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University of Maryland School of Medicine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는 Topoisomerase 3b (Top3b)라는 효소가 뇌 기능에서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Top3b는 꼬여있는 DNA와 RNA의 구조를 풀어주는 효소인데, 정신분열 환자에서 Top3b가 손실 된 임상 연구가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Top3b는 Fragile x syndrome에 관여하는 Fragile Mental Retardation Protein (FMRP)과, TDRD3라는 tudor domain protein이 결합을 이루어 신경발달과 가소성에 관여한다는 것을 저의 동료가 초파리에서 발견하였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Top3b KO 쥐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처음으로 밝혔는데, 과도한 공포반응과, 공포 기억, 사회성 결여, 공간 기억 능력 저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해마 뉴런의 성체줄기세포의 발달에도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자세한 병인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서 ChIP 시퀀싱과 RNA 시퀀싱 기법을 사용하여, 쥐 뇌에서 일어나는 transcription 과정을 관찰하였습니다. 공포 실험 (Fear conditioned memory test)에서 사용하였던 전기충격을 주어 뉴런의 활성을 유도하고, 쥐 뇌를 분리하였는데, 정상 쥐에서 전기충격을 받은 뇌는 RNA polymerase II (Pol II)의 유전체에서의 결합이 높아진 반면, Top3b KO 쥐에서는 이 반응이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즉, Top3b가 뇌 활성에서 반응에 필요한 유전자, 특히 Immediate early expressing genes (IEGs) 의 transcription에 역할을 하고, 이것은 공포 감정 조절에 있어서 중요함을 밝혔습니다.
이 연구에서, 행동실험 결과가 연구 초반에 나왔는데, 어떻게 유전체 연구와 연관을 시킬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유전자와 행동 표현형 사이의 거리가 매우 크게 느껴졌기 떄문이지요. 쥐에 공포 행동실험 때와 같은 전기 충격을 주고 유전자를 분석하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수행에 옮겼는데, 첫 시퀀싱 결과를 받아 본 날의 희열감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PI가 일부 데이터 결과를 손에 들고 들어왔는데, PI도 저도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히기 힘든 기쁜 날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연구한 곳은 미국 NIH의 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 입니다. 노화를 주로 연구하는 센터인데, 특히 1958년부터 진행중인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 (BLSA) 프로젝트를 위해 3,200명이 넘는 자원자들이 평생에 거쳐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노화연구를 위한 샘플을 제공합니다. 사망한 자원자를 대신해서 새로운 자원자를 계속해서 영입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공 받은 각종 혈액, 세포, MRI, 운동 능력이나 정신 분석 자료 등은 연구소의 각 랩으로 보내져 다양한 분야에서 노화 연구가 진행됩니다. 제가 근무한 Lab of Genetics and Genomics에서는 혈액이나 세포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노화에 기여하는 유전자적 메커니즘을 연구하였습니다.
NIH에서 포스닥 과정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풍부한 자원과 훌륭한 동료들이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연구가 있었을 때, 각 분야의 실력있는 멤버들이 있어서 쉽게 조언을 얻었고, 실험에 필요한 재료나 기기를 마음 껏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반 학교에서 흔하지 않는 컴퓨터, 통계 분야의 전문가들이 랩에 많았기 때문에, 눈문을 위한 데이터 분석과 Visualization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생 때, 랩은 매우 작은 공간이라고 느꼈었습니다. 시약병과 기기들로 가득하여 옹기종기 모여서 우리끼리 실험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공간이 없어서 서로 부딪치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포스닥 과정을 하고 연구를 계속하면서, 제가 굉장히 거대한 세상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처럼 또 다른 작은 랩 공간에서 햇볕 못 보고 밤 낮 일하는 전 세계 다른 연구자들이 ‘논문’이라는 매개체로 소통하고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연구하다가 문제점이 있거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논문을 보고 해결하고, 내가 연구하는 것도 논문의 형태로 공개하고요. 다른 논문들을 읽으며 흥분하고 놀라고 때로는 좌절도 합니다. 감히 만날 수 없는 대가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도 논문으로 알 수 있고요. 지금 제 책상에 놓여 있는 논문들도 전 세계 곳곳에서 나온 연구들이네요. 논문으로 먼저 알게 된 연구자를 학회나 세미나에서 보게 되면 원래 알던 사람처럼 혼자 반갑습니다. 또 살아 있는 사람뿐 만이 아닌, 먼저 돌아가신 과학자들의 업적도 논문으로 접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거대한 세상에 저도 함께 발 담그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도 후속 연구를 하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드릴 수 있는 그런 괜찮은 연구를 하는 것이 꿈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첫번째로, 요즘 대세인 분야가 아닌, 개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찾아 가시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의 대세가 내일도 대세는 아니니까요. 반대로 오늘의 마이너가 내일도 마이너 분야는 아닐 듯 싶습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 분야에서 새로 나온 테크닉은 길어야 3년인 것 같습니다. 평생을 생각한다면, 본인이 재미있는 분야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특별히 기술 개발에 흥미가 있지 않으시다면, 테크닉 보다는 연구 분야를 선택하는데 집중하시고, 새로운 기술의 흐름은 부차적으로 따라가며 연구에 필요한 적합한 기법을 그 때 그 때 사용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훌륭한 멘토를 꼭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좋은 멘토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국외 PI를 선택할 때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정보를 알았다고 해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PI와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요. 제가 추천해 드리는 방법은, 그 PI 랩에서 나온 논문들을 보시는 것입니다. 얼마나 자주 논문이 나오는지, 여러 학생들이나 포스닥들이 골고루 주저자로 나오는지, 공동 연구는 다양하게 하고 있는지 확인 하시고, 논문 내용과 아이디어가 흥미를 끄는지, 후속 연구는 재미 있을지, 연구에 사용된 기술적인 면에서 자원이 풍부한지 예측하시는 것이 PI의 역량을 알 수 있는 좋은 방법 일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 랩 출신의 학생들이나 포스닥들이 다음 커리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꼭 알아 보시길 바랍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최근 게재된 논문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뇌세포에서 일어나는 유전체와 RNA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특히, 뉴런의 활성되었을 때, 뉴런 핵에서 유전체가 어떤 조절 반응을 보이고, 뉴런 말단에서는 RNA의 프로세스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이 두 상관 관계는 어떠한지에 대한 강한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를 위해 필요한, Computational genomics를 여가 시간에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습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 지원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코로나로 너무나 힘든 시기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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