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충치(dental caries; tooth decay)는 미생물이 형성하는 바이오필름(biofilm)과 그 바이오필름의 형성 및 산 생성에 연료로 사용되는 다이어트 의존성 구강질환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병율이 높고 치료비용이 많이 들며, 상대적으로 치료하기 힘든 질병 중 하나입니다. 바이오필름은 미생물이 형성하는 하나의 건축물로서 exopolysaccharide (EPS) matrix는 바이오필름의 구조적 강직성에 기여하여 물리적인 제거를 용이치 못하게 하고, 항생제의 내성을 강화시키는 등 바이오필름과 관련된 질병의 주된 병인성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대의 시퀀싱기술과 이미징기술의 발달은 구강내 바이오필름의 구조적특징을 밝히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건강한 성인의 플라그(plaque, 치아표면에 형성된 바이오필름)를 채취하여 그 구조적인 특성을 마이크론 단위에서 살펴본 연구가 있습니다(Mark Welch et al., PNAS, 2016). Human Microbiome Project를 일환으로 획득한 구강내 마이크로바이옴(oral microbiome)데이터를 이용해 미생물총의 상대적 구성비(microbial composition)와 그 공간적 구조(spatial organization)를 살펴본 연구로 미생물생태분야뿐만 아니라 치과연구분야에서도 많은 각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이오필름의 공간적 구조가 어떻게 질병(충치)과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고, 그 샘플링에서 큰 제약이 있었습니다(건강한 성인의 치아표면에 형성된 플라그를 이쑤시개를 이용하여 물리적으로 채취함).
저희는 Penn Dental Medicine (이하 유펜)의 소아치과와 협업하여 소아우식증(early childhood caries) 환아로부터 치아표면에 형성된 바이오필름에 물리적인 충격을 주지 않고 바이오필름의 원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발치하였습니다(48-72개월 사이의 소아 중 유치가 더 이상 기능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할 때 발치함). 그 다음 검체를 실험실로 옮겨와서 이를 미생물계통분류에 의한 형광 표시법을 이용하여 그 구조적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돔(dome)형태의 둥근 원형 구조가 빈번히 관찰되었고, 이를 공초점현미경으로 해부해서 살펴보았을 때, 충치균인 Streptococcus mutans가 중심부에서 높은 비율로 자리잡고 그 주변부로 다른 미생물들이 띠를 두른 형태인 corona와 같은 미생물의 배열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이적 공간구조를 사람의 치아를 이용한 실험실모델에 재현하여 corona와 같은 미생물의 배열과 함께 둥근원형구조를 가진 바이오필름이 내부의 산성환경을 조성하여 법량질의 demineralization(탈염화)를 유발함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러한 공간적 구조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EPS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는 post-microbiome의 일환으로 다양한 미생물이 어떻게 공간적인 구조적 특성을 가지며, 이 공간 구조적 특성과 그 병인성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첫번째 연구가 되겠습니다. 이와 같은 접근법은 앞으로도 구강질환뿐만 아니라 바이오필름과 연관된 감염성 질병의 연구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유펜 바이오필름 연구소는 구강 바이오필름의 형성 메커니즘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PI이신 Dr. Koo는 전세계적으로 구강 바이오필름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관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천연물에서부터 나노소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제재를 실험실상에서의 바이오필름모델 뿐만 아니라 동물 충치 모델을 이용해 그 작용 메커니즘과 효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의 경우에도 소아치과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미생물생태분야 권위자인 Dr. Whiteley (Georgia Tech)와 공동연구를 통해 미생물의 구조적특징에 대한 정량적인 접근법이 가능하였고, 세계적으로 Cariology분야에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Indiana Univ의 Oral Health Research Institute와 공동연구함으로써 바이오필름의 구조적특징과 충치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상호 소통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연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주변사람들과 유연하게 소통하며, 자신의 연구가 상대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요즘은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연구성과가 보고 되는데, 혼자서는 절대로 그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없습니다. 공동연구의 시너지효과는 바로 이 부분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는 본 연구에서 사용된 저의 경험과 지식이 치과대학 학생들에게 좋은 자료(교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수업을 통해 잘 전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면서 그 동안 배운 지식과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겠고, 당장 눈앞에 성과가 없더라도, 당장 그 실험을 내 논문에 사용하지 못할지라도, 자신이 배우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그 시점에서부터 자신의 안목이 넓혀질 수 있는 큰 기회가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의 공동연구자들과 잘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랩미팅에서 발표하거나 질문하는 것에서도 본인이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디어를 잘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도 메모할 준비가 되어있을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올 겁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의 연구는 충치와 연관된 바이오필름의 생물학적인 이해와 더불어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전략수립, 그리고 이를 통한 바이오필름과 관련된 질병의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전북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학교실에서 본 연구의 후속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학제간 연구가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영향을 받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연구분야에서도 공동연구 등에서 많은 제약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이전 프로젝트의 마무리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해외방문을 생각했지만, 올해는 모두 보류해야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의 네트워크 확장에 힘쓸 생각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적인 측면에서는 구강 바이오필름 연구를 위해 많은 조언과 지원을 해주신 유펜의 Dr. Koo (구현 교수님)와 전북대 치과대학 예방치학교실 전재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구강 바이오필름 연구에 관심이 있으신분들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외국생활에도 항상 큰 힘이 되어주신 부모님과 형, 결혼 후에 항상 타지에서만 지내다가 이제 귀국해서 가까이에서 살 수 있게 되어 기뻐하시는 장인장모님, 그리고 항상 큰 힘이 되어주는 아내 하얀이와 건희·재희 남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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