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지난 1월, 유전체 분석 기기 제조사 일루미나 (Illumina)에서 새로운 장비를 내어놓으면서 머지않아 '100 달러 지놈'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이 '100 달러'는 상징적인 분석 단가일뿐, 실제 분석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이전 버전의 장비들에 비하면 파격적인 가격이지만, 여전히 장비 한 대의 가격은 100만 달러에 육박하고, Illumina의 Sequencing by Synthesis (SBS)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장비들은 많은 양의 시료가 필요하고 유전자를 단분자 단위로 읽을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이며, 장비의 소형화와 단분자단위 분석이 가능한 Nanopore를 이용한 연구가 가장 각광받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Oxford Nanopore Technologies (ONT)는 protein nanopore를 활용한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소형화한 MinION을 2015년에 상용화하였습니다. 기존의 유전체 분석기기에 비하여 시료의 준비과정이 간단하고 시료의 염기서열을 단분자 단위로 직접 읽을수 있습니다. 기존 장비들에 비해 아직은 성능이 많이 부족하지만 nanopore를 활용한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준 획기적인 발표였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solid state nanopore를 활용한 기술 (Recognition Tunneling Nanopore)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Protein nanopore는 우수한 재현성 등 많은 장점이 있지만 상용화를 위한 대량생산/단분자 단위 측정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solid state device는 반도체 공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대량생산/생산단가 절감/소형화가 용이합니다. 또한 시료의 분자단위 전기적 특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료처리과정이 필요없습니다. Recognition Tunneling Nanopore의 최대 장점은 유전체 분석 뿐만 아니라 단백질, 당류 등 전기적 성질을 띄고 있는 모든 분자들을 단분자단위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빛사에 소개된 두 논문은 2~3 nm 갭을 쉽게 만들수 있는 Scanning Tunneling Microscopy (STM)를 이용하여 solid state device의 다양한 시료의 측정 가능성과 DNA 측정 성능향상을 위한 선행연구의 결과입니다. 저희 연구실이 연구중인 solid state device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음 논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pubs.acs.org/doi/abs/10.1021/nn505356g, Fixed-Gap Tunnel Junction for Reading DNA Nucleotides)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한빛사에 소개된 두 논문은 아리조나 주립대학교 (Arizona State University)의 바이오디자인 연구소 (Biodesign Institute)의 Single Molecule Biophysics Lab (SMB)에서 진행된 연구입니다. 바이오디자인 연구소는 자연과학에서부터 교육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공의 생물학관련 학자들에게 보다 나은 연구환경을 제공하기위해 2004년 설립되었으며 현재 14개 연구센터가 운영중입니다. 각 분야 최고의 연구 설비를 갖추고 있을뿐 아니라 연구소 내, 다른 전공 연구자들간의 교류 연구를 지원하는 자체 프로그램들도 운영하는 등 최적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생명관련 분야를 위해 특화된 연구소입니다. 교내외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으며, 현재 3번째 연구동을 건설중이고 해외 연구기관들과의 자매결연을 통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이며 2015년에는 포항공대의 가속기 실험실과 교류연구를 체결하였습니다. 꾸준히 많은 연구원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바이오 디자인 내 새로운 연구센터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연구분야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가 늘고 있습니다. 제 연구만 봐도, 물리학/화학/생물학/전기공학/컴퓨터공학 전공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 지식과 기술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고 새로운 연구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합니다. 박사과정 중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Machine Learning Algorithm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에 깊게 참여할 수 있었고, 이 일을 계기로 다른 프로젝트의 NGS 데이터 분석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저의 데이터 분석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것만이 아니고, 새로운 sequencing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현 기술을 보다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활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과 기술의 활용과 상용화를 통해 실제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것 역시 과학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유학을 준비중이시라면, 가장 강조하고 싶은것은 문법적으로 옳은 영어에 대한 부담을 덜고, '나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당당하게 이야기하기'에 익숙하고 잘 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영어도 잘 하고 논리적이기도 해야겠지만 우선 영어로 말하기와 내 생각 말하기에 익숙해지십시오. 유학을 준비하면서 공부한 TOEFL/GRE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지만 유학과정 중 만난 많은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한국 혹은 동양문화권 유학생들이 토론식 수업과 지도교수와의 수평적 관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학위과정은 상명하복식 교수-제자 관계를 통한 지식과 실적을 쌓는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정답 찾기에서 벗어나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논리를 다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워야하는데 저의 능동적이지 못 한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았고, 주변에도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을 자주 접했습니다. 잘 알지만 익숙치 않은 문화라 선뜻 행동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미국/캐나다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몇몇 한국인 지인들도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고 연구에 대한 본인의 의견 제시가 없고 토론에 적극적이지 않은 한국 학생보다는 일에 능숙하지 못하더라도 자주 의견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외국 학생들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합니다. 이러한 한국 학생들의 성향을 알고 유독 한국 학생들만 고용하여 착취하는 외국 교수들도 많이 봐왔습니다. 어렵게 유학 오셔서 부조리한 대우를 당하거나 고생하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자 적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STM을 이용한 선행연구는 마쳤고, Solid State Nanopore와 Recognition Tunneling Nanopore를 이용한 glycosaminoglycan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최종 목표인 Recognition Tunneling Nanopore의 안정적인 생산 방법 연구뿐만 아니라 본 장비가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음을 꾸준히 연구할 계획입니다. 특히 glycosaminoglycan과 같이 구조가 복잡하고 단분자단위 측정이 어려운 검체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 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우선 제 연구를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BRIC에 감사합니다. 아직은 많이 생소하고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에도 제가 하고 있는 연구분야가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의 롤모델이시자 저를 연구자의 길로 인도해주신 건국대학교 물리학과 오선근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으로 드리고, 저를 마지막 제자로 받아주시고 ASU Biodesign에서 최첨단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지도교수 Stuart Lindsay에 감사하며 한빛사에 소개된 두 논문의 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준 Peiming Zhang교수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논문의 또다른 주역인 ASU의 다른 연구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함께 좋은 연구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인도에서 저희 가족을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는 본가/처가 식구들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마지막으로 연구로 지쳐갈 때마다 옆에서 힘을 불어넣어준 사랑하는 아내 김주영과 딸 임서현, 그리고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힘찬이에게도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