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뇌의 세포라고 하면 신경세포를 제일 먼저 떠올리실거 같습니다만, 뇌에는 신경세포와 더불어 아교세포 (glia)라고 총칭해서 불리는 신경세포외 세포들이 존재합니다. 과거 아교세포는 신경세포의 역할을 보조하는 기능으로 이해를 하였으나, 근래에는 별아교세포도 직접적으로 뇌신호전달을 매개한다는 보고 등 아교세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퇴행성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아교세포의 기능조절을 주요 타깃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성이 부각됨에도 특정 아교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다양하지 않습니다. 본 논문은 이 아교세포 중에서도 뇌조직에 상주하는 대식세포 (brain-resident macrophage)인 미세아교세포 (microglia)만 형광을 띄게 만드는 형광프로브의 개발에 대하여 기술한 논문입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조직 내의 유일한 면역세포로 과도하게 생성된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제거하고, 뇌 내 독성물질의 축적으로 신경세포가 사멸케 되는 뇌질환들의 발병과정에 있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하는 세포이기에 오래전부터 해당 세포군을 추적, 관찰하는 기술이 요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형질전환 동물이나 Isolection B4 (IB4)와 같은 특정 다당류 결합 단백질의 사용만이 미세아교세포의 추적방법으로 유이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며, 이 방법들 또한 적용되는 대상의 한계 및 비효율성 혹은 비특이성 때문에 간편하게 살아있는 상태의 미세아교세포만을 표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어 왔습니다.
저는 일차배양한 뇌세포 공배양체를 이용하여 형광라이브러리를 스크리닝 함으로서, 기존에는 불가능하였던 살아있는 뇌조직 내 미세아교세포를 특이적으로 염색하는 프로브를 개발하였고, 이 물질을 CDr20라 명명하였습니다. 또한, 유전체 단위의 유전자결손 세포주 실험을 통해, Ugt1a7c라는 특정한 효소가 CDr20에 형광성을 증가시키는 화학구조변화를 일으켜 미세아교세포를 표지한다는 메커니즘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CDr20 형광프로브는 기존의 형질전환동물을 이용해야만 관찰이 가능했던 살아있는 뇌 안의 미세아교세포의 관찰, 추적, 분리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처음에 따로 계획을 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 괜찮지 않을까 했었던 실험디자인과 동료연구자 분들이 항상 말씀하셨던 내용을 종합해서 개인적으로 시도해 봤던 것이 운좋게 풀려나가서 마무리된 케이스입니다. 이전까지 세팅이 되어 사용되고 있었던 방법을 약간 변형하여 보다 조직상태와 가까운 환경에서, 뭘 해도 가장 잘 나온다는 BD 라이브러리들을 적용하여 결과적으로 in vivo 까지 작동하는 프로브를 골라낼 수 있었습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살짝 테스트 해 보던 어느 날 밤, 눈으로 슥슥 지나치던 수많은 배양 well 중 어딘가에서 작은 세포군만 일률적으로 반짝였던 광경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설마 이건 될까 하며 시도해 보았던 생쥐배아의 뇌이미징과, 유전체 스크리닝을 통해 찾아낸 효소를 CDr20와 반응시키고 암실에서 UV를 켰을 때 나타났었던 그 명확한 형광의 차이도 늘 기억이 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싱가포르 A-STAR 산하 싱가포르 바이오이미징 컨서시움 (SBIC)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 하였고, 그 중에서도 현재 포항공대에 계시는 장영태 교수님께서 이끄시는 연구그룹에 속해 있었습니다. SBIC는 바이오이미징 기술에 관련된 연구 및 보다 진보된 기술개발을 위한 곳으로 아주 다양한 전공을 지닌 박사님들이 활발한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특징이라면 Nikon, Bruker, iTheraMedical, Mediso, MPA 등 여러 이미징 관련 회사와 협약을 맺고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과 연구의 목적이 논문출판에 그치지 않고 관련 특허출판 및 기술의 산업화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훌륭한 기자재가 갖추어져 있고,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 분들과 같이 연구활동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연구소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게 있어 연구라는 것은 주어진 연구조건 (속한 연구 그룹의 주제와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실험요건) 내에서 알려진 것들을 요리조리 해보면서 신기해하고, '아. 그런거구나' 하고 깨닭고, 이게 아닌가 다시 의문을 가지고, 그럼 이건가 변형해 보고 하는 일들의 반복인 거 같습니다. 늘 조금씩 실험을 변화시켜나가는 성향 속에서 좀 더 차분하고 성실히 연구활동을 하는 것이 숙제입니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짜인가?'라는 반복되는 의문을 계속 해나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어느정도 완성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 보람이자 자부심인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얼마 전까지도 제가 하는 일에 빠져서 다른 연구를 전혀 못 보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분야 연구의 중요성과 가치를 깊이 깨닫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이 너무 늦었다고 개인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학위과정동안에도 개인의 연구활동과 더불어 타 분야 연구자 분들과 공동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찾고 지속해 나가신다면, 보다 큰 연구자가 되시지 않을까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CDr20가 가지는 특이성과 그 잠재적인 활용성이 크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해당 프로브를 기반으로 보다 우수한 프로브를 개발하는 후속연구들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한, 최근 많은 단세포 유전체 분석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여러 작은 세포군들을 추척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 할 수 있는 연구활동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연구자로 계속 활동할 수 있을만한 다음 행선지를 찾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해당 연구가 나올 수 있게끔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장영태 교수님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더불어, 프로젝트 마무리에 큰 도움을 주신 제현수 교수님, Dr. Masahiro Fukuda 및 참여 연구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지난 시간, 가르침을 주셨던 한양대 김철근 교수님, University of Tennessee 이애경 교수님, 아주대 조은혜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20여년의 실험실 생활동안 동거동락했던 동료, 선배, 후배님들께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다 열거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항상 곁에서 응원해 주시는 조부모님, 아버지, 어머니, 동생 내외와 처가 식구들, 도윤이, 가빈이, 그리고 아내 진영이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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