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동물이 다양한 종류의 스테로이드성 화합물을 합성하여 자신의 항상성 조절 등에 사용하는 것과 같이 식물 또한 스테로이드성 화합물을 합성하여 자신의 생장과 분화를 조절합니다. 그러나 동물과는 달리 식물에서는 브라시노스테로이드 (Brassinosteroids, 이하 BRs)라고 부르는 오직 한 종류의 스테로이드성 호르몬만이 알려졌습니다. BRs의 생합성 과정이 결핍되거나 또는 이 호르몬에 의한 신호전달체계가 고장 날 경우 식물은 난쟁이화 (dwarfism)와 같은 매우 극심한 표현형의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BRs는 현재 식물의 정상적인 생장과 분화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로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BRs의 식물체 내에서의 생합성 경로중 가장 마지막 단계인 castasterone에서 brassinolide로의 전환 과정을 촉매하는 효소인 Brassinolide synthase의 동정 및 특성 규명에 대한 것입니다. BRs의 생합성 최종 산물인 brassinolide는 락톤구조의 B-ring을 가지는데 이러한 구조는 Baeyer-Villiger oxidation이라 부르는 (탄소와 탄소간의 결합 사이에 하나의 산소원자가 삽입되는) 매우 독특한 반응을 통해 형성됩니다.
지난 10여 년간 BRs의 생화학적 분석과 다양한 분자유전학적 연구방법 등을 통해 식물체에서 BRs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대부분의 효소의 특성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생합성 최종 단계에 관여하는 효소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Brassinolide가 가장 높은 생리활성을 가지는 이유뿐만 아니라 BRs의 생리활성과 신호전달과 관련된 몇 가지 의문사항을 풀기 위해서도 brassinolide synthase의 동정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생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락톤화 효소의 특성에 대해서는 이전까지 식물에서는 전무하였고 동물에서도 거의 보고 된 바가 없었습니다. 단지 원핵세포에서는 flavin-containing monooxygenase 계열의 효소에 의해 촉매 된다는 것이 비교적 많이 연구된 상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애기장대에서 이러한 반응이 원핵세포와는 다르게 Cytochrome P450 monooxygenase 계열 효소인 CYP85A2에 의해 촉매됨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입니다. 이러한 애기장대 CYP85A2는 이미 몇 년 전 BRs의 C-6 oxidase로서 CYP85A1과 동일한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 일본 연구진에 의해 보고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저희의 연구는 CYP85A2는 C-6 oxidase 일뿐만 아니라 brassinolide synthase 활성도 갖는 bifunctional 효소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돌연변이체 분석을 통해 brassinolide의 생합성 전구체인 castasterone 또한 식물체에서 BRs의 신호전달체계를 작동시킬수 있는 활성형의 BRs임을 처음으로 증명하였습니다. 또한 단순히 동일한 C-6 oxidase 기능을 갖는 것으로만 알려진 CYP85A1과 CYP85A2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애기장대에서 CYP85A2가 CYP85A1보다 훨씬 높은 활성을 가지는 주요 효소임을 확인하였습니다.
- 연구 동향 및 전망
BRs는 연구역사가 비교적 짧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현대식물학의 대표적인 주류로 자리 잡은 분자 유전학적 기법의 발달과 함께 매우 빠른 연구의 진보를 이루어 현재는 식물 호르몬 중 ethylene과 더불어 가장 많은 부분이 이해되고 있습니다. 특히, BRs는 스테로이드성 화합물임에도 불구하고 동물과 같이 핵 내로 이동하는 수용체에 의해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세포막에서 인지된 후 일련의 반응을 가지는 매우 독특한 신호전달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동물에서도 일부 세포막에 존재하는 스테로이드 수용체에 대해 알려지고 있어 BRs의 신호전달체계는 동물학 쪽에서도 매우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수년 동안 매년 서너 편 이상의 관련 논문이 nature, science, cell 지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향후의 연구 방향도 지금과 같이 생합성을 중심으로 한 BRs의 생체함량 조절 기작과 신호전달체계에 관여하는 새로운 단백질의 탐색이 주된 연구분야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대부분의 식물 호르몬이 그러하듯이 BRs의 많은 생리활성 또한 다른 식물 호르몬들의 생리활성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BRs를 중심으로 한 식물호르몬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분야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사실 연구의 처음 초점은 brassinolide synthase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저희가 발견한 새로운 BRs의 생합성 경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즉, 이전 연구에서 저희는 식물체 내에 기존에 알려진 campesterol로부터 합성되는 BRs의 생합성 경로 이외에 cholesterol로부터 합성되는 새로운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고한바 있었습니다. 특히, 애기장대에는 두 개의 C-6 oxidase가 있는데 저는 이들이 두 개의 생합성 경로에 서로 다르게 작용할 가능성을 조사하고자 했었습니다. 그런데 Yeast에서 발현시킨 효소의 활성을 측정하고자 BRs의 함량을 GC-MS로 분석을 하다가 생각지도 않게 brassinolide가 검출되었던 것입니다. 그 짧은 순간 수만 가지의 생각이 교차하면서 교수님께 달려가던 그 기분은 아마 제 평생의 기억에 깊이 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Brassinolide synthase의 동정은 제가 박사과정 들어오면서 가졌던 가장 큰 목표중의 하나였기에 그 성취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습니다.
효소의 활성을 확인한 뒤로 이후의 거의 모든 실험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순조롭게 논문 투고를 준비하려고 마무리 실험을 하던 중 호주로 IPGSA 학회를 가계시던 지도교수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일본 연구진이 저희와 거의 유사한 연구결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부랴부랴 서둘러 실험 마무리하고 논문을 준비했고 결론적으로는 거의 동일한 시기에 서로 다른 저널에 투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Plant Cell에서 revision 실험을 요구했고 일본 쪽은 첫 번째 저널에서 rejection 된 뒤 JBC에 새로 투고하였습니다. 그런데 JBC에서는 바로 게재 승인이 나서 얼마 뒤 바로 온라인 publication되었습니다. 저희 revision 실험은 식물을 새로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꽤 소요되는 실험이었기 때문에 JBC 논문을 봤을 때 순간 '망했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 후 게재승인이 최종적으로 날 때까지 내심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재투고 했을 때 reviewer들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큰 문제없이 게재 승인되었습니다. 어쨌든 지금이야 웃지만 그때는 참 실망스럽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2. 본 연구가 이루어진 기관 또는 연구소에 관한 소개
저는 지금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에 있는 카네기 연구소에서 포닥 과정으로 있으면서 BRs의 신호전달체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연구는 순수하게 제가 학위를 받은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식물생리학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지도교수님이신 김성기 교수님께서는 BRs의 연구 초창기부터 BRs의 분석을 하신 분이고 현재까지도 저희 랩은 BRs의 생화학적 분석을 통한 식물체내 대사과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주요 실험 기법으로 HPLC를 비롯한 다양한 정제기법을 기반으로 생물학 관련 랩으로는 독특하게 GC-M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랩은 국내에서는 BRs를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랩이고 전세계적으로도 BRs의 생화학적 분석을 할 수 있는 랩은 제가 알기로는 5 곳 정도밖에 되질 않기 때문에 저희는 나름대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기존의 BRs 분석기법을 분자생물학적 기법과 접목하였고 이후 유전자 수준, 단백질 수준, end product 수준에서의 실험을 적절히 병합해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하여 매우 좋은 연구 성과들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랩에서는 오랫동안 축적된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랩들과의 collaboration을 통해 동식물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기원의 다양한 대사산물의 생화학적 분석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외부 랩들과의 성공적인 collaboration을 통해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식물의 경우 2차 대사산물로 불리우는 많은 종류의 화합물을 합성해내는데 이들중 많은 화합물들이 의학적, 산업적으로 인류에게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한 세포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효소에 의해 생성되는 생체 화합물에 대한 연구는 post-genome 시대에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metabolomics와 같은 분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세포내 대사산물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매우 유용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본 연구실은 다양한 생화학적 분석 기법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분자 유전학적 기법들을 함께 활용하기 때문에 학위과정을 할 경우 매우 다양한 실험 기법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위에서도 말한 것과 같이 brassinolide synthase를 처음으로 규명하였다는 것이 BRs를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가장 큰 자부심이자 보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포닥과정을 하면서는 연구주제가 크게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박사과정까지는 BRs의 생체함량조절 기작을 주로 연구하였고 현재 이곳에서는 BRs의 신호전달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마 평생 BRs 연구를 하라는 뜻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에서 경험한 다양한 실험기법들은 이곳의 실험기법에 비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았고 특히 BRs의 분석 기법은 모두들 부러워합니다. 비록 시스템이나 스케일면에서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의 연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이라 아직도 더 배울게 많습니다. 다만 이 분야의 공부란 것이 하면 할수록 깊이는 깊어지지만 폭은 좁아집니다. 깊고 좁기 때문에 한번 빠지면 다시 되돌아 나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일단 시작을 했으면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해 항상 깊게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을 해야합니다. 특히, 저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논문을 많이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논문을 읽을 때는 단지 논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방법적인 측면도 유심히 보면서 자기가 하고 있는 연구와 비교하고 적용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 8년째 BRs를 연구하고 있습니다만 BRs는 연구하면 할수록 참으로 매력적인 연구분야가 아닌가 합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BRs의 신호전달체계에 관여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탐색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소모되고 때로는 단순 반복적이라 지루하기까지한 작업이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기대가 큽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BRs의 생합성 경로는 BRs의 신호전달체계에 의해 매우 정교하게 조절되는데 제가 두 분야의 일을 모두 경험해서 그런지 기회가 된다면 BRs의 신호전달체계에 의한 BRs 생합성 효소의 활성 조절에 대한 연구도 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여러가지 여건이 좋지 않는데도 오랫동안 공부를 해온 것만큼 가족들에게 미안한 일은 없는 듯합니다. 장남노릇 대신하며 묵묵히 모든 걸 맡아서 하는 동생과 사랑하는 부모님과 장인장모님, 부모님만큼 따뜻한 친척분들, 그리고 늘 곁에서 인내하며 뒷바라지 해주는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석사, 박사과정 동안 참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고 하고자 하는 모든 실험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셨던 평생의 스승이신 김성기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학부시절부터 학위를 마치기까지 항상 학문적 가르침과 애정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은사님들께도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하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준 식물 생리학 연구실을 비롯한 5층 대학원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학원을 나와도 취업할 곳이라고는 병원이나 연구소의 임시직 자리가 대부분인게 이 분야의 현실입니다. 아무리 BT가 각광받는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대고 있어도 석사학위를 받고도 4년제 대학 나온 다른 전공자들의 급여보다도 훨씬 적게 받는 임시직 자리밖에 갈 때가 없다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픕니다. 석사학위를 받고 취업을 하려고 대학원에 들어오겠다는 후배들이 상담해 올 때만큼 사실 난감할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이공계 살리겠다고 학부 과정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짧은 소견입니다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장학금으로 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특히 취업에 관련된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Bric 뉴스에 보니 정부 출연기관이 임시직을 더 많이 뽑는다고 하더군요. 참으로 난감합니다.
Received for article August 8,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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