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에 Diabetes Care에 출판된 이 논문은 통합적 일차진료 (integrated primary care service)에서 관심을 가지고 온 우울증 (depression)과 사회적지지 (social support)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통합적 일차진료는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유병률 증가가 동반하는 의료서비스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적 진료방식 중 하나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오바마케어”라고 유명세를 떨치는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에서도 주요하게 통합적 일차진료서비스는 일차진료체계 혁신을 위한 모델로 제시되었고, 건강서비스 전달체계 개혁의 결과로서 이미 미국에서는 대중화가 되고 있습니다. 통합적 일차진료의 핵심 철학은,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치료보다는 “관리”를 하는데 자원을 써야 하고 성공적인 만성질환 관리 (chronic illness management)를 위해서 의사를 비롯한 건강전문가들이 다학제적 팀으로서 환자가 가지고 있는 급성 증상 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요구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을 강조합니다.
우울증과 사회적지지는 통합적 일차진료 관련 연구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심리사회적 변수입니다. 수많은 연구들은 우울증세와 사회적 지지를 지렛대로 삼아 통합적 일차진료서비스가 당뇨환자들의 당뇨관리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 많은 연구들 속에도 research gap이 있었습니다. 첫째, 통합적 일차진료를 받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당뇨환자들의 변화된 우울증세가 당뇨관리과 연관성을 가지는지를 고민한 종단 연구가 아직 부족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에서 샘플로 사용한 백인들과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문화적 코드가 다른 히스패닉과 같은 소수인종들에게 이런 선행연구들의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둘째, 사회과학 이론과 연구들은 사회적지지와 건강행동과 가지는 연관관계가 개인이 거주하는 사회적 맥락에 의하여 조절된다 (moderated or modified)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론적 고민이 아직 통합적 일차진료를 주로 연구하는 임상의학 연구자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음을 쉽게 발견합니다. 상대적으로 소득 및 교육수준이 높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백인 참여자에게서 발견된 유의미한 연관성이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낮고 집단주의 및 가족중심주의가 강한 것으로 믿어지는 히스페닉 환자와 같은 소수인종들에게서 발견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제가 한 연구는 위의 research gap에 주목했습니다. 1년동안 3번의 패널데이터를 수집한 무작위할당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히스패닉들이 주로 거주하는 미국 East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무보험 또는 저소득 이용자들을 위한 지역건강센터 (community health center)에서 수집되었습니다. 본 연구의 데이터를 만든 무작위 할당 임상시험은 지역사회 건강 전문가 (community health worker)의 효과성을 기존의 통합적 일차진료 서비스와 비교하였습니다.
연구결과, 기초선 이후 6개월동안 발견된 우울증세 변화는 6개월 및 12개월 추적조사때 조사된 당뇨관리수준 (adherence to diabetes management) 및 당뇨관리 효능감 (self-efficacy)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가졌습니다. 둘째, 기초선 이후 6개월동안 발견된 사회적지지의 변화는 6개월 추적조사 때 조사된 당뇨관리 효능감과는 유의미한 연관관계를 보였지만, 6개월 추적조사 때 조사된 당뇨관리수준 및 12개월 추적조사 때 조사된 당뇨관리수준 및 당뇨관리 효능감과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통합적 일차진료는 국제건강기구 (WHO)에서도 인정한 미래의 일차진료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 모델을 만들고 주로 고민하는 임상의학자들은 사회과학에서 이미 만들어진 이론 및 선행연구들의 상세한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빈번해 보입니다.사회복지사로서 최고의 당뇨병 관련 연구들이 출판되는 Diabetes Care에 저의 고민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미국의 학계에서는 다학제적 팀중심 접근이 의료현장에서 규범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통합적 일차진료의 심리사회적 욕구에 반응하는 서비스들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들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Arizona State University의 School of Social Work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다민족 국가라는 건 다들 아시지만, 미국 역시 인종다양성이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애리조나는 미국에서도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아시아를 향한 미국의 항구인 캘리포니아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멕시코와 남쪽 국경을 사이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에 더하여 많은 원주민 인디언들이 애리조나에서 보존구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형 및 인구구성 요인들이 만들어낸 애리조나 거주민의 다양성은 지난 20년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건강불평등 연구의 기반이 되었고, 제가 소속된 사회복지학과 내의 Southwest Interdisciplinary Research Center는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여러 기관들 중 건강불평등에 관심을 가지는 National institute on Minority Health and health Disparities (NIMHD)로부터 200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최근 2017년에는 5년에 걸쳐서 건강불평등 연구를 위한 7백만불에 달하는 U54 연구센터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사회복지학 연구자로서 통합적 일차진료 서비스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제가 가진 시각과 이론적 배경이 학계의 논의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국에 계신 일반인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도 사회복지는 의료 또는 생물과 거리가 먼 “인문학”이라고 일반적으로 보시더라구요. 안타깝게도 이런 시각은 뇌과학과 genetics 학문에서 최근 이루어진 연구결과들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유아 및 아동들의 생애초기 경험이 genotype의 차이에 따라서 아동의 심리사회적 변수 및 정신건강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differential susceptibility 가설은 2018년에 이루어지는 혁신적 연구들은 생물학 연구자들이 사회복지학이나 심리학 연구자들과 협업을 필요로 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비전통적 사회복지학 연구주제를 고민하면서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은 것이 가장 큰 보람들 중 하나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분들이 한빛사에 들어오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사회복지관이나 위탁아동가정 같은 전통적인 사회복지 세팅(setting) 에서 벗어나 의료서비스 세팅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사회복지학의 이론과 관점이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학에서는 논의된 지 이미 오래됐지만, 같은 논의를 건강서비스 연구에 적용할 때 창의적인 연구모델이 만들어지는 경우를 쉽게 봅니다.
생물 및 의료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들께 다양한 수준 (level)의 변수들을 측정하는 방법을 공부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특히, 우울증세, 사회적지지 등과 같은 인간의 행동과 연관된 변수들을 측정하는 방법의 기본을 아셔야 합니다.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의대나 school of biology에서 일하시는 포닥이나 교수님들조차 우울증세와 같은 phenotypes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음을 쉽게 봅니다. 심리사회적 변수를 측정하는 방법은 심리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Psychometrics라는 학문에서 오랬동안 고민되었습니다. 실증근거 역시 매우 탄탄합니다. 제발…. “soft science”, “subjective 측정도구”라는 개념화도 되지 않은 단어를 뱉으시면서 다른 학문에 대한 무지를 근거로 과도한 잘난 체는 안하시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위 연구에서 사회적지지를 미국 Rand Corportion에서 1990년 초에 만든 도구로 측정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회적 지지는 사회적 맥락 또는 사회적 환경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관계적 교환”의 일부 만을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께서 자녀들을 사랑하면서 많은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지만 나쁜 행동을 했을 때는 혼내기도 하고,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가치관에 대해 규제도 하는 등, 사회관계에서는 다양한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사회적 지지는 이런 사회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교환”의 매우 일부분에 불과하구요.
최근 NIMHD에서 5만달러를 연구비로 받아서 cross-sectional survey를 저소득층 히스페닉 당뇨환자들에게 수행할려고 준비중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사회과학에서 만들어진 사회관계망 분석을 활용하여 사회적 지지 이외 다른 관계적 교환들을 수집하고, 이들 변수들이 당뇨병 관리 및 당화혈색소와 가지는 연관관계를 분석할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긍극적으로는 당뇨병 관리를 향상시키는 사회적 관계망을 구성하는 환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목표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사회복지학자로서 한빛사와 인터뷰를 하니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