 흘려보내는 통로기관입니다. 따라서 유체역학적인 전단력과 항력에 의해 약물이 조직에서 쉽게 유실되어 오랫동안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식도질환이 발생하면 병변 부위로의 국소적인 약물 전달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연구에서는 홍합접착단백질에 자기장 감응성을 부여해 접착성 마이크로입자를 개발하였습니다.
자기장 감응성이란 외부자기장에 반응하여 자기장 방향으로 이동하는 성질을 의미하는데, 기존 자기장 감응성 약물전달 시스템은 목표 부위로 약물을 전달한 후 자기장을 제거하면 유동적인 체내 유체환경에서 사라지기 쉽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마이크로입자는 내부에 산화철 나노입자를 탑재하여 자기장이 가해지는 방향으로 이동을 제어할 수 있으며, 빠른 유속을 가지는 통로기관에서도 약물을 국소적·장기적으로 병변 부위에 전달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마이크로입자는 빠른 유체가 흐르는 통로기관에서 일차적으로 자기장에 의해 병변 부위에 국소적으로 전달되었다가, 이후 홍합접착단백질이 갖는 강한 수중 접착력 덕분에 자기장을 제거하고도 병변 부위에 입자가 장기적으로 유지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 자기장 유무에 따라 전달효율이 5배 이상 차이가 났으며, 자기장을 제거한 후에도 전달 부위에서 일주일 이상 효과를 유지했습니다. 내부에 항암약물인 독소루비신을 담지했을 때 암세포의 사멸율을 약 84%까지 올리는 등 높은 항암치료 효과 또한 실험적으로 검증했습니다. 이는 적은 약물량과 투여 횟수로도 식도질환 환자에게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마이크로입자는 산화철 특성상 자기공명영상법으로 입자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약물전달용 마이크로입자는 식도뿐만 아니라, 장과 같이 빠른 유체의 흐름을 수반하는 장기에 발생한 질병을 치료할 때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감사하게도 이번 연구 결과가 좋게 평가받아, 재료과학 분야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의 앞표지(front cover) 논문으로 게재가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분자생명공학연구실(MAGIC Lab.)은 차형준 교수님의 지도하에 분자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해양 바이오 신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조직공학 및 의료분야에 응용하는 연구를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전자 재조합을 기반으로 해양생명체인 홍합에서 유래하는 접착단백질을 설계 및 구축하여 이를 응용하는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홍합접착단백질은 높은 생체적합성과 생분해성을 지니면서도, 화학 합성 접착제와 비교하였을 때 높은 인장강도와 유연성을 지니고, 플라스틱, 유리, 금속 및 생체조직 등 다양한 표면에 매우 강하게 접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유망한 생체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홍합접착단백질은 자연추출을 통해 분리정제 할 경우에, 1g의 최종 산물을 얻기 위해 약 1만여 마리의 홍합이 필요한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대장균을 활용한 대량 생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홍합접착소재의 실용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대학원에 입학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학위과정에 대한 고민을 할 때, 박사학위 과정의 길을 걷기로 다짐을 하며 저는 ‘본인의 역량에 떳떳한 박사가 되자’ 라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본인의 역량에 떳떳한 사람이 되기 위해 게을러지지 않고 누구보다 성실히, 시간 아껴가며 연구활동을 수행하리라 다짐했었습니다. 본 논문을 작성하고 저널에 제출하는 기간동안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고 정신적으로 힘들었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그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수없이 많이 생각하고, 실험하고, 고뇌하던 시간들 덕분에 제 자신이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제일 중요시하는 가치관 중에 하나가 자기개발과 제 스스로의 성장인데, 대학원에 입학한 뒤 학위기간동안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학문적으로, 또 내면적으로도 더 성숙해질 수 있었기에 지금은 누구보다 만족하며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박사학위 과정의 길을 다짐하며 가졌던 목표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남은 학위 기간동안에도 부단히 노력하며 연구를 수행할 것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 활동을 수행하다가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원하는대로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난관에 봉착하여 좌절하는 순간들이 분명 많을 것이고,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비 온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러한 힘든 기간을 거치고 나면 분명히 학문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대학원 학위기간과 연구활동이 결코 쉬운 과정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노력은 결과적으로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힘들고 불안하고 조바심이 들어도 본인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활동을 진행하면, 그 노력들은 언젠가 반드시 본인에게 값진 보상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가 국소적인 항암약물 전달을 위한 마이크로스피어 개발에 관한 연구였다면, 향후에는 항암면역치료를 위해 내부에 면역세포를 탑재할 수 있는 마이크로캡슐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Core-shell 구조에서 shell 부분에 홍합접착단백질 성분을 가지는 접착성 마이크로캡슐을 제작함으로써, 마이크로캡슐이 암조직에 장기적으로 유지되어 면역세포 기반의 항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의 연구에 관하여 언제나 아낌없는 조언을 주시는 지도교수님 차형준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을 자식처럼 아껴주고 응원해주시는 교수님 덕분에 연구실을 더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본 논문을 작성할 때 세심하고 꼼꼼한 조언을 해주신 저희 연구실 선배님이시자 경북대 교수님이신 조윤기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는 우리 엄마, 아빠, 오빠에게도 감사의 말 전합니다.
어느덧 학부 4년과 대학원 기간을 합치면 포항에서 9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화롭기도, 단조롭기도, 조용하기도 한 포항에서의 생활을 의미있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친한 친구들과 선후배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쁠 때, 슬플 때, 힘들 때, 같이 동고동락해준 친구들 덕분에 힘들었던 순간들도 다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이라는 학문의 장에서 지식적으로, 연구적으로 배운 것이 많았지만 제가 9년동안 포항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야말로 어떤것과 비할 수 없는 가장 큰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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