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Cell Quiescence (G0 phase)라는 현상은 생물학 모든 분야에 걸쳐서 중요한 현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많은 부분들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Quiescent cell은 cell-cycle이 정지된 상태로 low metabolic state을 유지하며, 세포 내외부적인 변화를 감지하여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minimalism”을 유지합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세포들 (tissue stem cells, hematopoietic stem cell, T cells등)이 quiescent state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몸 안의 adaptive immunity를 담당하는 naive T cell은 평상시에 quiescence를 유지한 채 우리 몸을 순환하며 조용히 감시하다가, 외부로 부터 감염시에는 빠르게 activation되어 effector T cell subset으로 분화하여 우리 몸을 지키게 됩니다. 따라서 T cell 내의 quiescence 와 activation에 대한 threshold/balance는 매우 정교하게 조절되고 있으며, 실제로 quiescence 상태를 조절하지 못하게 된 T cell은 다양한 자가면역질환들을 일으키게 됩니다. 저는 오랫동안 면역세포의 분자생물학적 기작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Yale에 합류한 이후 T cell quiescence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떻게 naive T cell이 minimalism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연구에 접근하였습니다.
우선 quiescent state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기 위해서 기존에 알려져있는 genome-wide database를 이용하여 후보군을 선별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activated T cell 대비 quiescent T cell 내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인 BTG1과 BTG2를 발견하였고 이를 실험적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BTG1/2는 mRNA deadenylation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PABP (Poly(A)-binding protein)과 CNOT deadenylases와 상호작용 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착안하여 하나의 가설을 세우게 되었는데, T cell은 quiescent state를 유지하기 위해서 “PABP - BTG1/2 – CNOT” complex를 형성하여 mRNA의 deadenylation과 degradation를 촉진, 결과적으로 mRNA abundance가 낮아지게 되어 “minimalism”이 유지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이를 실험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conditional KO mice를 제조하였고, RNA 분야의 전문가인 임재철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서 연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DKO naive T cell에서는 poly (A)의 길이가 global하게 증가하여 있었고, 이로 인해서 mRNA의 양이 WT 대비 약 90% 가까이 증가하여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결국 activation threshold가 낮아지게 된 DKO T cell은 quiescence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activation 되는 현상을 in vitro / in vivo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Schematic illustration of how naive T cells maintain the quiescent state.
이번 연구는 특정 cofactor에 의해서 mRNA의 양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이 cell quiescence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첫번째 사례로, quiescent cell의 minimalism을 설명하는 중요한 발견으로 생각됩니다. 향후 BTG1/2의 활성/비활성화를 통해 T 세포를 이용한 암치료 및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Yale School of Medicine 소속 Immunobiology는, 첨단 연구장비는 물론,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여 활발하게 교류하고 꾸준하게 좋은 성과를 내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입니다. 저는 Richard Flavell 교수님 연구실에 소속되어있는데, 이곳은 40명 정도의 연구원, 학생, 포스닥, 임상교수들이 모여있는 대형 연구실로, 삼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주 활발히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신 Flavell 교수님은 굉장히 넓고 깊은 안목을 지니고 계신데, 수십년에 걸친 연구기간 동안 어느 특정 한 분야에 머물지 않고, 면역학/생화학/유전학/미생물학/생리학을 포함, 거의 생물학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구를 지향하십니다. 덕분에 저희 연구실에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있으며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꾸준하게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면역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조금 남다른데, 원래 평범하게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다가, 학부 졸업 즈음에 성인 아토피를 심하게 앓기 시작했던 것이 그 동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몸이 아파 취업을 포기하고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 이갑열 교수님 분자면역학 연구실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언젠가는 지병을 치료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Type 2 immunity 연구에 깊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학위 과정을 마치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연구분야도 조금씩 넓어지게 되었지만, 내 몸에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초석을 쌓아간다는 마음가짐은 긴 연구기간 동안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가설을 세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아직 부족한 연구자로서 다른 분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박사학위를 하고 해외에 나와서 포스닥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가설에서 시작해서 실험적인 결과를 논문으로 내는 순간까지 정말 많은 실패의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연구생활은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고, 강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실패할 때마다 초심을 생각하며 집중하여 연구하시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돌이켜 보면, 쉽게 흘러갔던 논문보다 힘들게 냈던 논문을 통해서 더 배운 것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의 길에 정말 깊은 뜻이 있으시다면 인내심을 가지시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실험을 수없이 실패하고, 혹은 스쿱을 당하고, 혹독한 리뷰어를 만나서 고생하고, 리뷰가 통과된 논문이 리젝을 당하기도 하고, 그런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보면 좋은 교훈이 되어있음을 돌이키게 됩니다. 연구기간 중간에 논문이 꼭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중단기적인 목표를 따로 세워가며 유연하게 연구계획을 짜시면 학위과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해외로 유학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해외에서는 훌륭한 연구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습니다. 가설을 설정할 때, 실험적으로 난관에 부딪혔을 때 혼자 고민하는 것 보다도, 주변을 찾아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주변의 좋은 연구자들과의 과학적 교류를 활발하게 하시다보면, 분명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BTG1/2에 의한 mRNA deadenylation이 다른 quiescence 세포에서도 보존되어 있는 general mechanism일 것으로 예상이 되어 후속연구를 계획 중입니다. 또한 현재 T 세포에서 일어나는 면역학적 현상과 Cilia를 연결짓는 재미있는 주제로 논문을 준비 중입니다. 향후 에는 ciliopathy를 연구해보고자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토피/천식,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계획이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논문을 투고하고 최종적으로 억셉되기 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다행히 4명의 reviewer들이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리비전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editor의 손에서 돌아오기 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들이 정말 무기력하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논문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있어서 집중력이 흐려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공동 1저자인 임재철 박사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정말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던 훌륭한 과학자 임재철 박사를 만난건 제 인생의 큰 행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연구를 하면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왔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갑열 교수님을 만나뵙게되어 면역학 연구에 길을 들이게 되었고, 세계적인 대가인 Flavell 교수님에게 까지 그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RNA 분야에 대한 설읶은 상상력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전문가인 임재철 박사를 만났습니다. 좋은 부사수 장성웅 박사를 만나 한국의 논문이 잘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의 연구가 저 혼자 해온 것이 아니었음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그동안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주신 이갑열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먼 이국 땅에서 연구하면서 많은 의지가 되었던 재연, 홍열, 준영, 진규, 창선, 재훈, 락균형, 욱진형, 배훈형, 재광형, 강인수 교수님, 박인현 교수님, 그리고 뉴헤이븐한인교회, YKBS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몸은 멀리 있지만 항상 기도로 응원해주신 양가 가족들에게 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신혼여행까지 미루며 리비전하는 남편을 묵묵히 응원해준 아내 세빈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이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항상 인도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지금은 하늘에서 응원해주시는 아버지께 이 논문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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