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단백질의 구조는 아마노산의 배열 순서에 의해 결정되고, 고유의 접힘(folding) 과정을 통해 단백질 고유의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잘못 접히는 과정(misfolding)을 유발하여 단백질이 정상적인 생물학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단백질 고유의 구조를 결정하는 접힘 과정의 중요성으로 인해, 해당 접힘 동력학에 대한 이해는 생물학, 생화학, 생물리학 분야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해당 목표를 가지고 많은 실험적 노력들이 수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단백질 고유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풀리게 한 후, 다시 접히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관측함으로서 단백질 접힙 과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선례 연구의 접근법에 기반하여, 저는 싸이토크롬 단백질의 산화/환원 상태 변화를 통해 풀림-접힘 평형 상태를 조절함으로서, 풀림에서 접힘으로의 전이과정을 물리화학적 기법으로 관측하고자 하였습니다. 기존의 실험적인 접근과 가장 큰 차별점은 엑스선(X-ray) 펄스를 이용해 단백질 접힘 과정을 “고속 연사 촬영” 하여,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단백질의 구조 변화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단백질에 대해 일정 시간마다 엑스선 산란(scattering) 신호를 얻게 되면 일종의 연속 스냅샷 사진들을 얻을 수 있는데, 해당 사진들에 찍힌 엑스선 산란 신호로부터 단백질의 구조를 추출하면 단백질의 움직임을 한편의 영화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법을 시간분해 엑스선 산란학이라 부르며, 최근 들어 작은 유기화합물에서부터 거대한 단백질까지 다양한 화학 및 생체 반응 연구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시간분해 엑스선 산란학이 가장 중요한 생체 반응 중 하나인 단백질 접힘 과정을 분자 구조 수준에서 추적/관찰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기에, 이를 토대로 접힘 과정의 이해가 필요한 신경 퇴행성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 등 다양한 대상으로 연구의 주제가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단백질 오접힘으로 인해 발생되는 단백질 응집(aggregation) 반응 연구 등도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수행한 곳은 KAIST 화학과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소속의 이효철 교수님 그룹입니다. 유기 화합물에서부터 나노물질, 생체 분자에 이르는 다양한 반응 동력학에 대해 분자 구조 관점에서 이해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학 반응에 대한 실시간 관측을 위해 시간분해 엑스선 산란/회절(time-resolved X-ray scattering/diffraction), 시간분해 전자 회절(time-resolved electron diffraction), 시간분해 분광학(time-resolved spectroscopy) 등의 물리화학 기법들을 두루 사용합니다.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해당 홈페이지 (https://www.iheelab.com)를 방문해보셔도 좋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대학원 초창기 때, 단백질 접힘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해보고 싶다는 정말 단순한 목표를 세우고 지도교수님께 해당 프로젝트를 제안하였습니다. 당시 제 지식 수준은 학부생 시절 생명과학 과목에서 배운 “단백질 접힘은 중요한 생체 반응 중 하나이다” 수준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무모하였습니다. 항상 이런 무모함의 끝에는 좋지 않은 결과들이 만들어지는데, 저 역시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양한 실패를 겪었습니다. 시간분해 엑스선 산란학 실험의 특성상 해외 가속기와의 공동연구가 많은데, 실험 실패의 사소한 외적 요인인 장기간의 이동까지도 고려하여 실험실에서 모든 조건들을 설정해야 했고 현지에서도 기준 조건들과 동일하게 하기 위해 수차례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좋은 데이터를 얻었지만, 단백질 접힘 반응을 해석하기 위한 반응 동력학 해석에도 고된 난관을 지나야만 했습니다. 모든 어려움을 뚫고 논문을 마무리하여 제출한 이후에도, 예상치 못했던 3차례의 논문 수정이라는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결과로 귀결되어 매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전반적인 실험 설계에서 마무리까지 걸린 시간이 학위기간과 거의 동일했기에, 제 기억속에선 어렵고 힘든 과정에서 흥미를 잃거나 연구로부터 다소 멀어지는 모습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학원 초기 제가 지녔던 생각인 “새로운 도전은 항상 옳다” 는 신념을 되뇌이면서, 두려움이 자라고 있는 현재의 제게 새로운 도전에 대한 동력을 주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물리화학 분야는 학제간 융합이 활발하고, 특히 연구 대상은 물리, 화학, 생명 분야에 이르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제 경우, 물리 및 화학쪽으로는 선호가 매우 뚜렸하였지만, 생명과학 분야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해당 분야 쪽의 관련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학부생 시절 생화학 과목이 필수 전공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감히 제외하였던 모습은 돌이켜보면 상당히 후회로 남습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대학원 과정에서 해당 과목들을 진지한 자세로 공부하면서 과거를 반성하였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분야를 편식하는 자세에서 탈피하여, 가급적 다양한 과목 및 분야를 접해보면서 시야를 넓히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작년 봄 저는 시카고대학교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이직하여 새로운 연구 활동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연구 중 하나는 생체 모방 인공광합성 물질을 합성하고 그 기능을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주제에 화학 반응 동력학 연구를 결합하여 태양에너지가 화학에너지로 변환되는 반응 메커니즘에 대해 물리화학 측면에서 연구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실험 설계를 마치고 꾸준히 수행 중에 있는데, 곧 좋은 결실이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긴 연구 여정동안 묵묵히 지켜보시면서 제가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이효철 교수님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단백질 접힘 과정에 대한 이론화학적 통찰력을 주신 KAIST 화학과 이영민 교수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연구가 무사히 끝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실험실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 전하며, 마지막으로 제 도전을 항상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가족과 아내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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