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전신 에너지 대사의 조절은 주로 골격근과 간, 지방조직에서 이루어집니다. 그 중에서도 대사 항상성 유지에 있어 근육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데, 골격근은 공급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기관으로 말초 에너지소모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비만 상황에서 과잉의 에너지가 유입되어 근육의 대사항상성이 붕괴되면 인슐린저항성이 발생하고, 이후 당뇨를 유발하여 각종 2차 질환의 근원이 됩니다. 실제 임상적으로도 당뇨 이행과정에서 근육의 인슐린저항성이 간 및 지방조직에서보다 더 이른 시기에 나타난다는 많은 보고들이 골격근을 대사항상성 유지의 첨병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골격근에서 G단백질 연결수용체(GPCR)의 신호를 수렴하여 전달하는 Gα13이 근섬유의 유형을 결정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근섬유는 에너지대사가 활발한 산화형(oxidative) 근섬유와 그렇지 않은 비산화형(non-oxidative) 근섬유로 분류되며, 이들의 체내 비율에 따라 근육 및 전신 에너지 소모능력이 결정됩니다. 근섬유는 환경에 따라 유형이 전환되는데, 지속적인 운동은 산화형 근섬유 비율을 높여 산소호흡을 증가시키고 지방 분해를 촉진시킵니다. 한편 당뇨병 환자나 비만인의 근육조직에는 산화형 근섬유가 낮은 비율로 존재합니다. 최근 이들 근섬유의 유형을 결정하고 전환할 수 있는 인자에 대한 연구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운동부족에 따른 근섬유 유형전환이나 노령에 따른 근손실이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도 고령화사회로 이행되는 최근에서야 대중에 널리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주요 저널들이 게재하는 논문 추이를 살펴보면 근육 관련 논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등 연구의 장이 제대로 열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에 골격근을 연구하는 그룹이 아직 극소수에 불과해 본 연구의 초기 셋업에 고전하기도 했는데, 바꿔 생각하면 해당 분야를 연구할 가치가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본 연구는 처음 목표했던 저널에 투고 한 후 이 곳에 게재되는 데까지 1년 3개월가량 걸렸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큰 위기감 없이 반복된 투고 과정에 임하고 있었는데, 현재 저널에 투고한 직후에 다른 분야(osteology)의 그룹이 동일한 키워드로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을 먼저 게재하였습니다. 하필 본 연구에서 새롭게 제시한 분자기전과 비슷한 기전을 그 그룹에서도 제시하였고,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논문심사과정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되는 한편 제가 찾은 신호전달기전이 다른 분야에서도 재현된다는 신기함과 반가움이 들기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본 저널의 심사후 재투고에 만전을 기하고자 하였고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속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분자약물학 연구실에서는 현재 4명의 박사와 8명의 대학원생이 김상건 교수님의 지도하에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골격근 및 간, 지방조직을 포함한 전신 에너지대사 항상성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간질환(지방간, 간염, 간 섬유화, 간암 등)의 병리학적 기전을 규명하여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것에도 주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이번 논문에서 주목한 Gα12/13뿐만 아니라 각종 전사인자, non-coding RNA 등 다양한 표적과 기전에 관심을 갖고 대사성질환 및 간질환을 포괄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요즘은 논문 하나를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워낙 길어서 답답하고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는 모든 논문들이 분야와 중요도를 떠나 크고 작은 인류 최초의 지식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제 연구가 누군가로부터 인용되면 다른 사람이 새로운 지식을, 그로부터 또 다른 사람이 더 새로운 지식을 연쇄적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일조했다는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조금 거창하긴 하지만 이러한 마음가짐과 호기심이 순간의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장기적인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우리가 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데는 개인의 우수함보다는 여러 명의 병렬적 사고가 더 효율적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를 하면서 수시로 곁에 있는 동료들과 토론하는 자세가 연구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 좋게도 이런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주신 선후배님들 덕에 처음부터 많은 자극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수줍어하지 말고 옆 사람과 터놓고 자주 토론하다보면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골격근 연구에 관심을 가진 이후 이 분야에 아직 연구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 현 연구실에서의 남은 기간 동안 골격근 생리를 조금이나마 더 공부하고 있습니다. 곧 국외로 떠나 세계의 다른 연구실을 경험해보고 연구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지내왔던 익숙한 곳을 떠나는 것이 아쉽고 또 일시적으로 연구 효율이 떨어질 것이 두렵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환경으로부터의 자극과 극복의 경험이 연구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항상 열정적으로 연구를 지도해 주시는 김상건 교수님께 가장 먼저 감사인사 올립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언제나 동력을 잃지않고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실험 멘토가 되어주신 김태현 박사님, 생활과 연구 모두에 절대적인 버팀목이 되어준 주민성, 함께 1일 1피자를 먹으며 스타와 토론을 병행하던 한창엽 교수님… 공저자로서 논문 완성을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에 큰 도움을 주신 가천의대 최철수 교수님과 박시영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을 주는 연구실 선후배님들께,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양가 부모님과 누나, 처남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항상 제가 웃음짓게 해주는 여자친구에서 이제는 사랑하는 아내가 되어준 한소민 양에게 이 논문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