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사람의 뇌는 성인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신경세포를 만들어냅니다. 그렇다고 하여 성인의 뇌 모든 부분에서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마(hippocampus)라고 하는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부분에, 신경줄기세포 (neural stem cells)가 존재하여 활발한 신경세포의 생성(neurogenesis)이 이루어집니다. 성인의 해마에서 일어나는 신경세포 생성이 널리 받아들여진 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이 현상에 대한 기능 연구가 한참 활발히 진행되는 중입니다. 아직 인과 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부분도 많으나 해마에서 새로 생성되는 신경세포는 기억 및 학습 뿐만아니라, 다양한 뇌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동물 모델을 통해 성인 신경세포의 생성과정은 아주 잘 정립이 되어 있으며, 이를 조절하는 중요한 단백질들은 꾸준히 밝혀져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신경세포 생성과정을 조절하는 유전적 요소들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입니다. 특히나, 단백질을 만들어내지는 않으나 전사가 되어 RNA 자체로 기능을 하는 non-coding RNA들이 성인 신경세포의 생성 및 발달과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non-coding RNA들이 어떠한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굉장히 미비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번 논문에서 성인 신경 줄기 세포에서 발현하는 작은 non-coding RNA 중의 하나인 microRNA-19이 신경세포 생성 과정의 중요한 조절 인자라는 점을 밝혔고, microRNA-19이 조현병(schizophrenia) 환자의 유도줄기 세포(iPSCs)에서 만들어진 신경줄기세포(neural progenitor cells)에서 이상 발현함을 보임으로서 microRNA-19이 조현병의 발병에 기여할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최근들어 미처 이해할 수 없었던 여러 생물학적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한 유전적 요소로 단백질 (coding genes) 뿐만 아니라 non-coding genes으로 관심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동물 모델과 유도줄기세포 모델을 이용하여 해마의 신경세포 생성에 대한 기전 및 질병의 원인으로 non-coding gene들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 기대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 위치한 소크 (Salk) 연구소입니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고 널리 사용하게 만드신 Jonas Salk 박사님의 성함을 딴 연구소인만큼, 연구소 자체에서 기초 생물학뿐만 아니라 응용 생물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주 다양한 배경지식을 가진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일을 하고 있으며, 공동기기실 (core facilities) 정립이 아주 잘 되어 있어, 의견 교환 및 공동 연구 진행 등이 아주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아이디어를 구현시킬 수 있는 훌륭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질문을 갖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재미난 일입니다. 뿐만아니라 관심사를 언제든지 확장하여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큰 즐거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연구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의견을 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연구 활동을 하면서 받는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합니다. 10년 혹은 20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나의 연구 결과가 그 누군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들며 새로운 발견을 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가끔 연구에 지치다가도 힘이 납니다. 물론 저의 연구 결과가 의료분야에 적용되어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보람을 느낄 것 입니다. 따라서 연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 누군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단기간에 보람을 느꼈던 적은 저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연락이 오는 경우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연구소의 길 건너에 UCSD가 자리잡고 있어서, 저희 연구실에 (지도교수님: Dr. Fred H. Gage) 실험을 배우러 오는 학부생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UCSD 학생 및 유럽에서 단기 방문 연구원으로 오는 학생들을 지도한 적이 여러번 있는데 그 친구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작더라도 새로운 발견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즐거워졌습니다. 그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나와 함께 의견 교환을 하며 연구활동을 할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였습니다. 몇몇의 학생들은 연구를 지속하고 있고 다른 몇몇은 다른 길을 선택하였지만, 그 학생들이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 함께 일 했던 시간이 본인의 경력 및 진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고맙다는 연락을 줄 때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하는 것이 매력적인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종종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려하지 말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의외의 곳 혹은 사람에게서 훌륭한 아이디어 및 해결책이 나올 수 있고 때로는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막혔던 문제를 해결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미 갖고 계신 전공 분야 외에 다른 분야에도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다른 분야에서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들을 본인이 가진 배경지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고, 다른 분야의 중요한 발견을 본인의 연구 분야에 접목시킬 수도 있습니다. 학문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인간 유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non-coding 지역에서 생성되는 RNA들의 기능을 배아 및 신경 발달과정에서 연구하고자 합니다. Noncoding 유전자의 발현 조절 및 작용기전 뿐만 아니라, 그 유전자들이 세포 혹은 개체의 표현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가 하는 부분까지 연구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동물 모델과 유도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 모델을 접목시킬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너무나 많은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온전한 독립적인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깊은 인내심을 갖고 지도하여 주신 미국 지도교수님. 잘 하지 못하는 영어로 하는 이야기들 잘 들어주고 토론해 준 미국 실험실 동료들. 연구와 일상생활 모두에서 끊임없는 도움을 주신 샌디에고의 한국인 박사님들. 그리고 꾸준하고도 훌륭한 연구로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 넣어주신 학위 지도교수님과 옛 실험실 동료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가족들. 가족들의 사랑과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렇게 연구활동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특히, 너무나 어렸을 때부터 엄마를 이해해 준 제 아들에게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