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는 최근 약 5년동안 급격하게 성장해온 분야로, 기존의 small molecule inhibitor와는 다른 새로운 paradigm을 제시해오고 있습니다. TPD는 세포 내 ubiquitin proteasome system을 small molecule을 이용하여 reprogram하여, 목적하는 target protein을 선택적으로 분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기존의 inhibitor와 달리, 상대적으로 넓은 protein-protein interaction surface를 이용하기 때문에 보다 선택적이라는 장점이 있고, 또한 small molecule이 catalytic하게 계속하여 target을 분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낮은 dose에서도 우수한 활성을 나타냅니다. Drug-binding pocket의 부재로 기존에 undruggable target으로 여겨지던 transcription factor등이 최근에 본 방법론을 통해 저해가 가능함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Thalidomide 유도체들은 IKZF1/3 degradation에 의한 multiple myeloma에 효능을 입증하여 현재 다시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고, 최근 heterobifunctional molecule의 형태로 Androgen receptor를 분해하는 small molecule이 임상시험에 진입하여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biotech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메이저 제약사들 또한 현재 TP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향후 새로운 modality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이번 논문에서 다룬 sulfonamide 계열 화합물들은, 우수한 항암활성으로 인해 mechanism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 15여년간 임상시험에 진입해 있었습니다. 2017년 이 계열 화합물들이 DCAF15이라는 E3 ligase를 이용하여 mRNA splicing에 관여하는 RBM39이라는 splicing factor를 분해한다는 연구가 발표되었고, 저는 분자수준에서 이 화합물이 어떻게 DCAF15-RBM39 interaction을 매개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저희가 연구한 DCAF15-RBM39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두 단백질 사이에 존재하는 structural complementarity에 의해, 저조한 binding affinity를 갖는 small molecule로도 target protein을 degradation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이는 향후 degrader 개발에 있어 complementary interface를 갖는 ligase와 target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Dana-Farber Cancer Institute와 Harvard Medical School에서 Chemical biology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Drug discovery / chemical biology는 다양한 전공의 협업이 필수인데, 한 공간에서 이렇게 다양한 연구들을 협업하에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Eric Fischer 교수님 연구실에서 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Nathanael Gray 교수님으로부터 co-mentoring을 받고 있습니다. Eric은 thalidomide가 결합한 CRBN E3 ligase의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한 젊은 assistant professor인데, 현재 저희 랩에서는 in house에서 structural biology, mass spectrometry, yeast display, computational modeling, functional genomics, 심지어 synthetic chemistry까지 다양한 chemical biology분야를 이용하여 새로운 질환치료 방법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희가 논문을 제출한 후, Novartis와 Peloton (최근 Merck에 인수)에서도 같은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가 조금 빨라서 큰 문제 없이 논문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학계에서만 하고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제약사에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비와 인력을 투자해온 연구라는 것이 저에게는 조금 더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기존의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보다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려고 노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에 나오기 전에는 합성만 하던 organic chemist였습니다. PCR도 한번 해본적이 없었고, miniprep을 하라는 동료의 말을 듣고, 그게 뭔지 몰라서 멍하니 멈춰있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전공을 하는 것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배우면 되지' 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될 수 있었고, 이러한 마음가짐이 향후 연구인생에 도움이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러한 점은 제 지도를 맡아주고 있는 Eric에게서 많이 배운 점입니다. Eric은 주로 molecular biology/crystallography 연구로 학위를 받았지만,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mass spectrometry, functional genomics, cryoEM 등 다양한 분야를 지금도 공부하며 연구실에 셋업하고 있습니다. 모든 연구분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현재의 신약 연구에 있어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대부분의 TPD 연구는 접근성이 쉬운 heterobifunctional degrader에 집중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small molecule이기 때문에 오는 여러가지 한계점 (PK profile 등)이 있습니다. Monovalent degrader들은 이와 달리 대부분 우연히 발견, 개발되어오고 있는데, 저는 이러한 monovalent degrader를 보다 systematic하게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글을 볼 일은 없겠지만..연구실의 동료 연구자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Biochemistry와 관련해서 아무런 경험도 없고, 심지어 의사소통도 편치 않았던 저를 첫 박사과정 학생으로 받아준 Eric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할수 있다, 하면 된다'를 직접 보여주는 훌륭한 멘토라고 생각합니다. 박사과정 전반에 있어 또한 든든하게 도움을 주는 co-advisor Nathanael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연구를 함께 수행해온 Tyler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성격이 급하고 실수가 잦은 저에게, 차분하고 잘 organize된 연구자와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랩에 조인하고 적응할 수 있게 너무나 큰 도움을 준 Radek에게도 정말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3년째 항상 옆자리에 앉아 있는데, 이젠 그 존재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좋은 동료입니다. 부족한 연구 기본기에 부족한 영어로 고생할때마다,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옆 연구실의 박은영박사님, 전혜성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국내에서의 석사과정부터 미국에서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장재봉박사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석사과정동안 저를 지도해주시고 이후에도 응원해주신 서영거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제 유학을 늘 지지해 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신 심태보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미국에 나오기 전에, 다른 학교로 진학을 할까 고민할때, 흔들리던 저를 붙잡아주셨던 점 요즘들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믿고 응원해주시는 양가 부모님과 가족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제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 부족한 점을 늘 잘 채워주면서도, 타지에서 씩씩하고 밝게 지내주는, 이제는 꽤나 오래된 친구이자, 아내이자, 리안이의 엄마인 세희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관련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