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University of Gothenburg and Sahlgrenska University Hospital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약물의 효능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데, 최근들어 장내미생물의 조성의 차이가 약물에 대한 개인별 반응성 차이를 매개한다는 것들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Cancer immunotherapy가 그 대표적이 예인데, anti-PD1 therapy에 반응을 보이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에서 장내미생물의 조성이 다르다는 것이 Science에 3개의 논문이 발표가 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PD1-based immunotherapy에 반응성 및 저항성을 매개하는 공통적인 박테리아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특정 박테리아에 집중하기보다, 장내미생물의 기능의 산물인 장내미생물 대사체 (microbial metabolite)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장내미생물 대사체가 약물과의 직간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약물에 대한 반응성을 조절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본 연구는 장내미생물 대사체인 imidazole propionate가 당뇨병 약인 메포민의 반응성을 조절할 가능성과 그 작용기전을 제시한 연구입니다. 이를 통해 장내미생물 대사체 제어를 통해 약물에 대한 개인별 반응성 차이를 조절할 가능성을 제안하였습니다.
본 연구는 2018년에 Cell에 투고하기 전에 네이쳐에서 4번의 리비젼 동안 한명의 리뷰어가 본인이 생각하는 가설이랑 다르다는 이유로 리젝받았던 부분을 분리하여, 새롭게 가설을 세우고 진행하여 마무리한 일입니다. 그 당시에는 분리한 내용을 포기할 까도 생각했지만 지속적으로 관찰된 현상이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진행하여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분리할 당시에는 metformin의 반응성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스토리가 잡히지 않은 상태였고, 돌이켜 보면,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리뷰어를 설득을 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 연구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Cell 지에 싣지 못했던 부분을 새로운 가설로 증명하여 진행된 연구입니다. 올 1월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정밀의학 교실에 임용되어서 연구실을 세팅하고 있는 상황이라, 스웨덴에 직접 가서 실험을 진행하고, 박사 지도교수님 이신 포항공대 류성호 교수님 연구실에 가서도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COVID-19 상황이 악화되어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스웨덴 Fredrik Backhed 교수님 연구실의 동료인 루이스 만네라스 홈 박사와 포항공대 류성호 교수님 연구실의 윤나오 박사의 도움으로 일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의 Fredrik Backhed 교수님 연구실은 이전 인터뷰에서도 소개해드렸지만, 연구실 소속 정규직 team leader 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연구의 공백이 없이 잘 운영이 되는 연구실입니다. 그리고 유럽의 많은 학교 및 연구소가 그렇듯이 core facility가 잘 구축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운이 좋게도 제 연구실을 세팅하게 되었지만, 매순간 제 능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그럼에도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가설을 세우는 단계에서의 즐거움과 가설을 증명하는 단계, 무엇보다 제 가설이 틀리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새로운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는 단계에서 잠시 느끼는 즐거움 때문에 연구활동을 하게 됩니다. 2018년 Cell 논문도 그렇고 이 논문도 역시 제 편견이 깨지는 순간에 새로운 가설을 세울 수 있었고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사람마다 각자의 페이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박사과정을 길게 한 편이라 특히 유럽에서 박사과정을 했던 동료들에 비해 2배가 더 걸렸었기 때문에 막막하기도 했지만, 긴 박사과정 동안 쌓아온 여러 실패의 경험들이 도움이 되는 순간들이 오는 것 같습니다. 현재 장내미생물 분야가 소위 핫한 분야가 되었는데, 제가 2012년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2013년에 이 분야의 연구실로 지원을 할 당시에는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을 못했었습니다. 제 박사과정 동안 제가 갈증을 느꼈던 부분 그리고 제가 잘할 수 있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연구분야를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고, 마찬가지로 세포신호전달 분야를 전공했고 그럼에도 갈증과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장내미생물 대사체를 활용하여 호스트의 신호전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하는 연구의 장점을 흡수하여 새로운 주제로 발전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본인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유행만 따라가는 것은 포스닥 과정이나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었을 때 중요한 점인 독립성 및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을 듯하니 고민을 치열하게 해보셨으면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올 해 1월부터 성균관대 의과대학 정밀의학교실 소속으로 연구실을 세팅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학생 두 분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가 당뇨병 약에 대한 개인별 반응성 차이에 대한 연구였지만, 다른 질환으로 확장시켜서 약물에 대한 저항성이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장내미생물과 대사체 관점에서 학생분들과 함께 규명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학생을 뽑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 연구실을 선택해 준 류가은, 김효진 학생 분께 고마운 마음입니다. 부족함이 많겠지만,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함에 대해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를 선택해주신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님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정밀의학 교실이 올해에 생겼는데 유능하신 교수님들 (김경규, 김균환, 이주상 교수님)이 계시니 관심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분야가 전혀 달랐지만, 제 관심분야를 존중해주시고 적극 지지해주신 Fredrik Backhed 교수님과 제가 논문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준 Rosie 외 스웨덴 연구실 동료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고, 저는 평생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지도교수님 상을 갖고 계시는 포항공대 류성호 교수님, 뇌연구원 서판길 교수님, 서강대 김건수 교수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또 한국에 들어와서 여러 좋은 연구자분들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주신 성제경 교수님과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시는 허원도 교수님, 구본경 교수님, 배외식 교수님, 최장현 교수님, 김윤희 교수님, 채영찬 교수님 외 많은 포항공대 신호전달 실험실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흔쾌히 연구를 도와준 후배인 포항공대 윤나오 박사를 비롯한 후배님들과 판단이 흐려질 때마다 2005년부터 저를 붙잡아주시는 이미남 박사님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건강문제로 너무 걱정을 많이 해준 어머니, 아버지, 동생 은별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관련 링크
연구자 ID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