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면역세포, 특히 T 세포에 관한 연구는 그 중요성이 매우 잘 알려져 있고, 많은 선배 과학자분들께서 연구를 통해 후학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계신 분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직 알지 못했던 점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아직 많은 물음표가 남아 있는 연구분야이기도 합니다.
제가 연구한 분야는 그런 물음표 중 한 꼭지로, 아직까지 T 세포에서 그 역할이 밝혀지지 않았던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인 Chi3l1의 기능에 관한 연구입니다. Chi3l1은 식물의 면역반응에서 사용되는 효소 단백질인 키티나아제의 유사 단백질로, 구조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돌연변이에 의해 효소 활성을 잃은 단백질입니다. 기존 연구를 통해 Chi3l1이 인간에서도 유전적으로 보존되어 있고, 알레르기성 면역반응이나 다양한 암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고된 바가 있지만 T 세포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저는 이번 연구를 통해 Chi3l1 유전자가 Th1, CTL 세포들의 기능을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실제 흑색종 폐 암 전이 모델을 통해 T 세포 특이적인 Chi3l1 KO 쥐에서 Th1/CTL 활성이 증가하고 암의 전이가 감소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저희 연구실에서 개발한 세포 투과 펩티드인 dNP2를 이용해서 Chi3l1를 표적으로 한 siRNA를 세포 내부로 전달, Th1/CTL의 활성을 증가시켜 항 암 면역 반응을 강화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워 추가적인 연구를 수행, KO 쥐와 유사한 패턴을 확인하여 결과적으로 항 암 면역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논문을 3월 초에 투고 하고 나서 리뷰가 시작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방향성의 논문이 이스라엘, 중국 연구진을 통해 각각 발표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논문의 리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급기야 3개월이란 기다림 끝에 reject를 받았을 때 정말 크게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의 격려와 지도로 무사히 rebuttal, appeal, 2nd revision, final revision을 수행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11개월만에 6년 동안의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서 무사히 빛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제가 대학원 생활을 보내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최제민 교수님 연구실입니다. 저는 2010년 처음 연구실이 생길 때부터 연구실 생활을 시작해서 올 해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학생들 모두를 한 사람의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열정적인 지도교수님 아래 10명의 대학원생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훌륭한 연구실입니다. 연구실 내에서 기초부터 응용까지 어우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랩 미팅에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연구실 구성원 각자의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치열하게 연구하고 공부하지만 1년에 한번 리트릿을 통해 우애를 다지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통해 즐겁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등 연구에 집중하기 위한 적당한 tension이 잘 유지되는 연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많은 분들이 큰 꿈과 동기를 가지고 멋진 연구를 해내고 계시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과 흥미로 공부를 깊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입학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연구를 진행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이 들었고, 단순히 흥미본위로 진로를 결정한 저 스스로를 많이 책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힘든 와중에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또 그러한 기쁨이 쌓이고 쌓여 이렇게 하나의 연구를 맺는 경험을 통해 제가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저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됐던 연구가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감격스러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아직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건넬 수 있을 정도로 배움이 깊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치열하게 연구하는 모습을 통해 동료 연구자분들, 그리고 앞으로 연구를 시작하려고 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대학원 생활동안 배우고 터득한 것들을 이용해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서 좀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일단은 이번 논문에서 밝히지 못한 Chi3l1 단백질의 세포 내 작용기전에 대해 현재 연구를 진행중에 있으며, 동물 모델 뿐만 아니라 임상적으로도 Chi3l1 유전자가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그와 더불어, 유전적으로 보존되어 있지만 아직 그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여러가지 물질들에 대한 연구를 면역학적 관점에서 공부하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우선 지금까지 저를 지도해주신 최제민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의 연구에 도움을 준 연구실 동료들, 흔들리는 저를 지탱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는 길을 믿고 뒤에서 지켜봐 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