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나트륨, 칼륨, 염소 등과 같은 이온들의 농도는 세포 또는 세포내 소기관의 안과 밖에서 서로 다릅니다. 지질막을 경계로 이런 이온들의 농도 차이가 막전위(membrane potential)를 발생시키며, 이를 동력으로 세포 안에서 여러가지 중요한 현상들이 일어납니다. 이온채널(ion channel) 또는 펌프(ion pump)와 같은 막단백질(membrane protein)들은 종류에 따라 특정 이온을 인지하고, 세포막 안팎으로의 이들의 유출입을 통제합니다. 예를 들어, 신경세포에서 나트륨과 칼륨 채널의 개폐를 통해 일시적으로 이온 농도를 변화시켜 세포막을 따라 전기신호를 전달합니다.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수소 이온의 농도 차이로 인해 내막과 외막 사이의 공간으로부터 내막 안쪽으로 수소 이온이 한방향으로 유입되고, 이를 이용해서 ATPase에서 ATP를 생산합니다.
전통적으로 이온채널이나 펌프의 작동 원리를 연구할때, 세포막 양쪽에 전극을 놓고, 이온이 막단백질 내부의 이동 경로를 통과해서 세포막 한쪽 공간에서 다른쪽으로 이동할때 발생하는 전류를 측정하였습니다. 측정된 전류는 수많은 이온 입자들의 평균적인 흐름을 보여주지만, 개별의 이온 입자가 단백질 내부에서 통과하는 과정이나 채널의 개폐에 따른 단백질의 구조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습니다. 최근에 결정구조학 발전으로 원자 크기 수준의 정확도로 단백질 분자의 구조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이들은 마치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사진을 찍었을때 각각의 순간에 해당되는 몇개의 정지된 이미지를 얻는 것처럼, 이온이 단백질을 통과할 때 일부 중간 단계들에 있는 단백질의 구조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실험 방법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molecular dynamics simulation)을 이용해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실시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려는 연구가 그동안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시뮬레이션 방법에서는 지질막, 단백질, 이온 등을 구성하는 각각의 원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정의하는 모델을 만들고,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통해 각 원자들의 움직임을 수치적으로 계산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막단백질의 크기를 고려할때,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 클러스터에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시간은 실제 시간을 기준으로 나노초에서 마이크로초 정도에 불과하고, 이것은 실제로 이온이 단백질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대략 밀리초)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또한, 기존의 모델을 단순화하기 위해 사용된 여러가지 가정들 때문에 시뮬레이션과 실험에서 얻어진 결과 사이에 근본적인 오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본 연구에서는 ClC antiporter라는 염소 이온과 수소 이온을 교환하는 이온 펌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습니다. 기존의 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온 펌프의 전체 작동 과정에 대해 두 가지 단계로 모델을 개발하였습니다. 먼저, 세포막 한쪽 공간에서 접근하는 이온이 단백질을 통과해서 다른쪽으로 나가는 과정을 여러개의 중간 단계로 나누고, 각각의 중간 단계를 넘어가는 속도를 기존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하였습니다. 그 다음, 마르코프 모델(Markov state model)을 기반으로 해서 염소와 수소 이온의 이동에 대한 각각의 중간 단계를 연결해서 전체 이동 과정에 대한 반응 속도 (reaction kinetics) 모델을 개발하였습니다. 실제 실험에서 측정된 염소와 수소 이온의 유출입 속도값(flux rate)을 이용해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한 모델 안에서의 중간단계의 속도값을 최적화시켰습니다. 각 이온이 단백질을 통과할때 시스템은 다양한 경로로 중간단계를 거치게 되고, 이들 중 가장 통과하는 빈도가 높은 경로를 전체 과정을 대표하는 경로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온 통과에 대한 전체 과정을 모델에서 구현했다는 점, 실제 실험에서 측정값과 정량적인 비교를 했다는 점, 실험에서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단백질 내부에서 이온이 통과하는 경로에 대한 통계적인 예측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속해있던 Gregory Voth 그룹에서는 바이오, 나노, 재료 분야에 관련된 다양한 시스템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크기의 변화가 얽혀있는 복잡계의 운동을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새로운 시뮬레이션 방법론을 개발합니다. 현재 단백질이나 지질막에 대한 대충 갈기 모형(coarse-grained model), 생체분자나 연료전지 안에서 수소 이온의 움직임을 모델링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뉴욕 근교에 있는 IBM 연구소의 Ruhong Zhou 박사님이 이끄는 분자 모델링 팀에서 포닥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단백질과 단백질 사이 또는 단백질과 작은 리간드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 알츠하이머나 헌팅턴 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병에서 발견되는 무질서한 단백질(disordered protein)에 대한 구조, 나노 물질과 생체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 등을 IBM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는 앞서 출판되었던 다른 논문들에서는 같은 시스템에 대해 원자 모델을 개발하고 일부 중간 단계에 대한 속도를 계산하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이전 논문의 결과와 이번 논문의 결과를 합쳐, 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대한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형태로 이번 연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이전 논문부터 몇년 간 수행된 프로젝트가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게 돼서 기쁩니다. 단계별로 모델을 개발하면서 그때마다 다른 여러가지 시뮬레이션 방법들을 직접 배워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오랜 고생 끝에 결과가 하나씩 쌓여서 논문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는게 연구에서 가장 어려우면서 또한 행복한 점인것 같습니다. 어느 곳에서 공부하시든 하시는 연구가 잘되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근무 중인 IBM 연구소에서 생체 분자와 관련된 분자 모델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나노의학, 나노물질의 독성, 면역세포를 활용한 암치료제 등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병원 연구실이나 산업체와 연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여 신약이나 신물질 개발에 응용될 수 있는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지금까지 연구를 지도해주신 Gregory Voth 교수님과 Jessica Swanson 박사님, 그리고 모델 개발을 함께 했던 University of Michigan의 Heather Mayes 교수님, University of Rochester의 Andrew White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석사를 할때 처음 이 분야에 입문하는데 도움을 주신 서울대학교 이상엽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계속 저를 응원해준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