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21세기 고령화 시대가 됨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와 같은 퇴행성 뇌신경질환이 난제 중 하나로 꼽히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타우 단백질의 응집현상을 중심으로 퇴행성 뇌신경질환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는 연구가 국내외로 활발하지만 아직까지 승인된 치료제는 없는 실정입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응집현상에 따른 질환을 소포체 스트레스(ER stress)와 관련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유발된 세포에서 타우 단백질의 응집현상을 효과적으로 저해하면서 타우 단백질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저분자 물질을 발굴하고, 그 표적 단백질을 찾고 검증함으로써 새로운 퇴행성 뇌신경질환의 치료 전략을 제시하였습니다.
세포 내에서 타우 단백질의 응집 현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표현형 기반 스크리닝을 통해 신규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활성물질의 구조-반응성 상관관계 (Structure-Activity Relationship, SAR) 연구를 통해 최적화된 SB1617 화합물을 도출하였습니다. SB1617은 소포체 스트레스에 의한 타우 단백질의 응집 상황에서 소포체 스트레스에 의한 하위 신호 전달 과정들을 일시적으로 더 증가시켜서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함으로서 세포내 효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효능을 타우 질병 쥐 모델인 Traumatic Brain Injury 모델에서도 확인하여 이번 논문에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소포체 스트레스의 하위 반응을 선택적으로 증가시켜서 단백질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것에 관련된 보고가 최근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며, 이에 대한 세포 수준에서의 이해가 더욱 필요하고, 나아가 이런 연구를 통해 아직 치료제가 없는 퇴행성 뇌신경 질환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도 접목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으로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본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표현형 기반 스크리닝을 통해 발굴한 활성 물질의 작용기전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발굴한 활성 화합물의 작용기전을 밝히기 위해서는, 표적단백질 규명 (Target Identification)을 수행하여야 했으며 이에 따른 표적단백질 증명 (Target Validation)의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표적 단백질을 발굴한다 하더라도 그 표적 단백질을 기반으로 활성 화합물의 작용기전을 밝혀가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SB1617의 표적단백질로서 PDIA3와 DNAJC3, 두개의 단백질을 밝혀내었습니다. PDIA3라는 단백질의 경우 서로 상반된 작용에 대한 보고가 상당수 나와있어 그야말로 혼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논문들을 비교 대조하고 직접 실험해보고 연구실 동료들과 논의를 거듭하면서 결론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석사/박사 과정 동안 물리유기화학과 펩타이드 연구를 했던 저에게는 이런 상이한 실험결과를 낳는 다양한 변수가 있는 생물학적 연구를 하는 것이 정말 새롭고 유익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승범 교수님의 화학생물학 연구실 (화학단백질체 창의연구단)에서 포스트 닥터 및 연구 교수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생명현상을 분자수준에서 조절하고 이해하는 화학생물학 및 화학단백질체학을 바탕으로 융합연구를 통해 다양한 질병, 특히 면역에 관련된 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면역에 관련된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1) 의약 유사 저분자 화합물 합성 및 라이브러리 구축 (pDOS Strategy), 2) 생체 분자의 관찰과 분석을 위한 새로운 이미징 도구 (형광물질, Seoul-Fluor) 개발, 3) 표현형 기반 스크리닝을 통한 생리활성 저분자 화합물의 도출, 및 4) 표적 단백질의 규명 (FITGE 기반 Target ID)과 단백질 신호전달망 해독 (Chemical Proteomics) 등의 다양한 연구를 융합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유기화학, 생명과학, 약학 및 수의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 및 연구원들이 서로 도와가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기 합성을 하는 연구원들도 생화학 및 생물학에 대한 상당한 이해도를 가지게 되며, 저 또한 많은 생물학적 연구 방법들을 배우며 성장하는 중입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연구를 서로 보고 듣고 논의하다 보니 연구에 대한 사고가 확장되고,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를 접근하게 되고, 상상력, 창의력이 풍부해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생체내에서 약효를 보이는 생리활성 저분자 화합물은 한가지 단백질에만 결합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개의 단백질들과의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multi-target interaction은 약효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러한 상호작용들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세포내에서 타우 단백질의 응집을 저해시키는 활성 물질의 표적 단백질 후보군이 여러 개가 나왔었고, 여기에서 타우 응집을 저해시키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는 표적 단백질을 도출하고 검증하는 과정에 긴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이번 연구의 시작은 타우 단백질 이었지만 발굴된 저분자 물질의 작용기작을 연구하면서 타우 단백질 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학적 배경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하게 되어 앞으로의 연구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러한 연구 방향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플랫폼으로서 신약개발의 새로운 전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분자수준에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조절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화학생물학은 화학, 약학과 생명과학의 융합 학문으로서, 생명현상 연구 및 신약개발에 있어서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분야이면서도 동시에 연구자로서 흥미를 가지고 연구할 수 있는 연구 주제가 많은 융합적인 분야입니다. 유기화학을 하면서도 생명과학에 바로 접목을 해서 기본적인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어 나름 ‘스릴’있고, 그러한 생명현상의 변화를 경험함으로서 정상적인 조절과정이 무너져서 생기는 많은 인간의 질환에 새로운 조절 (보다 구체적으로는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면들은 이후 독립적인 연구를 하게 될 때에도 학문적 가치 뿐만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 논문을 기반으로 다양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가 연구를 통해서 흥미로운 보고를 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포체 스트레스가 세포에 일으키는 변화는 상당히 다양하며 많은 경우에 질환과 연결이 되어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이러한 부분과 관련하여 연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좋은 공동연구팀과 공동연구원을 만난 것이 이번 연구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동물 실험은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서상원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 교수로 일하고 계시는 최보영 박사님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외상성 뇌손상 쥐를 타우 질병 모델로 사용하였는데, 최보영 박사님께서 실험 결과에 대해 늘 즐겁고 활기차게 유익한 디스커션을 해 주시고, 연구가 길어질 때에도 오히려 기도하고 있으시다고 응원해 주셔서 저도 신나게 연구에 임하고 정말 큰 힘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논문의 제2저자인 조하나 박사과정 학생은 저의 밥 친구이기도 한데,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산책을 하면서도 저와 늘 연구 내용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절친이 되었습니다. 조하나 박사과정 학생이 정말 최선을 다해 연구에 함께해 주셔서 이번 연구가 잘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하재영 박사과정 학생의 표적 단백질 발굴 실력과 지금은 숭실대 교수로 계신 김종훈 박사님의 탁월한 유기합성을 통한 물질 도출 없이는 이번 연구는 불가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끝까지 믿고 물심양면으로 지지해 주시고 조언해 주신 박승범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거의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이번 연구기간동안 이 연구가 혹시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정도만 알려 달라 기도하며 연구하였는데, 선하게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