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및 전망
천식과 알러지는 현대인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인데 이 질병은 면역계의 불균형에 의해서 초래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CD4 T세포의 하나인 T helper 2 세포가 특히 이들 병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세포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세포 분화의 분자적 기작을 밝혀내는 것은 근본적으로 질병치료에 초석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T helper 2 세포 cytokine인 IL4, IL5, IL13의 유전자들은 사람 염색체 5번과 쥐 염색체 11번의 한 부분에 clustering되어 있는데 이 부위는 Th2 cytokine locus라고 부르며 이 locus는 또한 IL13 유전자와 IL5 유전자 사이에 inverting 유전자로서 DNA repair를 담당하는 RAD50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clustering되어 있는 Th2 cytokine gene들은 모두 T helper 2 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이들 유전자가 Th2 세포 분화 시에 공통의 조절부위 또는 조절기작에 의해 통합적으로 조절될 수 있나는 가능성이 제시되었고 기존연구에 의해서 Th2 cytokine locus 내의 RAD50 유전자 내부에 Th2 cytokine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는 Th2 Locus Control Region(LCR)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 이번에 내게 된 논문은 Th2 세포의 분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cis-element로 알려진 Th2 cytokine LCR과 이 부분을 손실한 쥐에서 나타나게 되는 병리적인 기작을 분자적인 수준에서 확인하게 된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는 원래부터 생명과학을 전공하고자 마음먹었던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던 끝에 여러 가지 복수전공을 하느라 정작 본인의 대학원 전공인 면역학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졸업을 반년 가량 앞두고 갑작스럽게 알러지 체질로 바뀌면서부터 그때부터 면역학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졌고, 때마침 한국에 들어오신 현재의 지도교수님이신 이갑열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면역학의 기본적인 지식과 실험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여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 몸은 왜 이럴까?' 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되는 연구는 그 당시 저에게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저를 계속해서 집중하게 하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알러지 체질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연구를 통해서 성과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씩 해결해 간다는 생각을 하면 이 분야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실험실에 처음 들어와서 저널클럽을 처음으로 하는데 그때 선택했던 것이 Science지에 게재 된 논문이었습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짧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3장짜리 그 논문을 발표하기 까지 3주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 후로 한 가지 뼈아프게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연구를 시작하기에는 너무나 무지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저에게 중요한 깨우침이 되었습니다. 뭔가를 시작하고 도전하는데 있어서 저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즐거움과 흥미인데, 잘 모르기 때문에 시작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저에게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후로 내가 모르는 사실들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이를 연구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와 시간을 들였습니다. 물론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매일같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만 그때 일이 저의 연구생활에 큰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해있는 곳은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에 소속된 분자면역학실험실로 면역세포의 분화와 관련하여 분자적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CD4 T cell과 관련된 subset들입니다. 이는 면역세포 분화 연구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subset들이 추가로 발견되어 Th1과 Th2의 양분되어 있던 연구에서 Th17, Treg, Th9 등 까지 추가되어 더욱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4.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모든 과학이 비슷하겠지만 특히 생명과학이라는 분야는 특히 실패가 많고 그에 따르는 시간적인 손실이 큰 학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했을 때 얻게 되는 성취도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늘상 안되는 실험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좌절하다가도 종종 터져주는 의미 있는 결과에 즐거움을 얻는 것. 이 즐거움을 알아버린 이상 전 평생 이 분야를 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학문 분야에 대해서 재미를 느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실험실 처음 들어와 술자리에서 면역학에 관심은 있지만 잘 몰라서 걱정이 된다고 교수님께 말씀 드렸을 때 열정과 끈기가 있으면 커버된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 말씀 그대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생명과학이라는 것은 재미로 시작해서 도전과 열정으로 임하고 거기에 인내와 끈기가 더해지면 비로소 가치있는 창조를 얻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경기가 좋지 않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일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지를 개척하고자 하는 도전 정신과 열정을 가지고 끈기 있게 임하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히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6.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Th2 LCR을 주제로 여러 가지 후속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chromosomal interaction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실험 기법들이 국내에서는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때론 외롭고 종종 셋업에 애를 먹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욱 높은 성취도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생물학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게 해주시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연구인생에 길을 보여주셨으며, 또한 저와 병희를 믿고 프로젝트를 맡겨주신 위대한 스승님 이갑열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이 연구하느라 고생한 제 짝꿍 병희와 실험실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저와 오랜 시간 같이한 기완 형, 있는 정, 없는 정 다든 졸업한 영욱형, 성질 급한 사수 만나서 고생하는 착한 내 부사수 수민이, 그리고 항상 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실험실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원용이, 항상 바쁜 생활 속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종현이 이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먼 고향에서 항상 기도로 응원해주시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누나 같은 동생, 우리 온 가족과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