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의 연구 주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s)의 발병에서 간 대식세포(hepatic macrophage)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으나, 그 세부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이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 지방간과 공존하는 산화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자가 주목하고 있고, 저희는 그 중 특히 대식세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 대식세포는 곧 쿠퍼세포' 라고 통용되던 것이, 최근 들어 세포의 기원 등에 따라 resident Kupffer cell과 Infiltrated macrophage (monocyte-derived macrophage) 등으로 세분화 되기 시작했는데, 본 연구에서는 형태학적 고찰과 여러 가지 마커의 발현 비교를 통해 두 세포의 차이를 규명하였으며, 이들 중 Infiltrated macrophage가 활성산소를 통한 지방간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고하였습니다.
특히나, TLR4 complex의 dimer를 형성하여 작용하는 일반적인 LPS-TLR4 신호전달과는 달리, Palmitate와 같은 saturated free fatty acid가 TLR4-MD2 complex와 결합하여 monomer 형태의 endocytosis를 유도하며, 이 때 NOX2 complex의 활성에 의한 활성산소(ROS) 발생을 촉진하여 간 내 염증반응을 증가시킴을 규명하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후에, 대식구의 염증으로 유도되는 다양한 간질환 예방 및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험이나 이론이나, 부족함이 많은 학생인지라 실험 자체에 익숙해지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실험 과정이나 결과들에 절망도 많이 했습니다. 6년여에 걸친 연구 기간 동안 비슷한 주제의 논문들이 발표되는 모습을 보며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고,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을 보며 내가 너무 뒤처진 것은 아닌가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회나 교내 세미나 등을 통해 국내/국외의 많은 연구자들을 만나고, 제 연구 내용을 가지고 직접 소통하면서 그런 마음들은 깨끗이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16년 가을, 오랜 고생 끝에 미국 Boston에서 열린 Liver Meeting에서 구두발표 기회를 얻고, Travel Award도 수상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발표를 준비하고 실제로 보이기까지 부담도 많이 되고 힘들었지만, 해외 유명 과학자들과 교류하며 좋은 코멘트들을 얻어 최종적으로 논문 게재에도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현재 소속되어 있는 곳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 의과학 학제전공 간질환 연구실(Laboratory of Liver Research)로, 정원일 교수님의 지도 하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 출신의 학생들이 소속된 의과학대학원과, 이공계대학 출신 학생들이 소속된 의과학학제전공이 어우러져 있는 의과학 연구센터는, 의과학 연구라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학문간/학제간 융합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훌륭한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 간질환 연구실은 그 목표를 가장 잘 수행해내고 있는 연구실 중 하나라고 자부합니다. 수의사 출신의 교수님과,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전반적인 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알코올/비알코올성 지방간, 간섬유화, 간경화, 간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주제를 아울러, 마우스와 환자 시료에서의 병리학적 분석, 분자생물학적 분석, 그리고 면역학적 분석 등을 거쳐 최종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2018년, 올해 10주년을 맞는 카이스트 간질환연구실은 정원일 교수님의 꼼꼼하고 세심한 지도 하에 그간 훌륭한 연구결과와 연구자들을 배출했으며, 그 선배님들을 본보기 삼아 모두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연구실 홈페이지: http://labofliver.kaist.ac.kr/)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이라 생각할만한 일들을 시작한지 겨우 6년 남짓 되었는데, 연구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늘, 모든 것이 어렵습니다. 결과론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 메커니즘까지 밝혀야 함이 어렵고, 또 새로운 방법이나 조건을 배우고 적용하며 그것이 진실인가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많은 연구자들을 만나고 평생 배우는 자세로 살아갈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인 생산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기대하지 않았던 연구 성과도 물론 보람찼지만, 사실 이 연구를 진행한 6년동안 제게 남은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지속해온 이 연구가 여러 가지 장애물을 넘고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안팎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첫 여학생으로 저를 선택하여 기회를 주신 정원일 교수님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이를 시작하는데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서울대학교 이원재 교수님과 이경아 박사님, 이화여자대학교 배윤수 교수님과 손미라 박사님, 때론 친오빠처럼 때론 엄한 선배처럼 물심양면 챙기고 이끌어주신 이현승 박사님과 이영선 박사님, 막혔던 실험을 선뜻 도와주신 김호민 교수님과 김수진 박사님, 늘 곁에서 힘이 되어주신 랩 멤버들과 의과학연구센터 내의 모든 지인들에 이르기까지 한 명 한 명 손에 꼽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과분한 애정과 관심을 받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꼭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전 대학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의학, 생명과학 등을 4년 또는 그 이상 체계적으로 공부한 다른 학생들보다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나 한참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몰두했던 전공 공부는 앞으로 쭉 해야 할 연구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었고, 수능을 위한 공부, 한때 잠시 준비하던 생물 경시대회를 위한 공부가 전부였으니까요. 전공자들을 따라가기 만도 벅찬 시간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밤새워 뜬구름 잡듯 논문을 검색하다가 허탈해하며 새벽 달과 퇴근하던 무수한 밤이 있었던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인정하고 일단 시작함이 첫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부분인가는 전공자들보다 폭 넓게 아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아주 작은 기대와 함께.
제 주위만 봐도, 생각보다 많은 후배들이 전공을 바꾸고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크게 겁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물어보는 데도 거침 없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무언가 그려진 캔버스보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무(無)의 상태인 캔버스가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올해 2월 박사 학위 취득 후, 미국 Los Angeles에 위치한 Cedars Sinai Medical Center 내 Digestive and liver diseases 분과의 Ekihiro Seki 교수님 연구실에서 Postdoctoral fellow로 4월경부터 일할 예정입니다. 꾸준히 해외 학회 참여를 지원해 주셨던 지도교수님 덕에 석-박사 통합과정 1년차 때 처음으로 해외 학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그 학회에서 용기 내어 첫 학술적 대화를 나누었던 분이 바로 저의 새로운 Boss입니다. 그 첫만남 이후로도 여러 번의 학회에서 만나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2016년 4월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는 인천공항부터 대전의 실험실까지 동행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아직 걸음마도 채 떼지 못한 대학원생의 데이터인데도 꼼꼼히 보고 함께 고민, 공감해주시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서툰 영어지만 늘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고, 오랜 시간 돈독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해외 연자 pick-up 기회는 꼭 자원하라고 실험실 후배들에도 권하고 있습니다. 연구 역량 이라기에는 소박한 CV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을 내밀어주신 이유도 아마 여러 번에 걸쳐 나눈 연구에 대한 열정과, 진솔한 이야기들 덕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아무 걱정 없이 연구에, 그리고 제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가족들-어머니와 아버지, 동생 경민-에 제일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를 웃게 하며 한결같이 응원해준 추소영, 전보람, J, 김미애, 서현아, 강희준, 박민영, 오일남, 김병찬에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의과학센터의 소중한 인연들-오동선을 포함한 2012년 입학동기 선생님들과, 김지혜, 이지원, 정민경, 민문경, 오지은, 정희은, 홍효원, 정선혜, 오소라, 박동민, 김지예 선생님-과 더불어, 우리 간질환연구실의 모든 선배님들-변진석, 서양권, 이영선, 이현승, 서원효, 은혁수-과 정종민, 최원묵, 김명호, 이준희, 심영리, 김희훈, 정은영 선생님에도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연구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NIAAA의 Bin Gao, George Kunos, Cedars Sinai의 Ekihiro seki와 Yale의 Iwakiri Yasuko, Cleveland Clinic의 Laura Nagy, USC의 Hidekazu Tsukamoto에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이 모든 기회와 영광을 주신 정원일 교수님에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여성 과학자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늘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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