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암 치료 이후에 암경험자에게서 새롭게 발생하는 암을 이차암 또는 이차성 원발암이라고 한다. 이는 원래 있었던 암이 인접 부위에서 다시 자라나는 것을 말하는 재발이나, 다른 부위로 옮겨져서 자라는 전이와는 다른 것이다. 최근 암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첫 번째 암 이후에 새롭게 발생하는 이차암을 경험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암경험자에서 이차암 발생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암을 한 번 경험한 대상자는 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비만 등 나쁜 건강행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으며, 암과 관련된 유전적인 소인이 내재되어 있거나 암 치료 과정 중에서 노출된 약제 및 방사선이 이차암의 위험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은숙 박사 연구팀과 함께 일반인의 비만 유병율과 암 경험자의 비만 유병율은 큰 차이가 없는데 비해, 비만의 암 발생 증가 강도가 암경험자에서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본 연구는 중앙암등록본부 암등록자료와 건강보험 자료 등으로 구축된 암 빅데이터을 활용하여 암으로 진단된 남성 239,615명을 대상으로 8년간 추적 조사해 암 진단 전 비만도가 이후 이차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으며, 비만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가 일반인구집단과 암경험자 사이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비만(체질량지수 25 이상)인 남성의 경우에서 일반인에서는 10만명당 318.3명에서 암이 발생한 것에 비해, 암경험자에는 이보다 23% 높은 10만명당 381.9명의 연령 표준화 암발생률을 보였다. 특히, 고도 비만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남성에서 정상 체중 군에 비해 일반인의 경우는 암발생 위험도가 12% 증가한데 비해, 암경험자에서는 40% 이상 이차 암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경향성은 대장암, 신장암, 간암, 임파종 등에서도 일관되게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같은 비만도를 가지고 있을 때 일반인에 비해 암경험자에서 또 다른 암이 생길 위험도가 더 높기 있기 때문에, 비만인 암경험자를 위한 맞춤 이차암 검진 및 건강체중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나라 전체 암경험자의 자료를 전체 일반인구 집단의 결과와 비교해야지만 수행 가능하다. 국립암센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호 MOU를 통해 구축한 중앙암등록본부 암등록자료와 건강보험 자료 등으로 구축된 암 빅데이터를 cancer survivorship 전문가와 통계-역학 전문가가 다학제적인 팀으로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할 때 가능한 연구이다.
본 연구자가 속해 있는 Health System Data-mining Lab 에서는 암경험자의 이차암 예방 및 검진,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연구 뿐 아니라, 보건의료 빅데이터분석, 보건의료 시물레이션역학 및 경제성평가, 약물건강위험 분석 및 머신러닝 등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암 예방과 암 조기검진을 통해 국민의 암 질병부담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담당한 의료진의 노력으로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암을 경험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 이제는 암경험자 또는 암생존자라는 용어가 점차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암을 경험한 국민이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장기간 생존하는 암경험자들이 증가하면서, 암 치료 이후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점차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암 진단 및 치료 과정, 재발에 대한 추적관찰을 지나 장기 생존에 이르기까지 암치료 여정(cancer journey)에 따라 환자가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 서비스 수요에 따라 통합적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부족한 현실이다. 본 연구자는 암경험자 장기건강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생생한 임상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암경험자들을 위한 이차암 예방 및 조기검진, 건강체중관리,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근거를 국내 빅데이터를 통해 창출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암경험자들이 더욱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기여하고 있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암경험자의 건강에 대한 연구와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구는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매우 잘 구축이 되어 있다.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도 국내에서 훌륭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접촉하여 조언을 받고 공동연구를 한다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자는 암경험자의 이차암 위험인자와 예방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가장 적합한 검진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시물레이션역학 및 경제성평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 현장에서 장기간 처방되는 의약품의 예상치 못한 건강 위해 및 이득에 대한 연구를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고 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제는 데이터가 없어서 연구를 하지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자료의 부족보다는 좋은 질문의 부족이 더 큰 한계인 경우가 많다. 또한, 그 질문을 풀 수 있는 적절한 자료의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증가는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희소식일 수 있다. 창의적인 질문을 시의 적절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연구실에서 나와, 이 분야에 정통한 동료 연구자들을 찾아가 지혜를 함께 나누는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의외로 새로운 것은 과학자들의 담소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