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 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본 논문에서 다룬 췌장암 (pancreatic cancer) 은 조기 진단에 어려움이 있고, 또 현재까지 치료방법 또한 다른 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대표적인 유전성 암입니다. 약 10 여년 전 췌장암 동물 모델이 처음 만들어진 후 현재까지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왔고, 또 향후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한 수많은 기초 지식들이 제공되어 왔습니다. 반면, 췌장암이 전이되는 (metastasize) 원인 및 기작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왔는데 그 대표적인 이유로는 췌장암 전이를 연구할 수 있는 적절한 실험 모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5 년 저희 연구소 David Tuveson 연구팀에 의해 소개된 pancreatic organoids culture 로 인해 (Boj and Hwang et al., Cell, 2015) 정상 췌장세포부터 말기 전이과정까지 전 과정의 세포를 in vitro 에서 배양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이를 바탕으로 생화학/분자생물학적으로 살펴 볼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본 논문이 발표된 직후, 이전 연구를 주도하였던 황창일 박사님과 cancer epigenetics 를 연구하는 제가 공동 연구를 시작하였고, 약 2 년간의 공동 연구 끝에 지금 췌장암 전이를 설명하는 후성 유전학적인 변이 (epigenetic alteration) 를 본 논문에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그동안 유전성 질환으로만 여겨지던 췌장암을 후성 유전학적인 질환으로도 살피게 되고, 나아가서는 현재 각광받는 epigenetic therapy 의 임상적인 응용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 년 학부 4 학년에 재학중이던 저는 서울의대 박웅양 교수님 실험실에 학부생 연구원으로 있었고 당시 황창일 박사님은 동 실험실에 석사 2 년차 과정에 계셨습니다. 저는 실험실에서 실험을 제외한 모든 활동. 농구, 회식등-에 약 6 개월 여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연구에 별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황창일 박사님은 미국에서 학위를 이어 가셨고 저 역시 석사/박사 학위를 동대학 윤홍덕 교수님 실험실에서 마쳤기에 약 10 여년간 그렇게 각자의 길을 태평양 건너에서 걷고 있었습니다. 우연히도 2012 년 저희가 이곳 Cold Spring Harbor Lab 에서 각자 다른 랩에서 Post-doc 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같은 건물/같은 층에 복도를 두고 마주한 ‘이웃사촌’ 이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이어진 인연으로 함께 연구중 겪는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는 동료 과학자가 되었고, 서로를 향한 신뢰를 쌓아가게 됩니다.
약 2 년여후 2015 년 겨울, 각자의 Post-doc 첫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후 새로운 project 를 찾던 와중, 서로 힘을 합쳐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에 술잔을 부딪히며 의기투합한 것이 이렇게 운좋게도 좋은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선 아마 찰떡궁합 이라는 표현이 맞을 텐데, 이곳에선 저희를 Peanut Butter and Jelly (PBJ) 라고도 합니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료애와 그에 앞선 우애가 있었기에 본 연구가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 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가 제게 준 가장 큰 교훈은 팀웍의 중요성입니다. 과학자로서 개인적인 연구 역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요즘과 같이 단일 연구에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총동원되는 시대에는 더이상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제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전문가를 동료로 맞이하고 신뢰하며 또 함께 합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시너지 라는 것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동료 연구자의 전문 지식 및 경험을 보고 바로 옆에서 접하게 되어, 제 자신이 지적으로 성장하게 됨을 느끼는 것은 보너스 입니다. 지식은 혼자의 것이 아닌 공유하는 것이고, 또 함께 나눌 때 거시적으로 보다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배우게 된 값진 경험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 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2011 년 미국행을 준비하면서 어느 연구실에 가야할까, 어느 분야를 연구 해야할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이곳 CSHL 을 택한 이유는 연구 환경이 아닌, 단순히 on-site 인터뷰에 동행하였던 아내가 ‘살기 좋아 보인다’ 라는 한 마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물론 연구 환경도 중요하고 가고자 하는 연구소/학교 및 연구실 지도교수의 명성 등도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여건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5 년여의 post-doc 생활을 뒤돌아 보니 결국 남는 것은 논문의 수/IF 가 아닌 일과 후 및 주말 가족들과 함께 하였던 행복한 시간들의 추억 뭉치입니다. 가정이 행복하면 연구에도 집중하게 되고, 또 가족들과의 시간을 더 만들기 위해 자연스레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박사후 과정을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제 작은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처음으로 뉴욕 JFK 공항을 밟은 것이 2012 년 1 월 1 일이었으니 어느덧 5 년 6 개월이 지났습니다. Post-doc 을 나오기 전 주변에서 말씀해주시길 5-6 년은 거쳐야 독립할 준비가 된다고 하셨는데, 이제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동안 postdoc training 을 받으면서 배운 지식 및 경험 등을 동료 과학자 분들, 혹은 앞으로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과 나누고자 이곳에서 독립하여 제 연구실을 가지는 것을 다음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무엇보다 2002 년 겨울 제게 과학자의 길을 열어 주시고, 미국에 있는 동안 항상 격려, 응원해주신 윤홍덕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2 년여간 본 연구를 함께 한 황창일 박사님 및 본 연구소에서 post-doc 생활을 함께한 많은 한인 과학자 동료 및 가족 분들에게도 마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아들, 딸 및 손녀들 뒷바라지에 고생중이신 어머님과 장인, 장모님 및 동생 내외와 처제 내외의 든든한 지원이 없었다면 연구에 몰두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2005 년 처음 한빛사에 나왔을 때 친구분들에게 아들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으셨던 그리운 아버님, 이젠 그곳에서 새로 사귀신 친구분들에게 아낌없이 자랑 하셔도 됩니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 포닥과는 결혼 하지 않을테니 찾지 말라는 아내, 매일 5 시경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실험 후 남은 기운마저 탈탈 털어주는 두 공주님 은수/은재, 진심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