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도시농업의 여러 형태 중, 우리 나라에서는 '식물 공장'으로도 잘 알려진 '수직 농업 (Vertical farming)'은 20여년 전 처음 제안된 이후에 지속 가능한 (Sustainable) 농업의 일환으로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성장하였습니다. 수직 농업은 실내에서 햇빛이 아닌 인공 광원으로 LED등을 이용하고, 보통 토양없이 수경재배 (Hydroponics) 또는 공중재배 (Aeroponics)를 하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수직 농업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매우 좁은 공간에 세로로 겹겹이 층을 쌓아올려 단위 면적당 재배 공간을 넓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지에서도 많은 수직 농업 기업이 채소 작물을 재배하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수직 농업은 한계 또한 명확합니다. 그 중 가장 큰 한계점은 수직 농업을 통해 재배되는 대부분의 작물이 오직 상추같은 잎채소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열매채소의 경우 비교적 식물체의 크기가 작은 딸기 이외에는 거의 시도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열매채소는 열매의 크기에 비해 잎과 줄기를 포함한 식물체 자체가 길고 무성하게 자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토마토의 경우 줄기가 끊임없이 생장을 하기 때문에 한 식물체가 사람 키를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작위 돌연변이 생성 방법 (Random mutagenesis) 과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대표적 열매채소인 토마토의 식물체를 소형화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SlERECTA (SlER) 라는 유전자를 발견하였고, 이것의 기능이 상실하였을 경우 식물체 모든 줄기의 마디 사이가 짧아지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열매와 열매 사이의 거리가 좁아져 매우 압축된 형태의 토마토열매송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SlER 유전자의 편집만으로는 이상적인 소형 식물체를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유한 생장과 조기 개화를 유도하는 두개의 개화 조절 유전자 SP와 SP5G를 더 편집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식물체는 압축된 열매송이 뿐만 아니라, 열매송이 간의 거리 역시 짧아져 식물체의 모든 열매가 집약적으로 열렸습니다. 또한 열매 생산도 매우 빠른 특징을 보여 조기 수확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여러 번에 걸쳐 수행된 생산량 테스트를 통해 소형화된 식물체의 토마토 수확량은 기존 품종에 비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였고, 열매 당도 또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개념을 여러 방울 토마토 품종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가짓과 작물인 '꽈리 (Groundcherry)' 에도 도입하였고, 결국 새로운 소형 토마토 및 꽈리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직 농업 기업 Freight Farms와의 협력을 통해 매우 제한된 실내 공간 조건에서 해당 토마토와 꽈리의 열매 생산에 성공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에 새로 개발한 소형화된 우수 품종들은 단지 과학적인 가치 뿐만 아니라 도시 농업에 즉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이 작물들이 도시농업뿐만 아니라 언젠가 지구 밖 우주에서도 재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연구 초기에 SlER 유전자를 처음 밝혀냈을 당시 기쁘면서도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SlER 유전자의 상동유전자인 애기장대의 ERECTA에 관련된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지난 20여년 동안 매우 많이 진행되어 있었고, 그래서 이 유전자 자체만으로는 연구의 독창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진행된 것들과는 다른 종류의 연구를 하고 싶었고, 평소에 관심있었던 도시농업에 제 아이디어와 실험 결과를 연결시켜 논문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현재 제가 있는 곳은 뉴욕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라는 비영리 사립 기관입니다. 1890년에 설립된 분자생물학 분야의 주요 연구기관 중 하나로, 수많은 석학들의 발자취가 빛바랜 사진들을 통해 현재까지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거의 매주마다 연구소 내에서 다양한 주제로 개최되는 국제 학회에 전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방문하고 있고, 그를 통해 현재 과학계의 최신 경향을 바로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곳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식물 분과의 Zach Lippman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토마토를 포함한 가짓과 작물의 식물체 구조 및 생장점 조절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라는 것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 좋은 연구결과는 연구자들의 능력과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연구결과는 개개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최적화된 연구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구 외적인 일들이 아닌 오직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한정된 시간 내에 더 참신한 아이디어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이 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된 이후로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연구를 위해 연구 외적인 부분을 도맡아 처리해준 여러 사람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여전히 헤매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최적의 시스템을 갖춘 이곳에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다시 한 번 느끼며, 저를 고용해주고 믿어주신 Zach께도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수많은 분들이 강조하셔서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저 역시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극소수의 매우 뛰어난 사람들을 제외하면 매일매일 수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비단 생명 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무언가를 오랫동안 깊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시각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협업을 통해 더욱 정밀한 연구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많은 연구자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식물체의 크기를 소형화하는 것은 도시 및 실내 환경에서의 열매채소 및 기타 작물 재배를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몇 가지 향후 계획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식물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 (Fine-tuning) 하기 위한 연구입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작물 소형화의 개념을 여러 열매채소 그리고 다른 식물에도 도입할 예정이며, 소형화된 작물을 여러 스트레스 조건에서 재배 및 테스트할 계획 역시 있습니다. 현재 이번에 개발된 소형 토마토와 꽈리를 우주 공간에서도 재배하기 위해 미항공우주국 NASA, 미농무부 USDA 와 논의 중에 있습니다. 미래에 제가 개발한 그리고 앞으로 개발할 작물이 언젠가 우주선 내부 및 다른 행성에서도 재배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마지막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좋은 연구실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이 논문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주신 Zach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국에 처음 와서 언어 및 문화적 차이때문에 연구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을 때, 옆에서 많은 격려의 말과 도움을 주었던 연구실 포스닥들 그리고 한인 박사님들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분들을 떠올리면서 작은 친절함과 호의가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비록 저자는 아니지만 직간접적으로 이 논문에 도움을 준 분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세어보니 20명이 넘어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연구실 테크니션분들, 농장 및 온실 매니저님, 행정직원분들 등등 그 분들의 도움에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이 글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고마운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습니다.
저의 석박사 학위과정 중 많은 가르침을 주신 백남천 교수님, 미국에 나올 준비를 할 때 흔쾌히 추천서를 써주신 김도순 교수님, 유수철 교수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논문의 공저자분들과 박순주 교수님, 허정 박사과정생에게도 감사의 말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제 연구를 늘 응원해주시는 양가 부모님과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가장 고맙고 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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