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Nucleic Acids Research 지에 발표된 논문 제목은 ‘ATAD5 restricts R-loop formation through PCNA unloading and RNA helicase maintenance at the replication fork (ATAD5 단백질에 의한 DNA 복제 분기점에서의 R-loop 형성 저해)’입니다. 세포는 생명체의 유지와 유전 정보 전달을 위해 정확한 DNA 복제과정을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도넛 모양의 PCNA 단백질’은 DNA를 감싸고, 여러 단백질들과 상호작용하여 DNA를 합성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복제가 원활하게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PCNA가 DNA로부터 분리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ATAD5’라는 단백질에 의해서 조절됩니다. 만약, 정상적으로 PCNA가 DNA로부터 분리되지 못하면, 축적된 PCNA 고리 단백질들로 인해 유전체 불안정성이 초래되기 때문에, 염색체 복제 과정에서 ‘ATAD5 단백질’에 의한 ‘PCNA와 DNA 간의 결합-분리 사이클 조절’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포 내 염색체에 PCNA가 축적되었을 때, 어떻게 유전체 불안정성을 야기시키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DNA 복제 과정에서 중요한 ATAD5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질량분석기를 통해 스크리닝하면서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RNA의 생성과 대사를 조절하는 ‘DEAD-box RNA helicase 들’이 ATAD5 단백질과 상호작용 가능한 단백질들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ATAD5는 DNA 복제에, RNA helicase 들은 RNA 전사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연구 초반에는 ‘단백질 상호작용의 생물학적 의미’를 찾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저희가 발견한 상호작용의 의미는 유전체 불안정성을 야기시키는 ‘비 정상적인 핵산 구조 R-loop (DNA-RNA hybrid)’에 있었습니다. RNA가 DNA 이중나선의 한 가닥에 결합하고 결과적으로 나머지 DNA 단일 가닥이 루프를 형성하는 R-loop는 전사 과정과 DNA 절단 복구 과정 등의 세포 내 DNA 대사 과정에서 잠시 형성된 후, 그 역할을 마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됩니다. 하지만, R-loop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고 장시간 유지되면, DNA 단일 가닥 손상 및 전사-복제 충돌 등을 통해서 게놈 안정성을 저해합니다. 그러나, DNA 복구 단백질들이 어떻게 R-loop을 조절하는 지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기에, DNA 복구 단백질 중 하나인 ATAD5가 어떻게 R-loop 구조의 형성과 해소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연구는 제게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ATAD5 단백질이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서 R-loop level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1) ATAD5가 결핍된 세포에서 DNA 복제가 끝난 후, 분리되지 못하고 축적된 PCNA 단백질들이 ‘전사 복합체와의 충돌’을 야기시켜 R-loop을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비 정상적인 DNA 복제와 RNA 전사를 유발시킴을 확인하였습니다. 2) 정상적인 DNA 복제를 위하여, ATAD5 단백질이 여러 DNA/RNA 풀림 단백질 (DNA/RNA helicase)들과 상호작용하여 복제 스트레스(Replication stress) 하에서 복제 분기점(Replication fork) 앞에 생성된 R-loop을 제거한다는 것을 분자, 세포 생물학적 수준에서 규명하였습니다.
유전체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R-loop의 형성과 제거에 관한 연구’는, DNA-RNA hybrids를 특이적으로 탐지하는 S9.6 antibody의 등장으로 최근 활발한 연구가 시작된 분야입니다. 불과 수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몇 가지 단백질들이 R-loop의 형성과 제거에 관여한다고 보고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Topological stress, DSB site, Chromatin remodeling & dynamics뿐 아니라 DRIP-seq을 통한 R-loop mapping까지 보고될 정도로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는 분야라고 소개 드리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S9.6 antibody의 한계를 넘어서는 여러가지 sequencing 기법 등을 통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DNA 내 이상 구조인 R-loop의 조절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R-loop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현재 석박〮사 통합과정 학생으로 소속되어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은 울산과학기술원 (UNIST)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DNA 복제 (Replication)와 손상 복구 (Repair), 재조합 (Recombination), 손상에 대한 반응 (Damage Response)에 대한 기전을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생화학, 동물 모델을 이용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생명과학 연구에 필요한 기본 장비는 물론, 이중 회전 디스크 공초점 현미경(Spinning disk confocal), 초고성능 질량 분석기(High resolution mass spectrometry), 생체분자간 상호작용 분석시스템(Surface Plasmon resonance system)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장비와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명경재 단장님, Orlando D. Scharer, Anton Gartner 부단장님의 지도 아래, 총 10개의 그룹들이 협업하여 열정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그룹은 저희가 이번에 연구한 ATAD5 단백질은 물론, CRISPR 유전자 가위, DNA 손상 복구와 관련된 항암제 개발, Nucleotide Excision Repair와 같은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DNA repair 분야에서 저명하신 단장님뿐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신 박사님, 선생님들 그리고 동료 대학원생들과 자유롭게 연구와 진로에 관한 토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활기찬 연구단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주소: https://cgi.ibs.re.kr/html/cgi_en/)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반복되는 연구를 진행하는 실험실 생활 속에서, 연구자는 스스로 계획적이고 꾸준한 성실성을 가져야 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실험을 디자인할 때, 어떠한 과학적 사실을 증명하고 싶은 지, 이를 통해 목표로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더 나은 접근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 지와 같은 고민이 필요함도 느끼고 있습니다. 주위 동료 연구자들과 활발한 디스커션을 하는 것 또한 스스로 놓쳤던 부분에 대해 찾아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세포의 시간에 맞추어 실험을 진행하면서, 필연적인 반복 실험과 규명 과정은 힘들고 어렵지만, 세포 내에서 정교하게 이루어지는 현상들을 관찰하는 일은 언제나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염색체 복제 및 복구 이상으로 초래되는 관련 질병 치료에 대한 기초를 마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아직 학위과정을 진행 중이고, 연구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가고 있는 대학원생으로서 어떤 말씀을 드리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단계인 것 같습니다. 다만, 학부때부터 꾸준히 공부해 온 생명과학 개념에 대한 꼼꼼한 이해와 공부 열정, 제가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한 큰 관심은 대학원 생활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발표 수업에서 준비해 왔던 다양한 영어 프레젠테이션 경험들은 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저만의 방법으로 정리하고 발표할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강의 시간에 들었던 궁금한 개념을 질문하여 알고가는 습관은 새로운 실험 설계 단계에서 필요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씨앗이 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등학생부터 지금까지 약 10년동안 꾸준히 써 오고 있는 하루 계획표는 반복적이고 복잡한 실험실 생활 속에서 저만의 든든한 실험 파트너가 되어 왔습니다. 또, Academic Twitter를 통해 최신 연구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새로운 연구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에서 발표한 R-loop 분야는, 최근 들어 제대로 연구되기 시작한 신생 분야입니다. 흥미롭게도, R-loop은 DNA 복제 과정뿐 아니라, DNA 이중 나선 절단 복구 및 노화와 관련된 Telomere 길이 조절에도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포 내 R-loop의 조절 분야’는 제게 여전히 매력적인 분야이기에 이번 연구를 하면서 배운 분자/세포생물학적 지식과 실험기법을 활용하여, ATAD5 단백질과 Telomere길이 조절의 연관성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구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항상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지원과 도움주시는 저의 지도교수님이신 ‘명경재 단장님’과 본 연구의 책임자 및 그룹 리더이신 ‘이규영 박사님’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두 분께 배웠던 큰 가르침은 제가 생명과학자로서 성장하는 데에 든든하고 값진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배워 나가겠습니다. 항상 옆에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도와주고 가르쳐 주시는 ‘박수형 박사님’,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R-loop 관련 실험으로 정말 많이 노력해 주신 ‘강나래 선생님’, 그리고 논문의 공저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늘 곁에서 도움주시는 연구단 식구들, 의지할 수 있는 형과 누나들 (성중, 은진, 선경, 운범, 유영, 민우, 남우, 진우, 영재, 우재, 주영, 의정), 학부뿐 아니라 대학원 생활에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UNIST 생명과학과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으로, 늦은 시간까지 함께 공부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항상 든든하게 지켜봐 주고 누구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든든한 울타리인 아버지, 어머니, 누나에게도 깊은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 다짐하면서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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