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흔히 심장마비 라고도 불리우는 심근 경색은 치료의 적정 시기 (Golden Time) 를 놓칠 경우 급사에 이를 확률이 매우 높은 초 응급 질환입니다. 이는 주로 관상 동맥에 침착된 atherosclerotic plaque 의 파열과 이로 인한 관상동맥의 폐쇄로 인해 발생하는데, 관상동맥 조영술 및 스텐트 시술을 통해서 조기에 혈류를 재개통 시켜줌으로써 급성기 사망률은 유의하게 감소하였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허혈/재관류 손상 및 만성적인 심장의 염증 반응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는 허혈성 심부전으로 이어져 수많은 의료비 지출을 야기하고 전세계적으로 사망의 16% (2015 년 WHO 자료 기준) 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질환입니다.
저는 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수련을 받았으며, 특히 관상동맥 질환과 심부전을 치료하는 심장내과 의사로서의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스텐트 시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이 진행 하여 사망에 이르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이에 대한 새로운 해법이 없을까 연구해 보고 싶다는 다소 치기 어린 생각을 가지고 KAIST 의과학대학원으로 진학을 하였습니다.
이 곳 BRIC 에도 몇 차례 소개된 적 있는 저희 연구실 (KAIST 의과학대학원 및 기초과학연구원 혈관 연구단, 단장 : 고규영) 은 Angiopoietin-Tie2 신호전달체계의 역할 규명 및 신약 개발을 굉장히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작년에는 Science 에 리뷰 논문을 게재하기도 하였습니다 (Science 2017, DOI: 10.1126/science.aal2379). 이 중 제가 5년동안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던 molecule 인 Angiopoietin-2 는 혈관 내피세포 특이적 수용체인 Tie2 에 대해 antagonistic ligand 로 작용 하여 혈관 장벽의 통합성을 깨뜨려 혈액 누출과 혈관의 파괴를 유발함으로써 패혈증, 망막 질환, 암의 전이에 있어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실험실에 합류 하였을 때에 마침 Angiopoietin-2 에 대한 중화 항체 및 새로운 개념의 Tie2 활성화 항체가 개발 되어 활발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첫 3년간은 기존에 어느 정도 Angiopoietin-2 의 부정적인 역할이 알려져 있던 패혈증 및 급성호흡부전증 (ARDS) 모델에서 Angiopoietin-2 와 Tie2 수용체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수행 하여 학위를 받고 논문을 발표 하였습니다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016, DOI: 10.1126/scitranslmed.aad9260).
한창 패혈증 연구를 하던 중 막히는 부분이 있어 머리를 식히고자(?) 문득 열어본 임상 논문에서 심근 경색 및 심부전 환자에서 Angiopoietin-2 가 worse prognostic marker 라는 흥미로운 임상 데이터를 접하게 되었고, 이에 큰 흥미를 느껴서 병원 복귀를 늦추고 Post-doc 으로 연구실에 남아 후속 연구를 수행 하였습니다. 연구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심근 경색 이후 괴사 경계 부위 (peri-infarct zone) 의 내피 세포에 발현하는 Angiopoietin-2 가 혈관의 파괴와 변형을 유도해 심장의 저산소증과 섬유화를 촉발하며 이를 유전적/약물적으로 억제하였을 때 심부전의 진행이 억제된다는 것을 마우스 실험을 통해서 보였고, RNA Sequencing 분석을 통해 Angiopoietin-2 가 endo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 에 주요하게 관여한다는 것을 규명 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고규영 교수님께서 단장으로 이끄시는 KAIST 의과학대학원 및 기초과학연구원의 혈관 연구단은 BRIC 에 몇 차례 소개된 바 있기에 간략히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으로 진학하여 자신의 전공 분야와 접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전문연구요원과 여러 학문적 배경을 지닌 post-doc 들이 함께 어우러져 약 30명의 연구자들이 장기 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혈관 및 림프관의 특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 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게 된 이후에는 이전 보다 더욱 근본적인 생물학적 질문에 대해 과감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 하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도 매우 흥미를 가지고 동료들의 연구 결과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앞서 질병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모색하고자 KAIST 의과학대학원으로 진학을 결정했던 것을 치기 어린 생각이었다고 표현한 것은 5년간의 연구 기간 동안 자부심 보다는 저의 부족함을 크게 느꼈으며 실제로 얼마나 연구와 실험에 대해 무지했는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연구에 활용하였던 Knock-Out mouse 와 Targeting antibody 등이 실험실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연구의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며, 실험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였기에 동료들의 가르침과 도움이 없었다면 연구를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을 잘 알기에 깊은 감사와 부끄러움을 함께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하면서 특히 이번에 발표한 심근 경색 연구를 하면서 뿌듯하 였던 것은, Angiopoietin/Tie2 분야를 심도 있게 연구하는 혈관 생물학 분야의 연구자들 중에서, 심근경색 모델을 마우스에 유도할 수 있을 만한 접점을 지닌 분이 많지 않기에, 어쩌면 제가 연구 하지 않았다면 이번 연구 결과가 한동안 규명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라는 흐뭇한 상상을 가끔 하곤 하였습니다. 연구의 성과를 떠나서 제가 앞으로 평생 종사할 심장학 분야에 Angiopoietin-2 라는 molecule 의 역할을 깊이 연구하여 처음으로 보고하였다는 데에 충분한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최근 들어 KAIST 의과학대학원 뿐만 아니라 많은 의과대학에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활성화 되어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연구로 진학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유행을 따르는 현상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우리 나라의 의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현상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다만 진학을 고려하는 의학도 및 전공의 들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에 앞서 미리 준비와 경험을 해보시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선배들의 행적을 따랐거나, 교실에서 권유하였거나 혹은 publication list 에 좋은 논문 한 줄을 추가 하고자 대학원에 진학을 한 많은 동료들을 보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고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자의 길을 걷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우 바쁜 의대생, 전공의 기간이지만 2주라도 시간을 내어서 관심 있는 연구실에 Internship 을 나와본다 던지, 혹은 모교의 랩에서 실험을 미리 경험해 본 다면 이러한 시행 착오를 현격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저는 올해 3월부터 다시 모교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 내과로 복귀 하여 임상 강사로 재직하며 열심히 진료와 시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실험실에 있을 때에는 향후 연구할 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다소 막막함이 느껴졌었는데 막상 실험실을 떠나 임상 현장에 있다 보니 기초 및 중개 연구를 통해 규명할 만한 흥미로운 주제가 굉장히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연구 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내년 부터는 연구비와 인력 등을 확보하여 다시 기초 및 중개 연구를 재개하고자 하며, 단기적으로는 이번 연구의 말미에 심근 경색 이후 심부전이 진행하고 있는 심장에서 내피세포를 분리해 내어 RNA Sequencing 을 통해서 찾아 내었던 예상치 못한 새로운 finding 들에 대해 연구를 확장해서 진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Atherosclerotic plaque regression, Cardiac regeneration 등의 주제를 가지고 평생 연구를 하여 Scientific Academy 와 임상을 보는 동료들, 더 나아가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의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대전에서의 지난 5년간은 바쁜 임상 현장에 돌아와 있는 이제와 돌이켜 보니 너무나 꿈 같은 시간 이었기에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 드립니다. 무엇 보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구에 문외한이던 저에게 아낌 없는 기회를 제공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고규영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또한 본인의 지도 학생과 마찬 가지로 항상 가르침을 주시는데 아낌 없으셨던 김인준 교수님께도 감사 드리며, KAIST 에 진학할 기회를 주시고 충분히 연구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신 연세의대 심장내과 교수님들의 배려에도 심심한 감사를 전합니다. 저의 고민을 자신의 고민 만큼이나 진지하게 고민해 주고 (함께 술도 마셔주고),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었던 'KAIST 및 IBS 혈관연구단' 선후배님들,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연구라는 목적을 위해, 어쩌면 저의 욕심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마우스 에게도 예를 표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5년간의 주말 부부를 감내해 준 사랑하는 아내 박혜연과 너무 예쁜 딸 이설, 언제나 저를 믿어주시고 지지해 주시는 부모님, 장모님과 장인어른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