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에 Ecology Letters에 실린 논문은 아마도 Bric 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분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를 행동생태학 분야의 논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본 논문은 동물 색채의 기능과 진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동물이 가진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절부터 많은 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으며, 특히나 다윈 이후 많은 생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온 분야입니다. 최근 색채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2017년 Science 지에 The biology of colour라는 논문을 통해 이 분야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색채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거의 없지만 해외에서는 유럽과 북미, 호주 등지에서 활발하게 (그래도 연구자 수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번 연구는 2019년에 영국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의 표본을 이용해서 수행한 연구로, 유럽에 사는 나비들의 색채와 적외선 영역의 색채(정확히는 적외선 영역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반사도라 불러야 옳습니다)가 서식환경의 기후요인에 따라 진화하였는지를 규명한 연구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운이 좋았습니다. 2019년 여름에 영국을 방문했는데, 원래 여름에는 박물관 표본 담당자들이 많이들 해외로 출장가서 연구자들이 방문하기 힘든데, 당시 나비 표본 담당자인 Blanca가 특별히 1달간 방문을 허가해줘서 표본 조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 1년만 늦었어도 팬데믹 때문에 영국 방문이 힘들어 연구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얘기를 들어보니 Blanca가 항암치료를 받던 중이라 박물관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고 들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목포대학교 생명과학과 행동생태연구실에서 수행한 연구로, 우리 연구실은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행동생태학을 연구하는 몇 안 되는 연구실 중 하나입니다. 주로 동물 색채의 진화와 기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생태계에 존재하는 피식자-포식자 관계나 동물형질의 진화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연구실 홈페이지를 광고하면 연구실 홈페이지는 (http://kanglab.weebly.com) 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행동생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고,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동물을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있으며, 그로 인해 생계까지 유지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연구실을 오픈한 이후에는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대학원 공부와 연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 역시 좋습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흥미로운 연구주제를 찾아와서 그에 대해 얘기하거나, 좋은 연구결과를 가져올 때에도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요새 대학 강의 외에도 중/고등학교에 가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행동생태학이란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행동생태학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이 몇 안 되는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우리 연구실에도 대학원 입시 문의가 많이 오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여건으로 거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국내 연구실을 가고자 한다면 관심 있는 연구실에 미리미리 연락해서 진학가능 여부를 확인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해외에는 행동생태학을 연구하는 연구실들이 훨씬 더 많으니 국내에만 집착하지 않고 유학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행동생태학 분야로 대학원을 진학하고 학업을 계속할 때 학위취득 이후 취업의 길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행동생태학 분야는 순수과학 분야에서도 정말 ‘순수하게 과학적 가치’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서, 박사학위까지 공부할 경우 학교 외의 취직길이 많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대학원을 진학하기 전에 본인이 가진 동물에 대한 관심, 즉 ‘이 분야를 정말 좋아하니까 공부를 더 해야겠다’ 외에도 본인이 연구자로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생업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는 것이 각오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열정적인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연구를 할 예정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영국까지 같이 가서 함께 고생해준 저의 아내와 당시 채 두 돌이 안 되었던 제 딸에게 항상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 연구실 학생들과, 본 연구를 함께 진행했던 이원영 박사에게도 혼자 이렇게 인터뷰를 해서 미안하네요. 다음번엔 저희 연구실 학생들이 훌륭한 연구를 해서 Bric 에서 소개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