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개체가 발달하는 동안 혈관내피세포는 실질세포들과는 다르게 행동합니다. 실질 세포들은 저산소 상황에서 세포활동을 억제하지만, 혈관을 구성하는 혈관내피세포는 저산소로 고통받고 있는 미세환경으로 자라들어가 실질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합니다. 이 때 혈관내피세포의 증식과 이동에 가장 강력한 자극인자는 저산소자극을 받은 실질세포가 분비하는 혈관성장인자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 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혈관성장인자의 존재여부만으로 혈관내피세포의 기이한 세포활동을 설명하기에는 의문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혈관성장인자의 자극으로 인해 자라난 혈관이 저산소 미세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혈관내피세포 자체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이는 혈관내피세포의 세포대사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혈관내피세포가 산소를 필요로 하는 Mitochondrial Respiration 보다 Anaerobic Glycolysis 에 의존하여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어느 정도 설명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혈관성장인자의 존재가 혈관발달의 필요조건인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이 유효한 이유는 신장의 사구체나 내분비기관에서는 혈관성장인자가 항상 분비되고 있으며, 이는 혈관발달이 아닌 혈관내피세포의 창 (Endothelial fenestration) 을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암혈관의 발달을 막음으로써 항암효과를 얻으려 했던 혈관성장인자 억제제 (Avastin®) 가 신장 사구체 파괴, 내분비기관억제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논문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서 혈관성장인자의 자극과 더불어 저산소가 유발하는 혈관내피세포의 세포극성 및 세포이동이 혈관발달에 필요하다는 점을 보이며, 혈관성장인자는 혈관발달의 충분조건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소개된 한빛사 논문 (DOI: https://doi.org/10.1172/JCI93825) 을 통하여 저는 혈관발달과정에 혈관성장인자가 LATS1/2-YAP/TAZ (Hippo Canonical Pathway) 를 통하여 혈관내피세포의 Morphogenesis 와 Metabolism 을 조절하며 혈관발달과 혈관장벽의 성숙에 기여함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할 당시 LATS1/2-YAP/TAZ 의 활성도는 혈관성장인자에 의해 영향을 받았으나 이의 상위 조절인자인 MST1/2의 활성도는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가벼운 마음으로는 혈관발달에서 MST1/2 의 역할이 궁금하여서, 비장한 마음으로는 박사과정 중에 Hippo Canonical Pathway 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혈관발달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집대성하고 싶은 마음에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3가지면에서 중요도를 가집니다. 첫번째는 이전에 소개된 논문과 더불어 Hippo Canonical Pathway 가 혈관발달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모두 기술하였습니다. 특별히 MST1 의 경우 저산소에 의해 활성화되고 세포극성과 세포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보여줍니다. 두번째는 MST1 이 LATS1/2-YAP/TAZ 를 통해 혈관발달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FOXO1 전사인자를 통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기술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혈관발달에 중요한 전사인자인 FOXO1의 경우 VEGF-PI3K-AKT-FOXO1 의 조절기전만 부각되어왔으나 혈관발달의 선두 (Vascular sprouting) 에 있어서는 MST1-FOXO1 의 조절기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KAIST 의과학연구센터에서 이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곳에는 의생명과학을 연구하고자 하는 의사들과 다양한 배경의 의과학학제전공 학생들이 모여있습니다. 이런 독특한 환경안에서 구성원들은 같은 연구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협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교수님들 또한 병원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의문들을 실험실에서 해결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십니다. 중개연구를 꿈꾸는 연구자들에게 이 곳은 훌륭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내과 전공의 시절, 주어진 일들을 수행하고 맡겨진 환자들을 보살피며 몸은 언제나 bedside 에 있었으나 마음으로는 bench 에서 일하는 것을 동경하곤 했습니다. 이는 아마도 앞으로 의과학자로서 연구를 지속한다면 from bench to bedside 에서 내가 과연 어디쯤 서있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나온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2016년에 내과 전공의를 마치며, 적어도 내가 bedside에 머물렀던 시간만큼은 bench에서 고민을 해봐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에게 KAIST 의과학대학원은 훌륭한 해답이었고,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저는 의과학대학원의 고규영 교수님께 박사학위 논문지도를 받았습니다. 교수님은 의사-과학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으셨고, 저와 같이 고민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지도하셨습니다. 혈관생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중개연구로 끌어올려 임상의사들과의 협업을 이루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의 삶 자체가 제가 가진 질문의 하나의 해답이 될 수도 있겠으나 가끔 들려주시는 인간적인 고민들도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박사학위를 마무리 지을 수도, 제 삶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수도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논문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재미있는 글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Can a biologist fix a radio?-Or, what I learned while studying apoptosis (DOI: https://doi.org/10.1016/S1535-6108(02)00133-2) 입니다. 이 글은 실험생물학자와 엔지니어사이에서 관찰되는 언어의 차이, 접근법의 차이를 재미있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실험생물학자의 접근방식으로 구형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고치려면, 우선 연구비를 확보하고, 똑같은 라디오를 많이 구입한 뒤, 라디오를 해체하는 법을 익히고, 결국 부품을 하나씩 빼가면서 어떤 부품이 라디오의 성능에 중요한지 밝혀내야할 것입니다. 반면 엔지니어의 방식으로 라디오를 고친다면, 기존의 밝혀진 부품의 기능을 토대로 그려진 라디오의 회로도를 면밀히 살펴 고장의 원인을 찾아낼 것입니다.
개체를 부품단위로 나누어 각 부품이 가지는 기능의 합으로 개체를 이해하려고 하는 실험생물학자의 방식, 이번 논문의 접근방식도 이와 유사합니다. 저는 혈관발달단계에서 MST1 과 FOXO1 이라는 부품을 뽑아내고, 세포내 신호전달의 변화, 전사체의 변화, 나아가 세포활동의 변화까지 관찰하며 공통적인 현상을 기술하였습니다. 이런 접근방식을 통해 결국 혈관발달에서 혈관내피세포의 MST1-FOXO1 cascade 가 세포극성과 세포이동에 중요함을 성공적으로 밝혀내었습니다. 실험생물학자의 방식이 유효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논문을 준비하는 동안 앞서 소개한 글을 읽고, 실험생물학자의 접근법으로 내가 미처 관찰하지 못한 생명현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만약 내가 엔지니어의 접근법으로 이 현상을 관찰했다면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었을까 등의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궁금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제가 가진 질문에 대해 두가지 방식으로 접근하여 하나의 논문을 완성해보려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업으로 삼으려는 전공의 선생님들께 KAIST 의과학대학원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임상연구를 통해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스케일로 생명현상과 질병을 바라보게 하고 결국 진료실에서 가진/가질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비록 연구실 생활은 쉽지않고, 이 곳에서 자신의 관심분야와 무관한 주제에 대해 탐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과학이 요구하는 사고체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이 모든 어려움을 덮는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전문연구요원 체계가 존폐의 위기에 있어 기회를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많은 분들이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전문연구요원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꼭 KAIST 의과학대학원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고규영 교수님의 지도아래 Postdoctoral fellow 로 근무 중입니다. 그동안 진행하고 있던 연구를 마무리하고, 지금까지 가진 생각들을 정리하여 또 하나의 연구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From bench to bedside, 제가 의과학대학원에 입학하며 바랐던 것처럼 저는 지금 그 중간 어디쯤 서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더 지나고, 저의 연구영역이 확고해질수록 저의 포지션도 단단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의과학대학원 생활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학문을 바라보게 되었을뿐더러, 저의 불확실한 포지션에 대해 불안해하기보다 즐길 수 있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연구들을 지속하며 질병이해에 도움이 되는 지식들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부족했으나 겸손하지 못했고, 제 오만을 못 본 체 했으나 이 모든 것은 밤마다 드러나 저를 잠못들게 괴롭혔습니다. 힘든 시간 저에게 다가와준 그 모든 도움과 채찍이 없었다면 부족함에 가로막혀, 또 오만함에 물들어 논문을 마무리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꺼이 함께 해주신 많은 선생님과 동료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믿음으로 지켜봐주시는 부모님께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 무조건적인 사랑과 믿음에 힘입어 책임감있는 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마음에 새겨주신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 (잠언 1:7)' 잊지않고 살아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