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비만은 체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합니다.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암을 포함한 다양한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태평양 기준에 근거하여 체질량지수(BMI)가 23 kg/m2 이상인 경우는 과체중, 25 kg/m2 이상인 경우는 비만으로 분류합니다. 이 기준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사용하는 세계기준(과체중은 25이상, 비만은 30이상)과 비교하였을 때 더 낮습니다. 낮은 기준을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이유는 아시아인들은 동일한 체질량지수의 서양인들과 비교할 때 체지방율이 평균적으로 더 높으며 혈압, 혈당 등 심혈관대사지표(cardiometabolic profile)가 더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질병위험 및 사망과 관련한 연구는 미국과 유럽 등 서양국가에서 주로 진행되어 왔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이 기준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거는 불충분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비만 기준과 관련하여 여러 다른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현 기준이 너무 낮다는 주장도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우리나라 비만기준에 대한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한국인 인구집단에서 체질량지수와 사망간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두 변수간의 용량반응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를 분석하였습니다. 또한 체질량지수는 체중에 기반하여 산출된 수치이기 때문에 체지방 무게와 근육 무게를 구분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임상이나 역학연구에서 흔히 쉽게 조사되는 체중, 키, 허리둘레, 연령, 성별, 흡연여부 등의 정보를 사용하여 체지방량(body fat mass)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검증하였습니다. 저희 연구팀에서 개발한 이 모델은 이중에너지X-선흡수법(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을 사용하여 직접적으로 측정한 체지방량 데이터가 없더라도 한국인에서 체지방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 모델을 사용하여 저희 연구팀은 예측체지방량(predicted body fat mass)과 사망간의 연관성을 분석하였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체질량지수가 25-29.9일 때 가장 낮은 사망률이 나타났으며 이 수치보다 더 높거나 낮을 때 사망률이 증가하는 J-shape의 용량반응관계가 관찰되었습니다. 본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현 과체중 및 비만 기준이 재고되어야 하며 체질량지수만을 사용하여 진단하는 것에는 한계점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 이유로는 본 연구에서 정상체중과 비교할 때 과체중으로 분류되는 체질량지수 23-24.9에서 더 높은 사망률이 관찰되지 않은 점, 체질량지수 23-24.9에서 대부분(64%)의 사람들이 정상적인 체지방량(body fat mass)과 제지방량(fat-free mass)을 갖고 있었고 오직 18%정도의 사람들만이 복부비만이었다는 점, 체지방량과 비만관련 사망위험(adiposity-related mortality)은 체질량지수 30이상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점, 허리둘레와 예측체지방량(predicted fat mass) 분석에서는 한 방향으로 사망위험이 증가하는 monotonic relationship이 보였고 사망위험을 더 일관적으로 예측했지만 체질량지수에서는 사망위험과 J-shape을 보였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낮은 체질량지수에서 보여지는 높은 사망률은 마른비만(정상체중이지만 체지방량이 높거나 복부비만인 경우)과 근감소증에 일부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도 높은 체지방량(fat mass)과 낮은 제지방량(fat-free mass)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에 사망위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체중이 높은 것 보다 근감소성비만(sarcopenic obesity)인 경우에 사망위험이 가장 높음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어떤 비만기준이 타당한가는 더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상이나 역학연구에서도 체질량지수만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체질량지수와 더불어 허리둘레나 체지방량(혹은 예측모델을 사용한 예측체지방량)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사망위험을 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조기사망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해서는 단순한 체중감소보다는 허리둘레와 체지방 감소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본 연구결과는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되었으며 Nature review endocrinology news & views에서도 소개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역학을 공부한 역학자(만성병역학)이며, 2018년부터 고려대학교 보건과학과 건강증진/만성병역학 연구실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는 학업과 연구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6명의 대학원생 및 연구원이 소속되어 있고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인 암, 심뇌혈관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의 분포와 위험요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구집단 코호트 조사를 통해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행태(신체활동, 비만예방, 식이/영양 등)를 연구하고 생체지표(biomarker)를 사용하여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합니다. 국가간 비교를 통해 한국인 특이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이러한 위험요인을 고려한 한국인 맞춤 만성질환 예측모델(prediction model) 개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역학과 만성질환 연구에 관심이 있고 같이 연구하고 싶은 학생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본 연구는 저희 건강증진/만성병역학(오하나교수) 연구실과 고려대학교 영양역학(신민정교수) 연구실, 환경역학(이종태교수) 연구실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사망연계자료 시범연구단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본 연구 외에도 저희 연구팀은 한국인의 생활행태 및 건강문제와 관련된 많은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와 같은 역학연구 결과들이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 또는 가이드라인 설정에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결실을 맺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길 끝에 있는 목표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자가 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희 연구실에서는 현 비만기준의 타당성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검토해보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인구고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성질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성질환의 다양한 위험요인들을 분석하는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원들과 앞으로 더욱 활발한 연구를 통해 함께 해 나갈 일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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