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알코올 간질환은 전세계적으로 세 번째로 흔한 만성 간질환의 원인이고, 현재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는 질환입니다. 알코올 간질환의 초기 단계는 알코올지방간으로 과음하는 사람들의 약 80-90%에서 나타나는 병리 현상입니다. 이 상태에서 단주하면 정상간으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지속 음주 시에는 약 30%의 환자에서 말기 간질환인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코올 간질환에 효과적인 치료제는 심한 간염 동반 시 스테로이드 혹은 펜톡시필린 사용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다양한 면역학적, 대사적 수준에서 알코올 간질환의 발병 기전에 대한 연구가 있어왔지만 실제 치료까지 이어지지는 못 하였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전 선행 연구에서 만성 알코올 섭취시 마리화나와 유사한 엔도카나비노이드가 간성상세포에서 생성되어 간세포의 지방대사를 교란, 중성지방 축적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던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전을 통해 만성 알코올 섭취에 의해 간성상세포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 생성이 촉진되는지 그 상위 조절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를 요약하자면 알코올 분해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간세포에서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를 통해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되고, 인접한 간성상세포의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엔도카나비노이드가 생성됨으로써 알코올지방간이 유도됨을 확인한 연구입니다. 알코올 분해 시 간세포 내 활성산소 등 산화적 스트레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억제하는데 가장 중요한 항산화물질은 글루타티온입니다. 글루타티온 합성에 가장 중요한 전구물질은 시스테인인데, 만성 알코올 섭취에 의해 메티오닌으로부터 시스테인을 합성하는 transsulfuration pathway가 억제됨을 확인하였습니다. RNA sequnecing을 수행한 결과, 이를 보상하고자 xCT라는 시스틴/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가 활성화되며 이로 인해 글루타메이트가 간세포 외로 유출됨을 확인하였습니다. 실제 8주간 알코올 섭취를 시행한 마우스 및 알코올지방간 또는 알코올간염 환자에서도 혈청 내 글루타메이트가 증가하여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간세포 외로 유출된 글루타메이트는 간성상세포에 발현률이 높은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인 mGluR5 (metabotrophic glutamate receptor 5)를 활성화하여 간성상세포의 엔도카나비노이드 합성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를 통해 알코올 섭취 시 발생하는 산화적 스트레스를 보상하고자 기존 신경전달물질로 잘 알려져 왔던 글루타메이트가 분비 되고, 간성상세포에는 이를 통해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엔도카나비노이드의 생산 및 분비가 증가하여 다시 간세포의 지방축적을 유도하는, 양방향 신호전달 루프 즉, 간세포와 간성상세포간의 일종의 "대사 시냅스 (metabolic synapse)"가 존재 및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본 연구는 만성 알코올 섭취에 의해 메티오닌, 호모시스테인, 시스테인 등 간세포 내 대사물질들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이로 인해 파생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다른 시각에서 재조명한 연구 결과이며, 또한 기존에 신경전달물질로 잘 알려져 왔던 물질들이 간세포와 간성상세포 사이에 대사조절물질로 활용되고 있다는 일종의 "대사 시냅스 (metabolic synapse)"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연구로써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연구를 활용하여 글루타메이트를 알코올지방간 혹은 알코올간염의 진단 타깃으로 활용하거나, mGluR5를 치료 타깃으로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이전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중추신경계의 mGluR5를 억제 시 알코올 중독을 호전시킨다는 보고들도 있으며 면역세포의 mGluR5를 억제 시에는 알코올간염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성구에서 pro-inflammatory cytokine 분비를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들도 발표되었던 바 있어 좋은 다중 표적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 수석전공의로 근무하던 때인 2014년도만 해도 KAIST 의과학대학원의 존재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때입니다. 저 역시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의대 동기를 통해 KAIST 의과학대학원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동기 덕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 같습니다. 본 연구는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군의관 대신 전문연구요원으로 4년간 박사과정 중 수행한 결과물입니다. 전문연구요원 복무기간은 최소 4년으로 군의관보다 길지만 군복무 대신 기초연구를 배우며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KAIST 의과학대학원의 장점은 기초연구 및 중개연구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미래의 의과학자를 꿈꾸는 의사 출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대학원생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좋은 터전 하에 최근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피펫 한 번 잡아본 적이 없었던 연구 초짜였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고 힘들었고, 연구를 시작하고 초기에는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아 절망스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초연구가 익숙해지고, 의미 있는 데이터들이 나오면서 기초연구에 차츰 녹아들었던 거 같습니다. 여전히 제게 기초연구는 어려운 분야입니다. 하지만, 기초연구를 배우며 의도치 않게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성장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실패에 의연해지게 되었습니다. 기초연구는 항상 연구결과가 잘 나오는 것이 아니고 연구과정에도 수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실패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이런 실패들이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으나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니 의연해지게 된 거 같습니다. 두번째는 병원에 다시 돌아와 깨닫게 되었습니다. 4년간 기초연구를 배우며 의학을 보는 시각이 다양해지고 넓어졌다는 사실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의과학은 응용과학의 최정점에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인류의 건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수요가 높은 학문분야 중 하나입니다. 의과학의 기본 지향점은 임상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unmet needs)을 해결하고자 하는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늘 이런 고민을 갖고 연구 주제를 생각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처럼 군의관 대신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며 MD-PhD 과정을 밟고 싶은 후배들에게 추가적인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군의관은 긴 수련과정 중에 꿀같은 시기일 수 있습니다. 그런 시기를 포기하고 진학하는만큼 기본적으로 기초연구를 경험해 보고자 하는 열의가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진학해 보면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겁니다.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힘들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을텐데, 늘 진학 당시 초심을 다지며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정진한다면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부쩍 성장해 있는 본인을 발견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2019년 2월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하였고, 이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로 경력을 이어가며 다시 임상의사의 길로 돌아왔습니다. 최근 기초연구 및 임상연구의 연구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병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임상의사로서 제가 관심 있는 알코올 및 비알코올 간질환이나 간섬유화, 간세포암과 관련된 임상연구가 주된 연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기초연구를 직접 4년간 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한 만큼 국내 및 국외의 훌륭한 기초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중개연구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알코올 및 비알코올 간질환, 간섬유화로 고통 받는 환자분들께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무엇보다도 박사과정 중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지도교수님이신 정원일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지원 덕에 많은 경험을 쌓고 좋은 연구 결과와 함께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구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신 KAIST 김준 교수님, 김세윤 교수님, 이정호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알코올간질환 환자들 샘플을 제공하여 연구에 큰 도움을 주신 보라매병원 김원 교수님, 샘플 분석에 도움을 주신 충남대 김상겸 교수님, 그리고 미국 NIH의 George Kunos 및 Bin Gao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전공의 때부터 늘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해 주신 서울대병원 이정훈 교수님, 석사 지도교수님이신 윤정환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연구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임영석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4년간 실험실에서 동고동락하며 많은 도움을 준 실험실 동기, 선/후배들 (은혁수, 서원효, 김소연, 정종민, 김명호, 이준희, 심영리, 김희훈, 김예은, 양경모, 류담, 정은영)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늘 귀감이 되어 주고 있는 실험실 졸업 선배인 이현승, 이영선, 변진석 선배님께도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이 외에도 이준구 선배님, 동기 김용준, 신정환, 정희원, 후배 김형돈, 문준호, 박성열, 육정환, 대전과학고 김기환, 임재석 선배님, 동기 이충근,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은 고현용, KAIST 의과학대학원에 대한 정보를 주어 이 자리까지 오게 하였던 의대 동기 김병혁, 늘 연구 근황을 물어보며 심심치 않은 위로가 되어 주었던 의대 동기 박재영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4년간 대전에서 같이 지내며 늘 변함없이 지지해 주신 사랑하는 부모님, 동생, 제부, 조카들, 사랑하는 아내와 지금 뱃속에 있는 아기, 광주에서 늘 응원해주고 따듯한 말을 건네 주시는 장인어른, 장모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지난 4년간 배운 기초연구를 토대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임상연구 및 중개연구를 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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