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암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을 크게 두가지로 분류하면, 부모로부터 획득된 유전자 변형 (germline mutation/ inherited mutation) 과 살아가는 과정 중에서 여러 요인 (대표적으로는 바이러스, UV) 및 DNA repair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생기는 유전자 변형 (somatic mutation)이 존재합니다. Somatic mutation 의 경우, 그 빈도가 매우 높고 확실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TP53 의 경우 대략 50% 이상의 암환자에서 변형이 발견됨) 대부분의 암연구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에, germline mutation 의 경우, 암 촉발에 매우 중요한 인자이지만 가족력을 기반으로 한 매우 작은 수의 환자 샘플을 이용하여 분석한 연구들이 대부분이어서 암에서의 역할이 정확히 측정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sequencing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고 가격도 매우 낮아지면서, 암을 비롯한 질병 환자군에서 대량의 sequencing data 를 분석하는 연구가 많이 이루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암의 경우, TCGA 나 ICGC 와 같은 여러 연구 그룹들이 암을 이해하기 위한 대량의 암환자 유전체 분석 등 공동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TCGA 를 이용하여 대량의 (~ 10,000 명의 암 환자) exome sequencing을 매우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분석하여 새로운 암 유발 유전자를 발굴한 논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cancer genetics에서 대표적인 가설중 하나인 two-hit hypothesis (두개의 allele 이 각각 germline mutation 과 somatic alteration 의 일종인 LOH 에 의해서 inactivation 된다는 가설) 을 이용하였습니다.
이 연구를 처음 시작하였을 때, 제가 속한 랩에서는 large-scale human genetics/cancer genetics 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대량의 sequencing data 를 분석한다는 사실에 매우 기뻤으나, 후에 data 를 download 하는 것에서 부터, 수많은 technical biases 를 제거하는 것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또한, 아직 정립되지 않은 분야라 모든 분석들을 새로 만들어보고 시도해야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항상 비슷한 주제를 다른 연구자들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연구를 해야만 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지난 번 인터뷰에서 소개드린 것처럼 저는 현재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CRG 라는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제가 속한, systems biology unit 은 EMBL 소속으로 거의 가능한 대부분의 동물 모델부터 물리/수리학까지 이르는 매우 넓은 분야의 연구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연구소 소개 외에, 이번 기회에 소개드리고 싶은 부분은 저희 연구소가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여성 과학자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포닥을 시작하여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막연히 유럽에서는 여성 group leader 에 대한 비율이 한국보다 높지 않을까 생각하였으나, 비슷한 수준이 경우가 많았고, 어떻게 이 비율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소의 경우, 이 방안으로 출산 및 육아에 대한 문제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매달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fellowship 을 신설하였습니다. 저의 경우도, 운 좋게 첫번째로 선정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기금 자체가 매우 큰 돈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여성 과학자들과 멘토링 프로그램에 속해서 필요한 조언을 구하거나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유럽 내 가장 큰 grant 중 하나인 ERC 의 경우, 심사등에 출산 휴가 날짜를 고려해서 연장해 주는 것과 같은 방안들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논의 및 노력들이 있지만, 단순히 여성 과학자들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노력들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워지길 바랍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제가 분석을 할 때마다 항상 잊지 말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 data 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명 한명 환자에 대한 정보라는 점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가 암을 유발하는 유전적인 요인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보게되는 치명적인 인자들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을 확인할 때마다 복잡한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많은 수의 sequencing 자료들이 축적된다는 것은 이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연구를 위해 기증이 필수적 이었고, 더 나아가 공유하기 위한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들어간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한 목표나 목적이 있겠지만, 과학이라는 큰 틀안에서 개개인의 과학자들이 알게 모르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순간 순간에는 눈 앞에 일들을 해결하느라 보기 힘들지만 이런 큰 흐름을 한 번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도 있었으면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암 연구를 가장 크게 주도하고 있는 TCGA consortium 에서 올해 기존에 10 년 여간 진행해온 암과 관련된 대량의 관련 자료들을 대부분 공개하였고, 그 외의 자료들도 요청 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자신에게 확인하고 싶은 가설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큰 돈이 없이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genomics 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버겁기도 하지만, 그만큼 재밌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개개인의 차이를 생물학적으로 혹은 통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보람도 큰 분야라고 생각되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소개드린 연구를 통해서, cancer genomics 를 통하여 새로운 암 유발 유전자를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하였으나 더 본질적인 질문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Cancer (human) genomics 를 통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개개인의 차이를 인지하고 이를 통해서 좀더 정밀하고 개별 맟춤 가능한 의학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각 개인 별로 혹은 암의 종류 별로 혹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서 암 환자의 상태는 각기 다들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이해하고 고려해야 합니다. 즉, 환자들 각각의 cancer fitness 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가설로는 우리가 기존에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암 유발 유전자들이 고정적인 역활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능 및 암 유발에서의 역활이 암 유형 (cancer type)에 따라서 달라진 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현재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여 재밌는 결과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cancer genomics 분석을 시작하였던 3-4년 전 부터, genomics 를 하는 저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한때는 거대 연구소나 consortium 에 속하지 않고 이 분야에서 살아남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하였으나, 결국에 본질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할 줄 아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은 얻게 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계속 축적되는 human genomics 자료를 바탕으로 유전학에서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궁극적으로는 의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 주제들을 좀 더 독립적으로 연구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매 연구가 쉽게 되는 것은 없지만, 이 일의 경우 특히나 모든 부분이 새롭게 시작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라 단계 단계가 쉽게 넘어가는 것이 없었습니다. 또한, 논문 출판 과정 역시도 여러 일들이 많아서 끝까지 신경을 많이 썼던 주제 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스스로 많이 성장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처럼 연구 보람과 힘듦이 공존하는 삶 속에서 큰 버팀이 되어주고 있는 부모님과 여기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고 사랑하고, 연구에 바탕을 마련해 주신 포항공대에 장승기 교수님과 김상욱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