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료를 선언한지 약 20년이 지난 지금, 차세대 염기서열 해독법 (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유전체 해독을 위한 기술의 개발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환자의 유전체에는 질병과 관련 없는 유전자 변이가 매우 많습니다. 때문에 질병 유발 변이만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각 변이의 질병 연관성을 예측해주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진화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유전자 서열에서 질병 유발 변이를 검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일부 질병과 연관 있는 서열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 등의 이유로 보존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기술로는 보존되지 않는 서열에 발생한 질병 유발 변이를 올바르게 검출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상동단백질 상 아미노산 변화 패턴을 분석하는 공진화 (co-evolution) 분석을 이용하여 단백질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분류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우리는 진화적으로 보존되지 않았지만 공진화 관계를 많이 갖는 서열에 변이가 생길 경우 질병 연관성이 클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분석한 결과, 기존 연구에서는 검출하지 못했던 보존되지 않은 서열의 질병 유발 변이를 올바르게 검출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질병 유발 변이는 상호작용 매개 부위 (interface)에 존재해 단백질-단백질 결합을 방해하여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최근 유전자 변이 정보를 통해 개인의 질병을 예측 및 진단하거나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 의료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유전체 및 전사체 정보와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의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생물정보학을 통한 정밀 의료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 연구에서 개발된 기술은 유전자 변이의 질병 연관성을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정밀 의료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연구 과정 중 생긴 에피소드
논문 발간을 위해 연구 결과를 정리하던 2017년 겨울, 한 유명 연구실에서 비슷한 개념의 기술을 개발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해당 논문과 우리 논문에서 개발한 기술이 엄연히 다른 원리를 기반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가 무용지물 될까 봐 많이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다수 하신 지도 교수님께서 침착하게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당 논문과 제 연구에 사용된 이론이 어떤 점에서 다르고 왜 다른 결과 값을 도출하는지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 에피소드 덕분에 개발한 기술에 대해 높은 이해도와 질 높은 논문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포항공과대학교 (POSTECH) 분자생명과학과의 구조생물정보학 연구실(SBI)에서 통합과정을 이수 중에 있습니다. 생물정보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에 있어 우리 연구실만큼 좋은 환경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도 교수님께서는 연구실 내 활발한 토론을 권장하십니다. 다른 연구실의 동기들이 우리 연구실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논의 현장을 보고 놀라며 연구실 분위기가 부럽다고 한 적이 많습니다. 토론은 다각도로 연구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하며, 연구 도중 발생한 문제의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지도 교수님께서는 연구 환경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특히, 계산 클러스터 등 분석 장비에 대한 지원을 풍족하게 해주십니다. 저는 유전체 전반의 분석을 하기 때문에 일반 컴퓨터로는 몇 달이 소요되는 계산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성능 좋은 계산 클러스터를 이용해 몇 달의 시간을 며칠로 줄일 수 있었고, 덕분에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한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빠른 시간 내의 가설 검증을 통해 학위 동안에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 수행을 가능케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평소 연구함에 있어서 현재 분석하고 있는 의료 데이터들이 얼마나 귀중 한지 상기하고자 노력합니다. 힘들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 분들이 의생명과학의 발전을 위해 선뜻 제공을 결정한 자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을 준비하던 기간 동안 조모님께서 대장암 판정을 받으시고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지척에서 조모님께서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본 이후로 의료 데이터 제공을 허락해주신 환자 분들께 보다 큰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고, 질병 연구의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물정보학은 다른 생물학 분야에 비해 대학교 학부 과정 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습니다. 때문에 생물정보학에 대해 궁금하다면 직접 관련 분야를 경험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최근에 다양한 세미나와 정부 기관 사업,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생물정보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생물정보학 연구실들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직접 들어보고 체험해보면 진로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생물정보학 내 세부 분야에 따라 요구되는 학문적 능력이 천차만별로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다양한 생명 관련 학문들과 통계학을 공부 했던 점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생물정보학은 분석하는 도구가 컴퓨터일 뿐 결국 생명 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때문에 다양한 생물학 공부는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합니다. 학부 시기에 기초 생물학부터 응용 생물학까지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또한, 생물정보학 연구 특성상 대용량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 때 상황에 맞게 서로 다른 통계적 방법을 이용해 분석 해야합니다. 통계에 대한 기초 개념을 잡아 놓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전 논문에서는 질병의 구분 없이 전반적인 질병 관련 변이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이에 기반하여 다음 논문에서는 특정 질병 환자들의 유전체를 분석해 질병과 관련된 새로운 변이를 뽑아내고 이를 검증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찾아낸 질병 관련 변이를 이용해 질병 진단 및 맞춤형 치료제 처방 등 정밀 의료에 직접적으로 활용해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어리숙한 제가 첫 논문을 출판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신 김상욱 교수님과 SBI 연구실 구성원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어린 시절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방식을 교육해주신 아버지와 아직 박사가 아닌 사위를 '김 박사'라고 불러 주시며 북돋아 주시는 장모님, 긴 시간 공부해야 하는 제 꿈을 이해해주시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는 조부모님, 사랑하고 든든한 인생의 동반자 제 아내에게 큰 고마움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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