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논문은 생물학 및 의학 분야에서 실험의 대조군으로 가장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디메틸설폭사이드(DMSO; Dimethyl Sulfoxide)가 세포독성을 유발하고 후성유전체에도 영향을 주어 대조군 사용에 한계가 있음을 규명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DMSO가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대조군으로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 자료가 부족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의 유의성 검정을 위해 다양한 의학적 또는 생물학적 실험에 DMSO를 대조군으로 하여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연구는 지난 연구(Kang et al. Theranostics 2017; 7(19):4735-4752)의 후속으로 DMSO를 첨가한 그룹에서 발달한 배아세포에 대해 RNA 시퀀싱을 통해 전체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여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기전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수정란의 경우 난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유전자로부터 수정란 특이적 유전자들의 발현으로 전환 되어야 발생이 가능한데, DMSO 처리군에서는 난자 특이적 발현이 분해 되지 않고 수정란 특이적인 발현을 저해 되어 그 발현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수정란의 발생이 중단 된다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DMSO 처리가 수정란의 아세틸화에 영향을 주어 전체 유전자 가운데 약 16.2%의 유전자군의 발현을 변화 시켰고 수정란의 발생 중지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수정란 뿐만 아니라 시험관내에서 조사한 2개의 상이한 세포주(MEF, SH-SY5Y)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종합하자면 DMSO가 세포 독성은 물론 아세틸화에 영향을 주어 유전자 발현 이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용제로 또는 대조군으로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물질의 개발 내지는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결론 지을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추후 DMSO에 대한 저의 연구가 임상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수정 후 배아의 발달과 태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여러 물질들의 사용에 대한 위험을 이해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건국대학교 KU융합과학기술원 줄기세포재생공학과 생식세포재생연구실에서 김진회 교수님의 지도 아래 석 ˙박사 통합과정을 마치고 현재 건국대학교 KU융합과학기술원 소속 인간화 돼지 연구센터 (SRC; 김진회 센터장)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였던 생식세포재생연구실은 남성, 여성 생식세포에 대한 분자발생학적 기초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발생 공학 기술 (체세포 핵 치환, 세포질내 정자 주입술, 전핵 미세주입술 등)을 활용한 형질전환 동물 생산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본 연구팀은 2014년 이종 간 장기 이식을 위한 면역결핍돼지 생산 성공을 발표한 이후 인간화 돼지 연구 센터(SRC) 내에서 이를 확대하여 환자 맞춤형 키메라(chimera) 장기를 생산하는 고도화 된 메디 피그(Pig)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최근 DMSO에 대한 본 연구 및 연계된 초기 연구 결과를 마무리 하며 컴퓨터에 저장 되어 있던 관련 연구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몇 장 되지 않는 슬라이드의 소소한 계획으로 시작한 이 연구가 참으로 다양한 시도와 결과들로부터 다듬어지고 만들어져 왔는지 새삼 뿌듯하게 느끼게 된 시간이 있었습니다. 특히 배아 세포(수정란)가 다른 세포들과는 다르게 연구 및 분석을 위해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세포 종류가 아닌 까닭에 많은 수의 실험동물(마우스) 희생을 수반했고 가설 검증을 위해 새롭게 도입하는 실험 방법에 있어서도 세포 특성상 적용이 제한되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거나 참고할 만한 프로토콜이 부족한 상황을 마주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 마다 새로운 시도에 머뭇거리고 대체할 만한 방안을 찾는 것에 주저하며 손쉽게 연구를 풀어가고 싶은 유혹을 느낀 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깨닫는 것은 새로운 도전에 따른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에 낙담하지 않고 부지런히 관련된 실험 방법들을 찾아보고 주변에 자문도 구해보며 나의 연구에 최적화된 방식을 고안하여 원하는 결과의 기쁨을 얻는 다면 이는 반드시 마일리지처럼 차곡차곡 나에게 쌓여 또다른 도전을 위한 동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본 연구에서도 배아세포를 대상으로 Bioinformatics를 활용하기 위해 학위과정 막바지에 새롭게 해당 분야를 공부하고 직접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 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그동안 쌓아 온 도전에 대한 자신감으로 차근차근 결과를 그려 나가며 연구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할 수 있었고 또 하나의 알찬 도전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배아 세포에 대한 DMSO의 유효한 실질적 영향들을 총괄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하여 본 논문으로 정리하여 많은 연구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게 되어 매우 뿌듯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어릴 적 과학전집을 읽으며 가졌던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학부와 대학원 학위과정동안 생식세포(난자, 정자 및 배아세포)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이어졌고 어느덧 발생 생물학이라는 세계에 아주 작은 발걸음 한 자국을 남기기 시작한 연구자가 되게 해주었습니다. 사실 이상적으로 들릴 지 모르는 저의 이야기 뒤에는 연구 주제, 실험, 진로, 경제 생활, 건강, 인간 관계, 자존감 등과 같은 현실적 문제들과 고민들에 부딪쳐 갈등과 스트레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학위과정 초기에는 나의 진로 선택에 따른 다양한 고민과 걱정들이 참 많았고, 특히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실험들에 적응하며 괜찮은 연구 결과를 내야겠다는 중압감 때문에 스스로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채찍질을 했었습니다. 덕분에 그러한 기간 동안 여러 종류의 병원도 자주 다니며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나중에서야 몇 년 동안 겪은 이러한 문제들을 수영을 꾸준히 하며 운동하는 여가생활을 통해 체력과 스트레스를 나름 관리하며 해결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많은 분들이 학위과정동안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학교에서 또는 연구실에서 보내게 되는 부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결국에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어 스스로에게 악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연구에 꾸준히 집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력 및 스트레스 조절을 통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꼭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학업 및 연구에 대한 열정과 일상 생활 간의 밸런스가 균형 있게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마음 속에 품은 연구자로서의 학문적 목표를 더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배아 세포가 발생 및 발달하는 동안 나타나는 분자수준의 다양한 세포 기전을 보다 실증적이고 효과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체세포에서와는 다르게 생식세포를 육안으로 관찰하며 미세 조작기(Micromanipulator)를 활용 한 ICSI(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 SCNT(체세포 핵치환), Pronuclear/cytoplasmic injection, blastocyst injection등의 발생 공학 기술이 필요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저도 학위 과정 동안 학위 주제 연구와 동시에 형질 전환 동물 생산을 위한 해당 기술들을 수년간 연마해 왔고 본 연구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메디 피그 개발에 동참하여 저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다양한 실험 및 분석 경험들과 발생 공학 기술을 적절히 조합하여 환자 맞춤형 이종간 이식용 장기 개발에 실증적이고 유의미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동그란 난자를 처음 관찰하며 그저 재밌어 하던 학부시절부터 박사과정 졸업 때까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발생학에 대한 많은 호기심을 자극해 주시고 연구자로 성장 할 수 있도록 부단히 함께 노력하시며 격려해주신 김진회 지도교수님께 매우 감사드립니다. DMSO에 대한 학위 주제에 대해 교수님께서 여러 고민들을 함께 해주시며 넓은 시각으로 연구를 바라보고 도전하여 결과로 도출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기에 저도 포기하지 않고 정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위 과정 동안 DMSO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보다 알차게 다듬어 질 수 있도록 도움 주셨던 건국대학교 홍권호 교수님, 건양대학교 박환우 교수님, 하버드대학교 Yi Zhang 교수님, 건국대 Sangiliyandi Gurunathan 교수님, 매드사이언티스트 남궁석 박사님과 학위과정이 길어져 지칠 때 마다 여러모로 격려해주신 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님들께 이 기회를 통해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DMSO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연구실 내에서 많은 도움이 되어준 다솜, 승재, 원용, 다은, 성엽 후배들과 학교 사정으로 충북대에서 잠시 연구하는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충북대학교 김남형 교수님과 권정우, 조유진 박사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멀리 제주도에서 막내딸을 걱정하며 오랜 학위과정을 지원해주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과 열정 가득한 동생의 도전을 응원해 준 언니들, 형부들, 귀염둥이 조카들 그리고 누나에게 신상 노트북을 지원해주었던 착한 동생 훈이, 마지막으로 언제나 묵묵히 곁에서 학위 과정을 응원해 준 연호 오빠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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