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20~24nt 크기의 작은 non-coding 조절 RNA 중 일종인 마이크로RNA (miRNA)는 동 · 식물 체내에서 mRNA를 분해하거나 단백질 번역 과정을 억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miRNA 생합성의 긴밀한 조절은 식물의 생장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Stem 구조를 가진 1차 RNA (pri-miRNA)로부터 시작되는 miRNA 생합성 과정에는 Dicer-like 1 (DCL1), SERRATE (SE) 및 HYPONASTIC LEAVES 1 (HYL1)을 포함하는 핵심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포질 내의 환경에서 이들의 활성 혹은 특이성을 조절할 수 있는 수많은 미세 조절자들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조절자들은 모두 miRNA 생산 과정을 양성 조절하는 경향이 있으며 억제 조절자로 보고된 인자는 SE에 상호작용하여 pri-miRNA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CHROMOSOME REMODELING2 (CHR2)가 유일합니다.
따라서 CHR2 외에 또 다른, 특히 직접 miRNA에 효소작용을 하는 DCL1에 직접 상호작용하는 조절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식물이 빛에 노출되면 핵심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pri-miRNA의 상당한 축적이 유발되는 반면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pri-miRNA 처리 활성은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miRNA 수준은 상대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이렇듯 서로 모순되는 조절 변화의 기본적인 작용원리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빛에 반응하는 음성 조절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Forkhead-associated (FHA) 도메인을 가진 Forkhead-associated 2 (FHA2)가 빛에 의해 안정화되는 miRNA 생합성의 억제 조절자라는 것을 규명하였습니다. 2013년 저희 연구실에서 보고한 바 있는 FHA2 mutant에는 야생형에 비해 성숙한 miRNA가 더욱 축적되어 있었고 pri-miRNA 및 표적 mRNA는 감소해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FHA2는 핵심 마이크로 프로세서인 DCL1, HYL1, SE과 상호작용하며, FHA2는 이들 핵심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복합체를 형성하여 DLC1의 pri-miRNA 처리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FHA2는 pri-miRNA 및 성숙한 miRNA에 직접적으로 결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종류의 RNA들과 HYL1의 결합은 촉진하고 반대로 DCL1-PRR과의 결합은 억제합니다. 이에 더해, fha2 hyl1 이중 돌연변이는 각각의 단일 돌연변이보다 더욱 심각한 표현형을 보입니다. 이는 FHA2가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증거로 판단됩니다. 한편, FHA2 단백질은 암흑 상태에서는 불안정하지만 탈-황백화현상 (de-etiolation)이 일어날 시 빛에 의해 안정화됩니다. FHA의 돌연변이체에서는 빛에 의해 변화하는 miRNA 발현에 문제가 발생하고, 탈-황백화 시킨 묘목의 생존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발견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빛에 의해 안정화되는 FHA2가 miRNA 생합성의 새로운 억제 조절자임을 시사하며, 빛에 의한 miRNA의 모순적인 조절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저희의 발견이 그동안 잘 연구되지 않았던 miRNA 처리 과정의 음성 조절 작용원리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 유전자가 miRNA 생합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과감히 연구를 독려하신 양성욱 교수님의 혜안에 감사드리고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특히 miRNA 분야에 대해 무지했던 저를 믿고 연구 일체를 맡겨 주신 지도교수님 배현숙 교수님께 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고, 공동연구자 최석원 박사님 그 동안 고생 많으셨고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덕분에 이번 연구를 통해 앞으로 있을 miRNA 분야의 위대한 발견들의 초석을 다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연구실은 연세대학교 식물유전체학 연구실입니다. Virus-induced gene silencing (VIGS) 기법을 이용해 수많은 유전자들의 역할을 밝혔고 주로 ribosomal RNA 합성 기작과 영양소 공급에 관련한 Target of Rapamycin (TOR) 신호전달과정에 있는 유전자들, 하위 유전자들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 관련 논문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FHA2 유전자는 저희 연구실의 메인 테마는 아닌 파생 연구의 일환으로 불임을 야기하는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유전자가 miRNA 생합성에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식물 RNA생물학연구실과 협업을 통해 이번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유전체학 연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genetics를 바탕으로 biochemistry, molecular biology, cell biology, bio-informatics 등 여러 기법을 이용하여 유전자의 전반적인 molecular function을 밝혀내는 데 노력하고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다양한 실험 기법으로 연구하기에 식물 기초과학의 전반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남들에게 당당히 내세울 만한 업적도 없고 아직 보잘 것 없는 연구자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돌이켜 보면 감사한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고 이런 분들을 만나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스스로 굉장한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같이 보듬어 주시는 배현숙교수님은 물론, 긍정적인 마인드로 독려해주시는 양성욱교수님 덕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졸업하신 연구실의 훌륭한 선배님들께 실험적인 부분은 물론 과학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배우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실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는 유능한 후배들에게도 항상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제가 어느 위치에 있건 이 곳에서 배운 것들을 잊지 않고 훌륭한 과학자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학부 2학년 시절, 연구실의 학부 헬퍼 모집 공고를 보고 멋모르고 지원했다가 지금은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학부 2학년생이 뭘 알겠습니까.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당장 연구에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고 전공선택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었고 그냥 심심하고 궁금해서 처음 연구실에 발을 들여 놓았었습니다.
이런 조언을 드리기에는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후배 분들께서 궁금하면 일단 맛(?)이라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이후에 다른 전공으로 연구를 지속하는 과학자들도 많고,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으면 끝까지 가져가지 않고 도중에 바꾸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고민만 하고 있지 말고 움직여보세요. 어떤 전공을 선택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연구자가 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든 빠르게 발을 들여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당장 이번에 나온 FHA2 논문의 후속 논문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기회가 될 때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는 핵공단백질 중 하나를 공부하고 있고 이 단백질이 식물의 전반적인 생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올해 투고할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실 선 · 후배들과 autophagy 관련한 내용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상당 부분 진행하여 역시 올해 투고할 계획입니다. 졸업 후 어떤 분야에 제가 위치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당당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 진출할 분야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친구 · 가족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표현은 자주 못했지만 언제나 저를 믿어주고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옆에서 힘이 돼 주고 재미나게 지내 준 여자친구에게도 감사합니다.
감사한 분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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