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일반적인 비만에 비해 내장지방 축적이 적으며, 인슐린 저항성 수치와 혈압, 지질대사 및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낮습니다. 비만으로 인해 당 대사기능을 하는 간, 근육 등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 대사합병증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데, 건강한 비만의 경우 혈중 지방이 주로 피하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입니다.
각 장기별 혈관은 각기 다른 기능을 담당하며 지방 축적은 모세혈관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모세혈관에서는 지방산전달인자들이 발현하고, 이들 인자는 모세혈관을 통해 지방의 주구성원인 지방산을 전달하여 지방세포로 축적 시킵니다. 모세혈관이 지방 축적을 위한 지방산의 전달자 이자 이동통로인 셈입니다. 그러나 정작 지방 축적이 주 기능인 지방조직에서 모세혈관의 기능을 관장하는 정확한 요인과 기전은 밝혀진 바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안지오포이에틴-2가 피하지방 모세혈관 내 지방산전달인자를 조절하여 건강한 비만을 유도하는 원리를 규명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IBS 기초과학연구원 / 카이스트 혈관 연구단 소속으로 고규영 교수님께 박사학위 논문지도를 받았습니다. 이전에 교수님의 환갑을 기념하여 세계 곳곳 혈관생물학 분야의 권위자들께 생일 축하 인사를 부탁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학자들로부터 고 교수님을 향한 깊은 신뢰와 경외를 보며, 그동안 교수님께서 걸어오신 세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혈관생물학 분야의 변방일 뻔한 대한민국이 2020년 세계혈관학회 (https://www.ivbm2020.org)를 개최할 수 있는 건 긴 세월 동안 세계 학자들에게 인정받기까지 피와 땀으로 걸어오신 교수님의 노력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은 특이하게도 의사, 생명과학자 및 공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시너지를 이루어 인간의 질병에 관해 연구합니다. 저는 생명과학자로써 저의 생물학적 지식과 주변의 생리의학적 지식이 조화되어, 같이 머리를 맞대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낼 때 연구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저희 혈관연구단과 의과학대학원에서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지속적으로 훌륭한 연구 성과들을 창출해내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를 한참 진행하는 과정 중에, 다른 연구팀에서 안지오포이에틴-2와 대사관련 논문이 출판되어, 기존 논문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기존 논문과는 분명 다른 내용이었지만, 키워드가 겹치는 바람에 논문 심사 시 불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Novelty 문제로 본 논문이 거절당하는 주 이유였습니다.
박사논문심사때 지도교수님을 포함한 committee 교수님들의 조언을 참고하여 논문 전개의 순서를 바꾸어 보았고, 다행히 peer reviewer들에게 novelty와 관련된 문제 제기를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같은 data인데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박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결혼을 하였고, 두 아이를 양육하며 박사 과정을 함께 하였습니다. 아내도 직장인으로써 커리어를 이어갔기에,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면 힘겨운 박사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정을 통한 안정감과 자녀들을 통한 기쁨이었습니다. 섣불리 제가 걸었던 길을 다른 분들에게도 권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제가 박사 과정 중에 가장 잘한 일은 두 편의 논문을 작성한 것도 아닌, 두 아이를 양육했던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난 1월 한빛사로 소개 드린 논문(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0-14293-1)의 후속 논문 마무리 작업 중에 있습니다. 림프절 내 기질세포에 의해 암 전이가 조절되는 내용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긴 시간 동안 인내와 격려로 이끌어주신 고규영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이 랩에 오고 가며, 랩이 나날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뒤에서 항상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키시는 교수님의 존재를 최근 새삼 깨닫습니다. 박사논문 심사를 맡아주신 김인준, 김하일, 서재명, 이혁종 교수님의 조언 덕분에 학술지에서도 제대로 된 심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논문의 시작을 이끌어주신 홍기용 교수님, 그리고 논문의 마무리를 책임져 주신 장철순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를 처음 과학자의 길로 이끌어준 고상석 교수님, 김석호 교수님, 그리고 추인선 교수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랩생활을 하며 그동안 감사했던 선배님들과 후배님들의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무엇보다도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낸 전우들인 홍선표 박사와 박인태 박사의 앞날에 축복이 깃들길 기도합니다. 제 박사학위와 논문들은 저의 동지인 아내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함께 멋진 작품들(하윤과 서아)을 이뤄낸 것을 이번 결혼 기념일에 자축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을 기도로 양육하신 부모님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장인어른, 장모님을 만난 것은 저에게 큰 기쁨입니다. 멀리 미국서 기도로 응원하는 처제 가정과도 언젠간 조우할 날을 꿈꿉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박사과정을 돌이켜보면 떠오르는 성경 구절을 나눕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장 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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