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UCL Queen Square Institute of Neurology, The Francis Crick Institute, University College London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대표적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과 루이소체 치매는 신경 세포 내에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 침착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뇌 속에 이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이 과도하게 쌓이면 신경세포와 시냅스 기능이 마비되고 최종적으로 뇌세포가 사멸합니다. 그 결과 환자는 점차 운동 및 인지 능력을 잃고 마침내 사망합니다. 이 병의 진행을 늦추려면 뇌세포 사멸을 막아야 하고, 뇌세포 사멸을 막으려면 단백질이 왜 뇌세포에 쌓이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 논문은 파킨슨병과 루이소체 치매에서 나타나는 이 뇌세포 사멸을 설명하는 새로운 병리적 기전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파킨슨병의 뇌세포 사멸 기전은 ‘세포 자살’로 알려져있는 아포토시스 (apoptosis)입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 응고 단백질이 세포막의 지방과 반응할 때 발생하는 지질과 산화가 새로운 세포 사멸 기전을 일으켜 뇌세포를 죽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세포 사멸 과정을 페로토시스(ferroptosis)라고 부릅니다. 아울러 중수소 불포화 지방산(dPUFA; Deuterated Polyunsaturated fatty acids)을 파킨슨 환자에서 얻은 역분화 줄기세포로 만든 신경 세포에 처리 했을 때, 세포막에서 발생하는 지질과 산화가 억제되고, 이에 응고성 단백질에 의한 세포 사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파킨슨병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소 소개 및 연구활동을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는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 (The Francis Crick Institute)의 간디 교수 연구팀 (Professor Sonia Gandhi)과 런던 UCL 신경과 연구소 (UCL Queen Square Institute of Neurology) 아브라므 교수 연구팀 (Professor Andrey Abramov)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입니다. 아브라므 교수 연구팀은 마이토콘드리아와 활성 산소 연구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연구 그룹입니다. 제가 속한 간디 교수 연구팀은 뇌질환의 임상실험과 치료에 집중합니다. 현재 우리 연구팀은 퇴행성 뇌질환의 병리 생리학적 기전을 찾기 위해 환자 역분화 줄기세포 (hiPSC), 미니 브레인 (organoid), AI 등의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간디 교수 연구팀은 2017년 런던 UCL 에 소속을 둔 채 국가 지정 연구소인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프란시스 크릭연구소는 화려했던 영국의 근대 과학을 부활시키고 차세대 노벨상 수상자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영국 정부, 민간 기금, 런던 주요 대학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의학 연구소입니다.
현재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폴 너스 경 (sir Paul Nurse)이 연구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폴 너스 교수 연구팀과 저희 팀은 한 실험실을 씁니다. 너스 교수는 노벨상이란 명예와 연구소장이란 직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랩에 나와 연구자들과 함께 상의하고 센터의 말단 직원, 말단 테크니션들과 소통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과학자입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실패하자 연구소 자체 검사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서 모든 연구소 직원들이 매주 1회씩 검사를 받게 하였습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교차 감염 기회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대신 도보 40분 거리를 매일 걸어서 출퇴근합니다. 정부가 무능하면 과학자들이 행동해야 한다며 언론을 통해 정부 비판을 서슴지 않고, 젊은 과학자들에겐 늘 과학자의 양심을 강조합니다. 연구소 청소팀의 한 직원이 지병으로 숨지자 크릭 연구소 메인 홈페이지에 이 소식을 올리고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셨습니다.
크릭 연구소는 이런 너스 교수의 태도와 철학이 잘 스며든 일터입니다. ‘질병 정복’이라는 목표만 있을 뿐 자유롭고 수평적인 일터입니다. 연구소의 상당한 면적이 열린 토론 공간으로 조성돼 있어 언제라도 누구와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최신 시설의 식당과 바도 갖추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됩니다.
2016년 연구소가 문을 연 이후 크릭 소속의 피터 라트클리프 교수 (professor Peter Ratcliffe)가 2019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 하였습니다. 라트클리프 교수는 저희 팀의 간디 교수의 신경과 수련의 지도 교수였기 때문에 저희 연구팀과도 자주 소통합니다. 한쪽 청각이 온전치 못하셔서 주변 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메모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시지만 후배들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인자한 과학자입니다. 이번 연구의 출판에 앞서, 저는 이 연구를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 프리 라디칼 학회 (Society for Free Radical Research International)에서 구두 발표하였습니다. 마침 이 자리에 라트클리프 교수도 참석하셨고, 행사 후 리셉션 자리에서 차를 나누며 긴 시간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교수께서 노벨상 수상 전이었기에 가능했던 행운이었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하신 후엔 너무 바빠지셔서 긴 시간 만남의 행운은 다시 없었지만 연구소 내 세미나 등에서 마주칠 때마다 연구자로서 긍정적 자극을 받습니다.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멀리 보는 행운을 얻었다 생각 합니다.
3.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실험 과학자의 힘은 여러 시행 착오와 다양한 경험에서 길러집니다.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허락된다면 혹시 모를 해외 연구 기회를 탐색해 보길 추천합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 기회가 위축될 것이 예상되지만 기회를 만났을 때 놓치지 않도록 잘 대비하셨음 좋겠습니다. 한국인이 부족한 듣고 말하고 쓰는 소통형 영어에 보다 집중할 것을 권합니다. 학위를 준비하는 분들은 미래의 지도 교수가 좋아할 만한 실현 가능하고 참신한 연구 계획을 만들어 보십시오. 연구원을 준비하는 분들은 연구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그간의 연구 결과와 스킬셋을 정리해 보십시오.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4.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의 전자 현미경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의 생물리학팀,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화학팀과 공동으로 파킨슨병의 병리적 메커니즘인 단백질 응고 현상을 뇌세포에서 직접 유도하고 이를 눈으로 관찰 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화 (Visualisation) 기술을 연구 중이며 곧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산발성 파킨슨병 (Sporadic Parkinson’s disease)의 발생 인자를 찾기 위해 머신 러닝 (Machine learning) 기술을 이용한 질병 예측 모델 (Disease classifier)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이 구축되면 파킨슨 발병의 95% 차지하는 산발성 파킨슨병의 주요 원인을 특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는 향후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고국으로 돌아가 그간의 연구를 국내 연구자들과 공유하고픈 개인적인 바람도 있습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를 후원한 ‘Wellcome Trust’ 와 ‘Medical Research Council’, 연구에 참여한 공동 저자, 연구실 동료, 그리고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이하 사진 첨부
*첨부 사진: 공동 교신 저자 아브라므 교수 (뒷줄 중앙)와 간디 교수 (아브라므 교수 오른편). 공동 제1 저자 스토크 박사 (아브라므 교수 왼편)과 최민이 박사 (앞줄).
*첨부사진: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 (The Francis Crick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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