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인간 질병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동물모델의 제작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당뇨 동물모델은 효과적인 치료제 탐색에 사용되고, 비만 동물모델은 부작용이 없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데 기여하듯이, 의생명과학연구의 꽃은 동물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질병동물모델을 제작하기 위해 질병 관련 유전자를 쥐와 같은 동물에서 편집하지만, 해당 질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이 상황을 실패로만 간주하고, 후속연구를 진행하지 않았기에 그 원인을 찾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질병 빅데이터 분석과 유전자 스위치의 진화 원리를 이용하여, 동물모델에서 인간 질병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전자의 특징을 찾았습니다. 마우스의 질병 모델과 실제 환자에서 관찰된 질병 증상을 모아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림, 문서, 생체 활력 징후 등 다양한 표현형 정보를 온톨로지* 체계를 통해 정리하여 환자와 질병 동물모델의 표현형 차이를 정량적으로 계산하였습니다. 그 결과, 인간과 마우스에서 유전자의 서열이 잘 보존됨에도 불구하고 표현형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를 체계적으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유전자 발현 스위치 진화 이론'에 착안하여, 많은 질병 동물모델의 실패 사례를 유전자 발현 스위치의 차이를 통해 설명하였습니다. '유전자 발현 스위치 진화 이론'은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유전자 부위에서 발현을 조절하는 스위치의 변이가 다양한 척추동물의 진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입니다.
당 연구는 학문 간 간극을 좁혀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 낸 사례입니다. 표현형 데이터의 복잡성으로 인해 차이를 정량화하는 건 쉽지 않으며, 해결의 열쇠를 컴퓨터 공학의 온톨로지 연구에서 찾았습니다. 비교 유전체 (Comparative Genomics) 분석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데이터입니다. 반대로, 온톨로지를 연구하는 컴퓨터 공학자에게 분자 진화의 개념은 매우 생소합니다. 생물정보학적 접근을 통해 데이터를 유연하게 연결시켰기에, 문제에 대해 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 유전자 발현스위치의 진화가 환자와 질병 동물모델 사이에서 나타나는 표현형의 차이를 설명한다.
* 온톨로지 (Ontology):
다양한 형태의 자료들을 컴퓨터에서 다룰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한 모델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본 연구는 포스텍의 구조생물정보학 (Structural Bioinformatics)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실험실 졸업생들의 한빛사 인터뷰에도 언급되었지만, 활발한 토론 문화가 우리 실험실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론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까지의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킵니다. 특히, 생물정보학 연구는 생물학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를 널리 알고 많은 데이터의 속성과 이용 사례를 파악하는게 중요합니다. 혼자의 공부만으로는 더욱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연구실 내의 토론 뿐만이 아니라 컴퓨터공학과 등 다른 학과 연구실과의 조인트 미팅을 통해, 연구의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도 교수님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제한하지 않으시고, 선후배간 위계 질서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연구활동 중 실패에 대한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연구의 일상이 실패라고 생각될 정도로, 연구활동 중 실패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실패한 결과 및 데이터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다시 돌아보게 되었을 때,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낸 경험이 많습니다. 해당 논문은 대학원 초년 차 동안 많은 실패를 통해 배운 지식들이 빛을 발한 결과 입니다. 단백질 번역 부위의 진화를 통한 표현형 차이를 설명하지 못했기에, 비-번역 (Non-coding) 부위의 진화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지만, 당 논문의 기획도 모델 생물의 인간 질병 표현형의 재현 실패 사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좀 더 수월한 연구활동을 위한 요소로 학제 간 토론과 동료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현대 생물학은 물리학, 화학, 컴퓨터 공학 등 다양한 학문의 이론을 차용하고 방법을 응용하여 발전하고 있습니다. 학제 간 토론의 대상은 공동 연구하는 실험실의 구성원, 내 연구주제를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해외의 어느 연구자 등 그 제한을 걸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제 간 토론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구를 더 다양한 청중에게 설명할 수 있는 계기도 제공합니다. 학부 때도 내 전공 뿐만 아니라, 관심있는 다른 전공의 기초과목을 들어 보길 권장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학부 복수전공 때 다양한 과목을 들은 경험이 학제 간 토론의 장벽을 허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료는 더 큰 성공을 위해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실패를 다독여 주는데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은 이성적으로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실패의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실패 결과에 대해 동료와 토론하지 않았다면, 많은 실패가 연구 의욕을 저하하여 지금의 저가 없었을 거라 확신합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논문 출판까지 많은 역경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부족한 제가 연구의 마무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학부 1학년부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생물정보학에 대한 진로를 현실로 이끌어 주신 김상욱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날 것의 아이디어가 논문으로 나오기 까지 같이 고생한 구조생물정보학 연구실 식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연구 할 수 있었던 건,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가족 덕분입니다. 고된 시기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다독여준 연인과 대학원 동기들에게 큰 고마움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